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미술관 - 〈모나리자〉부터 〈절규〉까지 도난당한 걸작 50점에 얽힌 미스터리 사건 파일
수지 호지 지음, 안진이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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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아차릴 만큼 유명하고 가치 높은 그림들이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보존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미술관에서 마주하는 예술이 생각보다 훨씬 불안정한 운명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많은 작품이 도난당하고 사라진다. 돈을 위해 훔치고,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약탈하며, 때로는 정치적 목적이나 뒤틀린 소유욕이 예술을 제자리에서 떼어놓는다. 놀랍게도 그렇게 사라진 작품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은 적잖이 충격적이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비밀 창고에 잠들어 있을 수도 있고,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없는 장물이 되어 떠돌고 있을 수도 있으며, 어떤 작품은 이미 흔적조차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토록 많은 작품이 사라졌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은 설명하기 어려운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

예술 작품의 도난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단지 값비싼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에는 한 인간의 시간과 감각이 남아 있고,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것을 바라봐온 사람들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작품이 수백 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것은 수많은 전쟁과 재난, 사회의 변화와 인간의 죽음을 지나서도 누군가가 그것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건네왔을 만큼의 가치를 지녔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난은 그렇게 이어져온 긴 역사적 연결을 한순간에 끊어버린다.

애석하게도 작품이 사라지고 나서야 오히려 그 존재가 더욱 선명해지기도 한다. 빈 벽과 빈 액자는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늘 볼 수 있을 때는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는 순간 간절해지는 것은 예술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인간은 존재보다 부재를 통해 어떤 것의 가치를 더 또렷하게 깨닫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도난이라는 사건 자체가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품을 둘러싼 기이한 운명은 때때로 우리가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사라졌는지, 어디를 떠돌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돌아왔는지를 알게 되면 그림은 더 이상 미술사 책 속의 납작한 이미지로만 남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에도 인간의 욕망과 탐욕, 전쟁과 권력, 우연과 집착이 뒤엉킨 긴 생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미술관에 걸린 작품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동이 더 귀한 순간으로 여겨졌다.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 누군가가 오랜 시간 지켜왔고,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통과한 끝에 지금 이 순간 내가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다음번 미술관에서는 그림 앞에 조금 더 특별한 마음으로 머물 것 같다.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심히 지나치기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실물을 마주할 수 있다는 우연과 행운을 생각하며, 더 큰 감동과 감사함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사라진 수많은 작품의 이야기는 결국 남아 있는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값진 이야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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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hdjsbooks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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