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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평점 :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언제 읽어도 강렬한 첫 문장이다. 자신의 가장 근원적인 존재이자 생의 뿌리와도 같은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그것이 언제였는지조차 분명히 알지 못하는 무심함. 이 짧은 문장이 만들어낸 모호한 감각은 소설이 진행될수록 뫼르소의 목덜미를 점점 더 죄어온다.
어떤 소설은 너무 많은 것을 품고 있어서 오히려 할 말이 없어진다. 가장 적게 말하면서 가장 많은 것을 남기는 소설. 짧고 명료한 문장과 단순한 사건들 사이에는 수많은 해석이 들어설 수 있는 넓은 틈이 있다. 모든 것을 말해버린 작품은 언젠가 그 말을 다 잃어버릴 수 있지만, 침묵할 줄 아는 작품은 독자가 품은 시간만큼 계속 새로운 말을 만들어낸다. 위대한 소설의 힘은 언제나 평범한 것을 평범한 채로 두면서 그 안의 심연을 보여주는 데 있다.
1부를 읽는 동안 뫼르소에게 끊임없이 모호한 감정을 느꼈다. 응당 ‘사람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어떤 기준을 가져와 그를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2부의 재판에 이르러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다. 법정의 사람들이 뫼르소에게 하는 일이 이미 내가 그에게 하고 있던 일이었다는 것을.
누가 뫼르소를 이방인으로 만드는가.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이방인으로 만드는 심판자인 동시에, 다른 누군가의 기준 안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이방인인지도 모른다. 뫼르소는 사회의 이방인이지만 우리는 뫼르소에게 이방인이며, 인간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결국 서로에게 낯선 존재로 남는다. 아무리 가까워져도 타인의 내면 전체로 들어갈 수 없고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번역해 전달할 수도 없다면, 인간에게는 끝내 제거할 수 없는 어떤 고독이 남는다.
종교가 선과 악을 나누고 사회가 인간을 수많은 범주로 분류하려 할 때, 그는 그 경계 어딘가에 무심히 서서 그러한 구분이 정말 절대적인 것인지를 되묻게 하는 독보적인 존재처럼 보인다.
뫼르소에게는 어떤 신념조차 없어 보인다. 그는 자신의 감정과 삶을 그 이상의 것으로 꾸미지 않고, 자신이 믿지 않는 의미를 믿는 척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자신조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게는 상황만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 사실에 끊임없이 이유와 의미를 채워 넣으려 한다. 그렇게 한 인간을 이해했다고 믿으며 우리는 그를 이방인으로 분류하고, 누군가를 구분 짓는 일을 반복한다.
그토록 무심하던 뫼르소가 처형을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격렬한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아마 이 소설에서 가장 응축된 힘을 발산하는 클라이맥스가 이 장면일 것이다. 죽음 앞에서조차 자신이 믿지 않는 초월적인 의미에 기대지 않는 모습은 뫼르소를 어떤 관념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승화시킨다.
한 사람을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을 말하고, 한 사람의 고독을 통해 우리 모두의 고독을 드러내는 『이방인』. 뫼르소를 판단하려던 순간,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로 되돌아온 화살과 마주하게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이렇게 멀리까지 갈 수 있다는 것.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그토록 거대한 인간성을 이토록 적은 말로 남겼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경이롭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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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