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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웃음 -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최초의 선언 ㅣ 앳(at) 시리즈 10
엘렌 식수 지음, 이혜인 옮김 / 마티 / 2026년 2월
평점 :
우리가 무언가를 읽는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모두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해에 앞서 감각하는 일이 먼저일 수 있다. 어떤 분위기, 설명되지 않는 인상, 문장을 읽고 난 뒤 몸 어딘가에 남는 흔들림 같은 것들. 그것들은 하나의 언어적 의미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감정과 사고가 언제나 언어 안에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때로는 감각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는 일이 오히려 더 깊은 이해의 방식이 되기도 한다.
엘렌 식수의 『메두사의 웃음』은 내게 그런 책이다. 낯선 개념어가 반복되고, 문장은 논리를 넘어 흘러넘치고 비약하며 방향을 튼다. 처음에는 문장마다 정확한 뜻을 붙들어야 할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단어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읽게 된다.
이 글은 어쩐지 하나의 선언문처럼 느껴진다. 지금 시대의 언어와는 또 다른 종류의 진취성이 있다. 누군가 오래된 질서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이미 단단히 굳어진 경계 자체를 흔들고 있는 듯한 인상. 여성적 글쓰기라는 개념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경계를 지우고 중심을 해체하며, 하나의 목소리와 질서로 정리되기를 거부하는 글쓰기라는 분위기만큼은 선명하게 감각된다.
그녀의 문장 자체가 이미 그러한 움직임을 닮아 있다. 문장은 어떤 정의보다 감각으로 기울고, 논리보다 해체에 가까워 보인다. 어쩌면 『메두사의 웃음』은 여성적 글쓰기에 관한 글이라기보다, 그 글쓰기 자체를 수행하는 하나의 실천처럼 여겨진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되도록 이론과 형식에 기대지 않으려 한다. 그것들을 충분히 알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거기에서 오는 더 나은 의미를 잘 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감정과 직관, 설명 이전의 인상과 전체적인 형상을 따라가는 편이 내게는 훨씬 풍부한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은 흔히 무언가를 이해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지만, 어쩌면 이해란 감각 이후에야 따라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메두사의 웃음』은 충분히 인상적이고 흥미롭다. 마치 누군가 익숙한 언어의 틈을 벌리며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말하기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장면처럼. 그것은 설명되기보다 먼저 감각되는 종류의 진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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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