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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 - 문명의 탄생부터 국제 정세까지 거침없이 내달린다
김도형(별별역사)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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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늘 나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한국사도 세계사도 겉핥기 식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기만 하고 지식으로써 갖고 있진 않다고 생각했다.
‘한 권으로 훑을 수 있는 이야기 같은 역사책이 있으면 좋겠다’ 싶던 중 이 책을 만났다!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에서는 지리, 전쟁, 종교, 자원, 욕망을 기준으로 역사를 설명한다. 각 키워드로 다뤄진 나라들의 과거를 읽다 보면 직접 그 시대에 짧은 방문을 한 기분이 든다.
수업이나 시험용이 아닌 이야기로 다가오면서 특정 시대만 조각난 상태로 알고 있던 것이 실로 연결되는 느낌이다.

막힘없이 읽히는 구성으로 내레이션이 들리는 것 같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만나는 삽화를 함께 보면 영상이 재생되는 듯하다. 중간중간 고딕체로 들어가 있는 대화문(?)이 재미를 배가시킨다.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부분은 1장의 러시아를 다룬 내용이었다. 이해할 수 없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이유와 배경, 상황을 알게 되고 최신의 세계정세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당사자임이 체감됐다.
과거의 휘광에 붙들려 어리석은 길을 걷는 지도자들, 전쟁과 분쟁이 일어나는 등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아 현재인지 과거인지 모호하지만 더 나은 미래로 가고 있다고 믿으면서…

“세계사는 이제 ‘생존의 교양’이다”라고 표현한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면서,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시리즈로 한국사도 나왔으면 좋겠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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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단어 -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김화진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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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냥 나만 (그렇게) 아는 단어라서. 아마도 내가 맞닥뜨린 텍스트들 속에서 이 단어가 나올 때마다 읽고 느껴온 감각들, 그 기억이 첩첩이 쌓인 내 몸과 마음이 그렇게 아는 단어라서.”

단어를 모으는 습관이 있다. 책에서, 노래 가사에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리고 그렇게 모인 단어들은 때로 아이디로, 일기장으로, 편지로 스며들어 일상에 자리한다.

『나만 아는 단어』에서는 10명의 소설가, 시인, 번역가가 각자 단어를 골라 그에 얽힌 추억, 감정, 생각을 조심스럽게 들려준다.
각 단어가 하나의 소개서, 큐카드, 명함인 느낌이다. 언어를 보다 가까이에서 다루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단어, 그리고 함께 묶인 내밀한 이야기들로 단편적인 일상을, 가치관을, 생애를 소개받는다.

안에는 특정 시절을 담고 있는 단어도, 직접 만들어낸 단어도, 작품에 등장한 적 있는 단어도, 외국어도 있다. 단어와 서사를 바라보다 보면 작가가 궁금해지고, 작가가 쓴 작품이 궁금해지고, 알아가고 싶어지고, 읽고 싶어진다.


읽으면서 여러 번 감정이 동했지만 특히나 시선을 멈추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내 마음을 이렇게 설명해 주는구나 싶었던 ‘종종’, 작가님들의 소설에서 만나 눈에 익어 반가웠던 ‘주머니’와 ‘하지’, 만두를 좋아하기 때문에 더 와닿았던 ‘인간만두’, 몇 년 전 내가 수집한 단어도 발견해 기꺼웠지만 그때 받았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감각의 ‘iridescent’, 그리고 새로이 수집한 ‘너울거리다’까지.

나도 좋아하는 단어에 대해 이렇게나 마음을 담아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수집한 단어들을 펼쳐봤다.
요즘의 ‘나만 아는 단어’는 ‘너울거리다’, ‘유영하다’, ‘wintering’, 늘 품고 다니는 ‘완연하다’.


+ 표지랑 삽화가 아주 취향이다. 어렸을 때 아주 좋아한 책 『윙윙 실팽이가 돌아가면』 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방을 서사 속에 날아다니는 단어, 감옥을 단어집으로 생각했다. 잡힌 것 같지만 잡히지 않은, 그래도 잡아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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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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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키워드를 가지고 쓴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는 늘 즐겁게 본다. 거기에 탐정, 추리, 음식이라니! 재미없을 수 없는 신선한 조합이다.
미식 탐정 허균과 의생 이재영, 다모이자 찬모 작은년. 이 트리오가 미각과 의술로 조선의 기이한 사건들을 풀어나가며 읽는 이로 하여금 통쾌한 재미와 허기를 느끼게 한다.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쫓으며 하나 둘 진지해지고 집중하게 될 때면 음식으로 유쾌하게 만들어주니 페이지터너가 따로 없다.

어느 부분에서는 드라마 셜록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천재적인 추리를 하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다. 그만큼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사건 현장의 엑스트라2가 되어 목을 쭉- 빼고 허균, 재영, 작은년의 활약을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미식에 진심인 허균이라 그가 음식을 설명할 때면 요리로 화면이 줌인 되어서 보글보글 조리하는 장면부터 상에 나오는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책을 덮고는 식탐정 허균 이대로는 못 보내.. 하면서 영원히 후속편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내용 자체를 떠올리고 전체적인 상황을 상상하면서 읽는 편이라 가상으로 캐스팅을 하는 거여도 고민이 조금 많았다.
고심 끝에 허균 역에 김남길, 이재영 역에 육성재, 작은년 역에 심달기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고, 서로 캐미가 좋을 것 같다고 멋대로 상상해보았다. 작은년 역으로는 김태리, 조이현 배우도 같이 떠오르기도 했다.


✦ “탐할 탐(貪)에 바를 정(正)! 정의를 바로 세우고 하나뿐인 정답을 탐하는 것이 바로 탐정이라 할 수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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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으로
김초엽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래빗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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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를 주제로 쓴 한국과 중국의 여성작가들의 SF 단편집이다. 김초엽, 김청귤, 천선란 작가님이야 원래도 좋아하고 있었고, SF가 최애 장르임에도 해외 SF는 읽어볼 기회가 잘 없었던 것 같아서 기대가 컸다.
작가님들이 도서전 북토크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몸’을 주제로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가 나온다는 게, 그리고 신기하게도 둘씩 묶인다는 게 놀라웠다. 비슷하기도 전혀 다르기도 한 두 나라지만 동시대를 겪고 있기 때문인지 여섯 작품 모두 즐겁게 읽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수록작은 저우원 작가님의 「내일의 환영, 어제의 휘광」 이었다. 뇌와 언어를 다루는 단편인데 ‘신체‘에 ’장기’도 포함된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언어 재난‘이라는 주제가 요즘의 내 관심사와도 맞아서 그런지 신선했고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얼른 찾아 읽고 싶어졌다.
전혀 새로운 언어를 쓰게 되었을 때의 나와 과거의 내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쓰는 언어에 따라서 그때그때 다른 성격이 되기도 하는데 그것들은 전부 ‘나’일까. 배우가 연기하듯 언어에 따라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 언어는 과거를 가장 잘 전달하는 매개체였다. 자기 고향과 교육 수준, 희망과 동경, 기쁨과 후회가 무의식적으로 말하는 방식에 반영되곤 했다. 뉴런은 대뇌에서 기억의 장면을 편집하고, 기억은 인지와 자아를 빚어낸다. 바로 그 사이에서 언어는 만들어진다. 다른 매개체를 통과하는 빛처럼 언어는 굴절되거나 반사되었고, 분해되거나 합쳐졌으며 왜곡되기도 했다.  (p.86-87)


각 단편을 끝낼 때마다 작가님들이 “’살아 있다‘는 건 뭐라고 생각해?”라고 질문을 하는 것처럼 느꼈다. 나는 그냥 ’아, 이렇게도 살아있을 수 있구낭!’, ’헉 이렇게도?’ 하면서 읽었지만..
별개로 제일 ‘신체성‘을 체감?한 수록작은 천선란 작가님의 「철의 기록」 이었다. 감각이 언급될 때마다 마치 내 몸이 직접 감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 표지에 숨겨진 속뜻이 궁금하다. 너무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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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눈이 내리다
김보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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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작가님의 글은 앤솔로지 『원하고 바라옵건대』로 처음 만났고 이 소설집이 두 번째이다. 어쩜 이렇게 수려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문장 고르기가 평소보다 어려웠다.
길지 않은 분량에도 중편 정도의 이야기를 본 것만 같다. 묵직하지만 어렵지 않게 주제의식을 전달한다.

아홉 편의 이야기 모두 짙은 색을 가진 느낌이다. 각 단편은 심해, 우주, 게임, 낯선 세계 등 지극히 공상과학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에 들어가 상상하며 새로운 장소로 옮겨 다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있는 자리에서 지구의 중력이 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거, 너야.’라고 인식시켜 주는 듯해 마냥 유영하듯이 읽어나갈 수는 없었다.

화자가, 또는 중심이 되는 인물이 사람이 아닌 것을 깨닫는 재미도 있었다. 인간은 반성 좀 해야 돼….
순서대로 읽었지만 「귀신숲이 내리다」가 「고래눈이 내리다」와 시간적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 표제작을 읽고서 표지를 보니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이 새로이 보였다. 차근히 들여다보길 추천한다.



✦ “맹독이든, 병균이든, 슬픔이든. 아픔이든, 여기에서는 모두 같아. 모두가 아름다운 눈송이가 되지. 은혜로운 양식이자 생명의 기쁨이 되지. 이 아래에서는 모두가 다 같아지지.”  (p.22)
— 「고래눈이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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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2025-07-2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님 댓글보고 표지 다시 보고 소름돋았어요..멀리서 바라본 고래인줄 알았는데 고래가 아니라 표제작에 등장하는 나무수염아귀였네요...저 발광낚시대?가 안보였다니..사람은 정말 보고싶은대로 보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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