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거저보기 : 서양철학 편 한빛비즈 교양툰 13
지하늘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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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가'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 사람들은 그때부터 모여서 떠들고 논쟁하길 좋아했다. 수천 년 전 이야기이지만 오늘날까지도 '인간다움'의 표상으로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소크라테스부터 시작되는 서양철학은 그렇게 지구의 절반인 서방 세계를 지탱하는 거대한 축이 되었다.

철학을 배우면, 철학을 공부하면, 철학을 좀 알면 인생이 행복해질 것만 같다. 철학이 사람마다 자신만의 살아가는 방식을 확립해나가는 일이라면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점차 줄일 수 있을 테니 헛헛한 마음은 줄어들지도. 허나 철학 '이론'을 줄줄 꿰는 사람이라고 마냥 행복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러니 남들 다 아는 철학을 모른다고 해서 걱정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분명 없다. 다만, 철학은 단순히 '개인적인 행복의 추구'와 같은 일차원적인 개념은 아니다. 그보다는 남들보다 조금 더 깊은 생각에 빠져든 사람들이 켜켜이 쌓아올린 거대한 사고의 과정이다. 사고의 역사다. '친구가 싸우면 말려야 할까?'와 같은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된 물음은 점차 고차원적으로 발전했고 언젠가 '삶의 이유', '생명의 본질', '계급', '부', '명예', '죽음'과 같은 무겁고 현학적인 단어나 문장들을 품게 됐다. 어려워 보이는 그 물음들은 수억 명의 숱한 논쟁을 낳았고 나름의 재미난 방향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이끌어온 것은 분명한 듯싶다.

맞다. 너무나 오랫동안 쌓여온 질문들. 끝맺음을 짓지 못한 생각들. 단순히 사는 게 궁금하여 서양철학이라는 책의 한 귀퉁이를 연 사람들은 그 방대한 기록의 벽 앞에 부딪힌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일지라도 자신들의 관심을 끌었던 그 철학자들의 생각을 아주 조금만 더 깊이 짚어봤다면 어쩌면 그들이 찾고 싶었던 답은 잠시간 모습을 드러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철학'은 언제부턴가 어렵고 심오한 존재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찾았다 금세 포기하고 말았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시쳇말로 요즘 세대의 문화인 '웹툰'을 통해 철학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건 반갑다. 분명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의 아주 일부만을 그려낸 것은 맞으리라. 재미난 구성, 가끔 터져 나오는 웃음, 딱딱한 '교양' 또는 '입문' 철학서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유머로 각각의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철학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럼 된 것이다.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무엇이고 토마스 홉스나 아퀴나스 같은 인물들이 각각의 시대에 어떤 이정표를 남겼는지 되려 기억에 남는다. '철학'으로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 편의 재미난 이야기, 즐거운 경험. 그것이 철학이라는 이름을 만화로 그려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인문학 거저보기 : 서양철학 편>은 스스로도 철학에 한껏 흥미를 느껴 무심코 '베스트도전 만화'에 철학툰을 그려봤던 청년의 작품이다. 소크라테스부터 시작된 서른 명의 서양 철학자들 이야기는 수천 년의 서양 철학 역사를 포괄한다. 같은 두께의 딱딱한 철학서보다 분명 깊이는 얕다. 그래서 다행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마침내 '다' 읽을 수 있으니까. 가볍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다 보면 '걔가 그런 생각을 했던 거였어?'가 나오게 된다. 윤리 교과서나 교양 철학서에서 배배 꼬아 말했던 국어이지만 외계어가 마침내 조금은 이해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에 소소한 재미와 교양을 전할 수 있는 컨텐츠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나이가 몇인데 '웹툰'이라 할 수 있지만 어랏, 웹툰은 사실 '어른'의 영역인걸. 웹툰으로 서양철학에 더해 동양철학, 나중에는 물리, 화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모쪼록 책 읽는 걸 점점 더 싫어하는 사람들이 재밌는 웹툰 속에서라도 좋은 이야기를 담뿍 담아 갔으면 한다.

* 본 리뷰는 한빛비즈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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