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동문선 문예신서 397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창실 옮김 / 동문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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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을 하려면 미셸슈나이더처럼. 주접력으로는 역시 최고. 굴드의 음악은, 1. 헐벗음과 명징성 2. 청중이 아닌 자기를 위한 연주. 이 두가지로 읽혀진다. 한 인물을 샅샅이 파헤치지 않지만 읽다보면 굴드를 사랑하게 되어버리게 만드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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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2024-09-1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듯 말듯한 문장으로 이 음악이 자기에게 무엇인지를, 마구마구 쏟아내는 미셸 슈나이더의 글은 읽기가 쉽지 않다. 보통의 전기나 평전에서처럼 한 인물의 사생활을 샅샅이 파헤치는 것도 아니고 친절하게 해석해주는 것도 아니고 한 인물의 그림자를 그저 흐릿하게 둔다. 그러나 슈만도 그렇지만 굴드의 이 책도, 그 인물의 가장 취약점까지 수긍하게 하고, 음악까지 사랑하게 만들어버린다. 아니 사랑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한번 읽고서는 그저 분위기에 젖었다고 밖에 할 수 없지만, 이 책은 그가 쓴 #슈만내면의풍경 처럼 자주 들춰볼 듯 하다.

20년 들었지만 여전히 굴드의 음악엔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심심한 위로도 받았다. 굴드의 음악은 쾌락을 위해 듣기보다, 다른 연주보다도 좀 더 텍스트 읽듯이 들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독자를 어딘지 불편하고 인상쓰게 하는 책) 음악의 언어는 나에게 너무나 멀고 어렵지만, 책 읽을 때 문장과 단어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는 걸 대입하면 너무 겁먹을 일도 아니다. 아직도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굴드를 위한 애틋하고 절절한 러브레터를 쓴 이 책을 보자. 그는 굴드가 아니라 자신을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 이건 나 아닌 다른 걸 절실히 알고자 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아니던가.

내 기분을 좋게 하거나 내가 느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듣거나 읽는게 아니라, 너무나 낯설고 어렵지만 그걸 투덜거리지 않고 지금 할수 있는 것에서부터 알고자 하는 겸허함. 그런 극진함을 나에게 가장 멀고 어려운 음악에서, 음악가들, 음악을 쓴 글로부터 이번에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