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줄리아 보이드 지음, 이종인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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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이끈 나치 독일은 지금까지도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금기시 되는 이름이다. 수천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의 주범일 뿐만 아니라 번성하던 유럽 문명을 일순간 폐허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전의 독일은 어땠을까? 1919년쯤 첫 번째 세계대전이 끝나고 20년 동안 독일은 생각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국가였다. 히틀러의 잔혹성이 서서히 독일을 집어삼키고 있었지만 미국, 영국 등은 프랑스보다도 독일을 우방으로 여겼고 가엽게 여겼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은 어떤 나라였을까? 또한 무엇이 '히틀러의 독일'을 만들었을까? 저자는 갖가지 이유로 독일을 찾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독일을 말한다. '나치'의 독일이 아닌 '독일'을. 진짜 독일은 우리의 상상보다 잔혹한 곳이었을까? 아니면 '나치'가 만든 어두운 그늘 속에 묻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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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페이퍼로드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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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의 이유
보니 추이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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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을 가득 채웠던 기억 중 하나는 얼굴이 빨갛게 익을 때까지 냇가에서 물장구를 치는 일이었다. 버스가 하루에 10대도 다니지 않는 시골 마을에 염소 냄새 가득한 실내 수영장 같은 건 사치였고 온 동네 친구들이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4월부터 쌀쌀해지는 9월까지는 너 나 할 것 없이 물가를 찾았다. 돌이켜보면 온갖 더러운 것들이 둥둥 떠나니는 강물에서 멱을 감는 것이 뭐가 그리 좋았을까. 시원한 감촉과 온몸을 감싸는 편안한 유체의 흐름은 아마 태곳적부터 시작된 본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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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원시의 따뜻하고 걸쭉한 바다에서 기원했다. 오늘날도 해양 생물이었던 때의 흔적은 인체 곳곳에 남아있으며, 현대 인류보다 물과 친했던 과거의 조상들에게선 그 특징이 더욱 극명하다. 비록 인간이나 침팬지 등 유인원은 이제 태어나자마자 헤엄을 치지는 못하지만 물로 향하고픈 본능은 영원토록 남아있다. 뭇사람들이 계곡이든 바다든 시원한 물이 있는 곳으로 향하지 않는가. 어쩌면 스스로의 어머니와도 같은 '바다', 즉 '물'로 돌아가고픈 DNA가 수십만 년의 역사 깊숙이 박혀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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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의 이유>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물속에서 단 5분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자 동시에 물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아이러니한 존재 '인류'와 '물'의 기나긴 역사를 탐구하는 책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올림픽 덕분에 '수영'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졌었다. 남자 수영에서는 펠프스를 이을 차세대 수영 황제가 등장하는 듯했고 실로 오랜만에 우리나라 수영에서도 기대주가 등장했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수영이라는 종목에 대한 관심은 확연히 사그라들었지만 우리 중 일부는 여전히 궁금하다. 물속에서 첨벙첨벙 헤엄치는 인류의 역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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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한때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다. 의학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을 무렵, 사람들은 따뜻한 물이나 바닷물에 알몸으로 뛰어들었다! 그 근거는 유사과학에 가까웠지만 위약 효과 덕분이었는지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고 하루 여덟 잔 물 섭취 권장도 바로 그때 생긴 것이었다. 재미난 것은 오늘날은 '과학'의 힘을 빌려 물을 진정한 '약'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불어난 체중으로 걷는 것조차 무리인 사람들은 물속에서 느릿느릿, 구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신체 활동을 계속한다. 인공 물살을 거슬러 오르며 사고로 빠져버린 다리 근력을 회복하기도 한다. 이제 물은 진짜 치료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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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동물보다 해양 동물에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선원 전부를 집어삼킨 시커먼 파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주로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출몰한다. 그곳에는 심지어 살아있는, 정확히는 살아남은 '아쿠아맨'의 이야기를 30년 넘도록 추앙하기도 한다. 물과 친숙한 인류는 고대로 가면 더 많이 알아볼 수 있다. 역사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개무덤이 조성되려면 강가에 있는 조개를 줍기만 해서는 쉽지 않다. 거대한 호수의 한 가운데에 날카로운 도구로 만든 사냥도구가 침전해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조상들은 물속 깊이 잠수하여 조개를 채취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오늘날 인류보다 몇 배는 더 긴 호흡으로 물속에 뛰어든 존재. 그들 중에는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도 있었다. 살기 위해서든, 유희를 위해서든, 본능에 이끌려서든 물로 뛰어든 인류들. 우리는 라스코 벽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역사를 지닌 고대 벽화 속에서 개구리헤엄을 치는 인류의 모습을 통해 옛날을 회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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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LUCA가 바다에서 기원했음은 물론 현생 인류 또한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물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난다. 물은 분명 인류에게 본원적인 친숙함을 전한다. 그럼에도 인류는 나무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다른 동물들이 태어나자마자 수영할 수 있는 것에 반해 유인원은 수영을 배워야 한다. 천상 육상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점차 물은 인류와 멀어지고 있다. 드문드문 경험하는 물의 경험이 행복한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본원적으로 물을 동경하지만 물이 두렵고, 물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수영의 이유'는 인류와 물의 끈끈한 역사를 통해 육상 위의 해양 생물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그렇게 인류는 다시 한번 새파란 바닷속에 뛰어든 것처럼 청량감을 전하는 '물'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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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를 걷는 해양 생물, <수영의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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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 자격으로 김영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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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만든 사람들 - 과학사에 빛나는 과학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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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지구상 생명체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담론들이 활발하게 꽃피우고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발견을 했지만 그로부터 2000년이 지나도록 인류 과학 역사는 정체되어 있었다. 로마, 페르시아, 이집트, 몽고 등 거대한 영토를 확보한 세력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자연 속 비밀들을 꼬치꼬치 캐물어 인류의 새로운 역사로 편입시킨 사례는 끊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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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는 여러 번의 '혁명'이 있었다. 일개 '국가'에서 다수의 군중이 들고일어난 혁명 따위가 아닌, '호모'라는 종의 역사를 뒤바꾼 혁명들. 의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불을 발견한 것, 농경 생활을 시작한 것 등이 그 옛날의 혁명이었다. 각각의 혁명마다 인류는 진일보의 발전을 이루었다.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 것. 정치, 사회, 경제, 소소한 생활상이 평지를 내딛다 갑자기 훌쩍 뛰어오른 그 혁명들. 르네상스의 언저리부터 시작된 이른바 '과학혁명' 또한 인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경제를 팽창시키고, 전쟁을 촉발시키고,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승리를 누군가에는 치욕스러운 패배를 안겼으며, 인간이 마침내 거의 조물주의 영역까지 이를 수 있었던 그 도화선. 광활한 우주 속 단 하나일지도 모르는 고유한 진리들을 끊임없이 파고든 과학자들의 위대한 여정은 그렇게 인류 역사를 또 한 번 뒤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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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의해 꽉 막혀 있던 암흑의 시대, 새로이 세상을 열어젖힌 것은 코페르니쿠스였다. 오늘날까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라는 단어를 혁명적인 사고의 은유로 쓸 정도로 당시 우주와 지구를 바라본 그의 생각은 낯설고 도발적이었다. 잔잔한, 관성적인 사고의 흐름을 단 한 번 어지럽힌 것만으로 사람들은 달리 생각하지 시작했다. 서구 사회를 지배하던 거대한 신앙의 힘은 그 후에도 막강했지만 인류는 '과학'과 '진리'라는 이름으로 관습적인 것에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움튼 씨앗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하늘을 바라보던 학자들은 우리 몸에 관심을 가지며 장기를 하나하나 뜯어봤다. 이런저런 가루들을 불과 물에 녹이며 세상에 없던 '물질'들을 만들어댔다. 중간중간 벌어진 거대한 전쟁은 과학의 발전을 더욱 앞당겼고 가장 파괴적인 세기였던 20세기, 그 모순은 절정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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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만든 사람들>은 '진화의 오리진' 등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과학의 뒷이야기를 밝히는 데에 진심인 과학 저술가 존 그리빈의 혼이 담긴 역작이다. 3000년 전쯤부터 시작된 거대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국가와 정복 전쟁 등의 관점으로 살펴보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롭지만 오늘날의 문명의 받침대는 과학기술사를 살펴보는 것 또한 놀라운 쾌감을 준다. 사실상 과학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암흑기나 다름없었던 중세를 지나 코페르니쿠스가 다시 연 '과학'의 시대는 우주, 화학, 물리, 생물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인류를 최소한 지구상에서 가장 월등한 존재로 만들었다. 신앙에 맞서던 시대, 계몽을 시작한 시대, 과학이 분화된 시대, 그리고 마침내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십 명의 역사적 과학자들은 모두 후대인들에 의해 되새겨져야 한다. 그들 없이 21세기 인류가 화성을 꿈꿀 수 있었을까? 심장을 멈추고 심장 수술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 은하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었을까? 모두가 괴짜스럽고 지독하고 집요하고 순수했던 열정의 과학자들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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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과학'이라는 분야의 역사는 이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 과학의 어느 한 분야에 치중되지 않게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사의 주요한 패러다임을 짚은 저자 덕분에 독자들은 과학사의 큰 틀을 잡을 수 있다. 각 시대별로 과학자들이 느꼈던 특징과 고난, 극복의 스토리는 교양서로서의 흥미뿐만 아니라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과학을 추구하며 가능했던 수많은 발전들. 과학기술 없이는 어떠한 국가도, 어떠한 조직도 영원한 번영을 누릴 수 없다는 깨달음이다. 압도적인 양의 옛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로운 과학사 속에서 창의와 혁신의 씨앗을 발견하고 싶다면 꼼꼼히, 그리고 천천히 위대한 과학자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그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하나가 500년 후의 인류에게는 일생 최고의 영감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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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과학사의 모든 것, <과학을 만든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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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진선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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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거저보기 : 서양철학 편 ㅣ 한빛비즈 교양툰 13
지하늘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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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 사람들은 그때부터 모여서 떠들고 논쟁하길 좋아했다. 수천 년 전 이야기이지만 오늘날까지도 '인간다움'의 표상으로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소크라테스부터 시작되는 서양철학은 그렇게 지구의 절반인 서방 세계를 지탱하는 거대한 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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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배우면, 철학을 공부하면, 철학을 좀 알면 인생이 행복해질 것만 같다. 철학이 사람마다 자신만의 살아가는 방식을 확립해나가는 일이라면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점차 줄일 수 있을 테니 헛헛한 마음은 줄어들지도. 허나 철학 '이론'을 줄줄 꿰는 사람이라고 마냥 행복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러니 남들 다 아는 철학을 모른다고 해서 걱정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분명 없다. 다만, 철학은 단순히 '개인적인 행복의 추구'와 같은 일차원적인 개념은 아니다. 그보다는 남들보다 조금 더 깊은 생각에 빠져든 사람들이 켜켜이 쌓아올린 거대한 사고의 과정이다. 사고의 역사다. '친구가 싸우면 말려야 할까?'와 같은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물음은 점차 고차원적으로 발전했고 언젠가 '삶의 이유', '생명의 본질', '계급', '부', '명예', '죽음'과 같은 무겁고 현학적인 단어나 문장들을 품게 됐다. 어려워 보이는 그 물음들은 수억 명의 숱한 논쟁을 낳았고 나름의 재미난 방향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이끌어온 것은 분명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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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너무나 오랫동안 쌓여온 질문들. 끝맺음을 짓지 못한 생각들. 단순히 사는 게 궁금하여 서양철학이라는 책의 한 귀퉁이를 연 사람들은 그 방대한 기록의 벽 앞에 부딪힌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일지라도 자신들의 관심을 끌었던 그 철학자들의 생각을 아주 조금만 더 깊이 짚어봤다면 어쩌면 그들이 찾고 싶었던 답은 잠시간 모습을 드러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철학'은 언제부턴가 어렵고 심오한 존재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찾았다 금세 포기하고 말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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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시쳇말로 요즘 세대의 문화인 '웹툰'을 통해 철학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건 반갑다. 분명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의 아주 일부만을 그려낸 것은 맞으리라. 재미난 구성, 가끔 터져 나오는 웃음, 딱딱한 '교양' 또는 '입문' 철학서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유머로 각각의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철학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럼 된 것이다.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무엇이고 토마스 홉스나 아퀴나스 같은 인물들이 각각의 시대에 어떤 이정표를 남겼는지 되려 기억에 남는다. '철학'으로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 편의 재미난 이야기, 즐거운 경험. 그것이 철학이라는 이름을 만화로 그려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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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거저보기 : 서양철학 편>은 스스로도 철학에 한껏 흥미를 느껴 무심코 '베스트도전 만화'에 철학툰을 그려봤던 청년의 작품이다. 소크라테스부터 시작된 서른 명의 서양 철학자들 이야기는 수천 년의 서양 철학 역사를 포괄한다. 같은 두께의 딱딱한 철학서보다 분명 깊이는 얕다. 그래서 다행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마침내 '다' 읽을 수 있으니까. 가볍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다 보면 '걔가 그런 생각을 했던 거였어?'가 나오게 된다. 윤리 교과서나 교양 철학서에서 배배 꼬아 말했던 국어이지만 외계어가 마침내 조금은 이해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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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에 소소한 재미와 교양을 전할 수 있는 컨텐츠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나이가 몇인데 '웹툰'이라 할 수 있지만 어랏, 웹툰은 사실 '어른'의 영역인걸. 웹툰으로 서양철학에 더해 동양철학, 나중에는 물리, 화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모쪼록 책 읽는 걸 점점 더 싫어하는 사람들이 재밌는 웹툰 속에서라도 좋은 이야기를 담뿍 담아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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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 일상의 신호가 알려주는 격변의 세계 경제 항해법
피파 맘그렌 지음, 조성숙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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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에 세워진 경제는 그 유명한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간의 도덕과 이성을 믿고 자본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던 미국은 경제학 교과서에 영원히 기록될 '서브 프라임 사태'와 함께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너졌다. 가지고 있던 자산은 종잇조각이 되었고 사회 전체가 침몰했다. 모두가 돈을 잃던 시기,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돈을 버는 자는 있는 법이다. 미국을 오늘날의 패권국으로 만든 2차 세계대전이나 IT 버블 붕괴를 예상한 자들이 그러했다. 혼란 속에서 올바른 길을 찾는 이들, 그들을 국가나 조직과 같은 거대 집단으로 규정짓지 않더라도 분명 영리한 개인이 존재했다. 그들은 모두 '시그널'을 읽는 자들이다.


<시그널>은 두 명의 미국 대통령을 모셨던 경제 전문가인 피파 맘그렌이 경제 세계를 신경 쓰지 않겠다는 오류에 빠진 이들에게 전하는 '시그널'이다. 광신도들이 숭배 대상에 빠져 모두가 같은 의견을 낼 때, 자신만의 주관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단순히 세상을 보는 특별한 관점으로는 부족하다. '짖지 않는 개', '부동산 시장의 광기'와 같은 시그널을 읽고 자신만의 행동 수칙을 마련할 수 있는 용기는 소수에게만 주어진다. 실제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예측하고 1년 전에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인물들, 또는 시장에서 빠져나올 것을 권유한 인물들은 비웃음을 사거나 해고당했다. '평범한' 세상은 신호를 읽지 못할뿐더러 신호를 읽는 자들을 경멸하며 비상식적으로 몰기 때문이다. 허나 용기 있는 자들이 으레 그렇듯 신호를 읽은 자들은 시장을 통제한다.


책은 '시그널'을 읽을 수 있는 '인격'을 갖추는 방법과 세상 속에 숨겨져 있던 수많은 시그널과 함께 시그널을 읽는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격이라니? 경제라는 복잡계의 신호를 읽는데 인격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저자가 말하는 인격은 시그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용기와 지혜를 의미한다. 세상의 숱한 도전과 괄시에도 자신의 단단한 신념을 만드는 것. 신념에서 새어 나오는 과감한 결단과 오랜 지혜가 바로 '인격'인 것이다. 뚜렷한 자기 자신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시그널을 읽는 것은 '예언자'가 되는 방법에 불과하다.


저자는 스스로 '시그널'이라 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예시에 대해 시시콜콜하다고 말한다. 너무나 엉뚱하여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외딴 신호. 시그널을 실제로 무척이나 사소하고 산만하게 퍼져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에서 시작된 공장의 이주는 필리핀의 길거리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명품 소비가 느는 것으로 우리는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 정책을 어떻게 발표할 것인지 예측해볼 수 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것이 크고 작은 신호일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현대인이 결정적인 시그널을 놓치지 않으려면 결국 경제학의 복잡한 원리에 다가서야 한다. 허나 저자는 복잡한 이론을 토대로 경제를 설명하지 않는다. 인간 심리, 사회 현상, 경제 원리 등 인간계만이 지닌 '역학'을 바탕으로 시그널을 깊이, 더욱 깊이 탐구한다.


경제 현상 속의 신호를 찾아 막대한 돈을 버는 것과는 별개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책이다. '대중'이라는 단어 속에 파묻혀 인간 사회와 시장에 휘둘리는 삶. 인생이라는 흥미로운 여정을 일순간에 완결시킬 수 있는 태도이다. 스스로 가치를 만들고, 오류투성이인 시장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며 '삶'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것. 경제의 관점에서 세상을 읽고 우리 삶을 스스로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그널'의 진정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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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칠 수 없는 단 하나의 신호, <시그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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