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 가족 가면 벗기기
양혜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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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어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어쩐지 다행처럼 여겨진다. 지금이라서 비로소 공감하게 되는 감정들이 있다. 비교적 비슷한 동시대의 감각을 그대로 공감할 수 있어서 어떤 문장은 오래전 기억처럼 다가왔고, 또 어떤 문장은 내가 지나온 역사 그 자체와 맞물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보다,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선명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가족과 관계를 떼어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특정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와 여성, 가족이라는 굴레 안에서 살아낸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아주 사소한 경험처럼 보일지라도 어느 순간 결국 우리의 이야기로 번져온다. 가족은 때로 가장 든든한 편이 되어주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와 오래된 결핍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동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이 즉각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한 공감대가 있다. “맞아, 그때는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감각들. 그것을 발견하고 함께 숙고하며 이해되는 문장들을 만난다는 것은 읽기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자, 시간이 준 작은 혜택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박완서를 바라보는 양혜원 작가의 시선이었다. 누군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과 그 작품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만나는 경험은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글을 이렇게 세심하게 바라보는 누군가로부터 박완서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또 그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이해의 창이 열리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독자로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알고 있던 작품도 조금 다르게 보이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의 결들이 새롭게 살아난다.

더해서 이 책 안에는 가족에 대한 수많은 기억과 우리 삶 속 사소하지만 깊은 연민들이 담겨 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건져 올리는 인간의 민낯과 감정들, 그리고 그것을 공감과 이해의 시선으로 현재로 끌어오는 양혜원 작가의 밀도 높은 해석은 지금의 자신과 가족, 관계와 사회, 시대와 여성, 관념과 신념까지 자연스럽게 생각의 물꼬를 틔워준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누군가의 작품을 해설하는 책이라기보다,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삶과 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다양한 감정과 생각 속을 천천히 지나가게 된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자기만의 세계 안에서 살아가지만, 그것을 언어로 정리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해보려는 숙고의 과정이다. 특히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곳곳에서 깊이 있는 힌트와 생각거리를 건네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텍스트 자체로 하나의 충분한 이야기가 된다. 그렇기에 꼭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을 다 알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오래 살아낸 이야기를 조용히 전해 듣는 듯한 친밀함이 있다. 익숙한 이야기를 듣는 듯 편안하면서도, 어느 순간 아주 귀한 감각 하나를 건네받는 경험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동시대를 경험한 여성들에게 특히 더 추천하고 싶다.

#박완서가족에관한글쓰기 #인문에세이 #박완서 #도서추천 #서평

*도서증정 @reading__cat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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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앰비션 - 이기적 야망의 종말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이정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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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 자체를 다시 묻게 만드는 책이 있다. 『모럴 앰비션』은 그런 책이다. 그래서 그다음은? 이런일이 정말 가능할까? 질문을 던지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음 장에서 바로 해답을 건넨다. 읽는 일 자체가 하나의 설득이 되고, 어느 순간 생각은 행동의 감각에 가까워진다.

이 책은 선함을 연약한 것으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뜨겁고 강한 에너지로 바라본다. 우리는 흔히 야망을 성공, 경쟁, 성취와 연결하지만 『모럴 앰비션』은 전혀 다른 방향을 제안한다. 인간 안에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본능 또한 존재하며, 그것 역시 하나의 거대한 야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현실의 이야기와 구체적인 행동 속으로 끌어온다.

읽는 동안 이상하게 긴장이 생긴다. 누군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를 손에 들려주는 것 같은 감각이다. 그 긴장은 오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감각처럼 자연스럽다. 어쩌면 그러한 떨림 자체가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던 선한 야망의 시작을 알리는 울림인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 안에 그러한 공감의 씨앗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이상론에 머물지 않는다. 막연한 선의나 착한 마음을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우리가 가진 재능과 시간, 능력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아주 거창한 영웅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자리에서 삶의 방향을 조금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그래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지금 내 가능성을 어디에 쓰고 있는가. 나는 세상에 무엇을 더할 수 있는가.

이 책을 읽고 남는 이 열기는 무엇일까. 이 설렘과 긴장, 혹은 희망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더 나은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인지도 모른다. 뉴스와 사람들이 반복하는 냉소와 비관을 잠시 밀어내고, 인간이 여전히 세상을 바꾸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희망. 그것이 거대한 혁명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살리고, 하나의 문제를 덜어내고, 배제된 존재들을 향해 손을 내미는 작은 방향 전환들이 결국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된다는 확신. 『모럴 앰비션』은 바로 그 가능성을 뜨겁게 상기시키는 책이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속 어딘가가 가만히 있기를 거부한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만 살아가기엔,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여전히 수많은 문제 앞에서 흔들리고 있고, 누군가의 재능과 용기, 선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충분한 질문을 해왔다. 이제는 움직일 차례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나설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다.

#모럴앰비션 #휴먼카인드 #도서추천 #인문 #북스타그램

*도서증정 @influential_book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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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 지식 브런치 마스터 에디션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지식 브런치 지음 / 서스테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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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쪽이라는 분량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읽는 속도는 자꾸 붙는다. 한 꼭지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궁금해진다. ‘왜 저 나라는 저렇게 되었을까’, ‘왜 익숙한 제도와 문화는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었을까.’ 읽다 보면 호기심이 호기심을 끌어당기며 술술 넘어간다.

그동안 막연히 궁금했지만 명확히 알지 못했던 질문들에 하나씩 해답이 닿는 느낌이다. 마치 오래 가려웠던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효자손처럼,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세계의 빈칸들이 조금씩 채워진다. 단순히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감각이 따라오며 재미와 지식이 함께 붙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익숙하게 지나치던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뉴스 속 국제 정세나 나라 간 갈등, 종교와 문화의 차이, 경제적 격차 같은 것들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역사와 지리, 기후, 민족성, 관습 같은 긴 시간의 층위 위에서 읽히기 시작한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인 이유들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 복합성을 이해하는 순간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조금 넓어진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나 사회를 단선적으로 판단하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왜 그런 방식이 생겨났는지, 어떤 역사적 맥락과 환경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는지를. 그래서 결국 ‘왜?’라고 묻던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이 방대한 교양서는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조차 새롭게 연결되고,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하나의 맥락 안에서 다시 정리된다.

어쩌면 교양이란 많이 아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더 넓고 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아는 것’을 늘리는 책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열어주는 책이다. 읽고 나면 어느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넓어졌다는 기분이 든다. 그 변화가 괜히 어깨를 살짝 으쓱하게 만들기도.

#지식브런치마스터에디션 #삶이허기질때나는교양을읽는다 #교양서
#도서추천 #북스타그램

*도서증정 @sustain_books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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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웃음 -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최초의 선언 앳(at) 시리즈 10
엘렌 식수 지음, 이혜인 옮김 / 마티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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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언가를 읽는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모두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해에 앞서 감각하는 일이 먼저일 수 있다. 어떤 분위기, 설명되지 않는 인상, 문장을 읽고 난 뒤 몸 어딘가에 남는 흔들림 같은 것들. 그것들은 하나의 언어적 의미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감정과 사고가 언제나 언어 안에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때로는 감각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는 일이 오히려 더 깊은 이해의 방식이 되기도 한다.

엘렌 식수의 『메두사의 웃음』은 내게 그런 책이다. 낯선 개념어가 반복되고, 문장은 논리를 넘어 흘러넘치고 비약하며 방향을 튼다. 처음에는 문장마다 정확한 뜻을 붙들어야 할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단어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읽게 된다.

이 글은 어쩐지 하나의 선언문처럼 느껴진다. 지금 시대의 언어와는 또 다른 종류의 진취성이 있다. 누군가 오래된 질서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이미 단단히 굳어진 경계 자체를 흔들고 있는 듯한 인상. 여성적 글쓰기라는 개념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경계를 지우고 중심을 해체하며, 하나의 목소리와 질서로 정리되기를 거부하는 글쓰기라는 분위기만큼은 선명하게 감각된다.

그녀의 문장 자체가 이미 그러한 움직임을 닮아 있다. 문장은 어떤 정의보다 감각으로 기울고, 논리보다 해체에 가까워 보인다. 어쩌면 『메두사의 웃음』은 여성적 글쓰기에 관한 글이라기보다, 그 글쓰기 자체를 수행하는 하나의 실천처럼 여겨진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되도록 이론과 형식에 기대지 않으려 한다. 그것들을 충분히 알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거기에서 오는 더 나은 의미를 잘 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감정과 직관, 설명 이전의 인상과 전체적인 형상을 따라가는 편이 내게는 훨씬 풍부한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은 흔히 무언가를 이해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지만, 어쩌면 이해란 감각 이후에야 따라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메두사의 웃음』은 충분히 인상적이고 흥미롭다. 마치 누군가 익숙한 언어의 틈을 벌리며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말하기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장면처럼. 그것은 설명되기보다 먼저 감각되는 종류의 진취성이다.

#엘렌식수 #메두사의웃음 #여성적글쓰기 #도서추천 #서평

*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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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김희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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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통은 지나간 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 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책을 덮고 쉬었다가 다시 펼치기를 반복했다. 소설 속 네 여성의 이야기가 고통스럽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소설이 그 고통을 지나치게 담담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비명도 과장도 없이, 마치 오래된 흉터를 만지듯 담담하게 건네지는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깊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우리는 폭력을 하나의 사건처럼 이해하려 한다. 어떤 일이 있었고, 누군가는 상처를 입었고, 시간이 지나 회복하거나 극복하는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구조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폭력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삶의 방식이 된다. 어떤 소리는 오래도록 귓속에 남고, 어떤 공포는 몸의 움직임과 표정, 침묵의 습관 속에 스며든다. 그래서 이 작품 속 여성들은 살아남았음에도 여전히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간다. 살아간다는 말보다, 어쩌면 견디며 지나간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이해의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왜 떠나지 못했는가, 왜 견뎠는가, 왜 침묵했는가. 소설은 그것을 설명하거나 변호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현실적인 목소리로 말해진다. 사람은 언제나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두려움과 무력감, 죄책감과 생존이 뒤엉킨 상황 속에서 삶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일은 때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을 오래 바라보는 일이기도 했다.

이 작품에는 통쾌한 복수도, 완전한 치유도, 희망적인 화해도 없다. 삶은 그저 고통 이후에도 이어진다. 기억은 잊히지 않고,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삶은 좋은 기억보다 좋지 않은 기억을 더 선명하게 남긴다. 우리는 잊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완전히 절망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이야기의 힘 때문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기억을 말하는 일, 혹은 끝내 말하지 못했던 것을 글로 남기는 일. 그것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자기 삶을 다시 붙드는 방식처럼 보였다. 기억을 온전히 정리할 수 없어도,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도,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존엄에 가까워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성’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이 폭력의 기억이든, 상실이든,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슬픔이든. 쉽게 부서지지 않는 감옥 같은 기억 안에서 살아가다 문득 누군가와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혼자 글을 쓰며 자신을 겨우 붙들기도 한다. 완전한 회복은 없을지 모른다. 다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건네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아주 조금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책은 내게 담담함이 반드시 평온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오래 고통 속에 머문 끝에 울음 대신 담담함을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의 평온해 보이는 얼굴 뒤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그 질문 앞에서 오래 머물게 만든다.

#우리는한때같은성에살았고 #김희재 #다산책방 #소설추천 #도서추천

*도서증정 @dasanchaekbang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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