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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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품집이라서일까. 무엇보다 작가마다 가진 고유한 글쓰기 방식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문장의 길이와 호흡, 장면을 전환하는 방식, 인물을 바라보는 거리, 이야기를 어디까지 말하고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까지 모두 새로웠다. 처음에는 이질적일 만큼 어색하게 읽히던 문장에 점점 흥미를 느끼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결국 그 방식에 설득당하는 경험이 신선했다.

특히 대상 수상작인 박솔뫼의 「사과」가 인상 깊었다. 문장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듯 긴 호흡으로 이어지고, 충분히 큰 사건이라 할 만한 일조차 전조나 강조 없이 문장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놓인다. 장면과 사건 역시 예고 없이 툭 전환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흐트러진다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그 무심한 듯 이어지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의 기억과 생각이 실제로 움직이는 방식에 가까운 리듬처럼 느껴진다. 무엇을 중요하다고 미리 표시해 주지 않기에 독자가 스스로 문장 속에 놓인 것들의 무게를 발견하게 되는 점도 좋았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한 여성 화자의 이야기 안에 생각보다 묵직한 것들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방식, 개인의 삶을 둘러싼 사회의 모습까지. 작가는 그것을 쉬이 결론 내리지 않는다. 평범한 삶의 장면들 사이에 그저 조용히 놓아두었고, 그래서 읽고 난 뒤 더 많은 생각이 남았다. 짧은 소설 안에 인간과 관계와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시선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우수작들에서도 각각의 고유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읽어온 완결되고 매끄러운, 어쩐지 잘 정제된 글들과는 조금 다른 날것의 감각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거칠거나 미완성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쉽게 다듬어 하나의 모양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보존되는 개성과 생생함에 가까웠다. 어떤 작품은 문장으로, 어떤 작품은 인물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또 어떤 작품은 예상하지 못한 상상의 이야기로 자신의 세계를 드러냈다.

여섯 편 모두 그 안에는 작가마다 분명하고 견고한 세계가 있었다. 실험적인 문장과 리듬을 따라가다가 어느새 이야기의 다음을 궁금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소설이 끝난 뒤에는 이야기 자체가 지닌 힘에 대해 오래 곱씹게 되었다.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삶의 순간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가. 좋은 소설은 반드시 답을 주지 않아도 이렇게 많은 질문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특히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꽤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잘 쓰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좋은 문장의 모양을 닮아가는 것만이 글쓰기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가 분명하다면 문장의 호흡도, 이야기의 구조도, 삶을 포착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새로운 것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형화된 틀 안에서 얼마나 매끄럽게 쓰느냐보다 무엇을 바라보고, 그것을 얼마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느냐인지도 모르겠다.

여섯 명의 작가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어느 누구의 문장도 다른 누구의 문장과 같지 않은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 그 차이를 한 권 안에서 연이어 만나는 일은 무척 신선했다.

익숙한 문장 밖으로 독자를 이끌며 이렇게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 조금 낯설어도 그 낯섦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하나의 견고한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 역시 결국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사유에 닿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좋은 글의 모양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수상작들을 읽고 나니 오히려 좋은 글에는 정해진 모양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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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vook_da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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