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만든 사람들 - 과학사에 빛나는 과학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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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지구상 생명체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담론들이 활발하게 꽃피우고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발견을 했지만 그로부터 2000년이 지나도록 인류 과학 역사는 정체되어 있었다. 로마, 페르시아, 이집트, 몽고 등 거대한 영토를 확보한 세력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자연 속 비밀들을 꼬치꼬치 캐물어 인류의 새로운 역사로 편입시킨 사례는 끊어졌었다.

인류사에는 여러 번의 '혁명'이 있었다. 일개 '국가'에서 다수의 군중이 들고일어난 혁명 따위가 아닌, '호모'라는 종의 역사를 뒤바꾼 혁명들. 의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불을 발견한 것, 농경 생활을 시작한 것 등이 그 옛날의 혁명이었다. 각각의 혁명마다 인류는 진일보의 발전을 이루었다.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 것. 정치, 사회, 경제, 소소한 생활상이 평지를 내딛다 갑자기 훌쩍 뛰어오른 그 혁명들. 르네상스의 언저리부터 시작된 이른바 '과학혁명' 또한 인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경제를 팽창시키고, 전쟁을 촉발시키고,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승리를 누군가에는 치욕스러운 패배를 안겼으며, 인간이 마침내 거의 조물주의 영역까지 이를 수 있었던 그 도화선. 광활한 우주 속 단 하나일지도 모르는 고유한 진리들을 끊임없이 파고든 과학자들의 위대한 여정은 그렇게 인류 역사를 또 한 번 뒤바꾸어 놓았다.

신에 의해 꽉 막혀 있던 암흑의 시대, 새로이 세상을 열어젖힌 것은 코페르니쿠스였다. 오늘날까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라는 단어를 혁명적인 사고의 은유로 쓸 정도로 당시 우주와 지구를 바라본 그의 생각은 낯설고 도발적이었다. 잔잔한, 관성적인 사고의 흐름을 단 한 번 어지럽힌 것만으로 사람들은 달리 생각하지 시작했다. 서구 사회를 지배하던 거대한 신앙의 힘은 그 후에도 막강했지만 인류는 '과학'과 '진리'라는 이름으로 관습적인 것에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움튼 씨앗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하늘을 바라보던 학자들은 우리 몸에 관심을 가지며 장기를 하나하나 뜯어봤다. 이런저런 가루들을 불과 물에 녹이며 세상에 없던 '물질'들을 만들어댔다. 중간중간 벌어진 거대한 전쟁은 과학의 발전을 더욱 앞당겼고 가장 파괴적인 세기였던 20세기, 그 모순은 절정에 달한다.

<과학을 만든 사람들>은 '진화의 오리진' 등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과학의 뒷이야기를 밝히는 데에 진심인 과학 저술가 존 그리빈의 혼이 담긴 역작이다. 3000년 전쯤부터 시작된 거대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국가와 정복 전쟁 등의 관점으로 살펴보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롭지만 오늘날의 문명의 받침대는 과학기술사를 살펴보는 것 또한 놀라운 쾌감을 준다. 사실상 과학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암흑기나 다름없었던 중세를 지나 코페르니쿠스가 다시 연 '과학'의 시대는 우주, 화학, 물리, 생물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인류를 최소한 지구상에서 가장 월등한 존재로 만들었다. 신앙에 맞서던 시대, 계몽을 시작한 시대, 과학이 분화된 시대, 그리고 마침내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십 명의 역사적 과학자들은 모두 후대인들에 의해 되새겨져야 한다. 그들 없이 21세기 인류가 화성을 꿈꿀 수 있었을까? 심장을 멈추고 심장 수술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 은하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었을까? 모두가 괴짜스럽고 지독하고 집요하고 순수했던 열정의 과학자들 덕분이었다.

적어도 '과학'이라는 분야의 역사는 이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 과학의 어느 한 분야에 치중되지 않게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사의 주요한 패러다임을 짚은 저자 덕분에 독자들은 과학사의 큰 틀을 잡을 수 있다. 각 시대별로 과학자들이 느꼈던 특징과 고난, 극복의 스토리는 교양서로서의 흥미뿐만 아니라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과학을 추구하며 가능했던 수많은 발전들. 과학기술 없이는 어떠한 국가도, 어떠한 조직도 영원한 번영을 누릴 수 없다는 깨달음이다. 압도적인 양의 옛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로운 과학사 속에서 창의와 혁신의 씨앗을 발견하고 싶다면 꼼꼼히, 그리고 천천히 위대한 과학자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그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하나가 500년 후의 인류에게는 일생 최고의 영감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인류 과학사의 모든 것, <과학을 만든 사람들>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진선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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