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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이동우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서평을 신청한 이유는 단순하다. 8월에는 서평을 한 번도 하지 않았기에 서평단으로서의 의무감에 신청한 책이다. 그런데 일반적이고 뻔한 자기개발서를 상상했던 나를 배신한 책이다. 간만에 마음에 쏙 드는 자기개발서를 만났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다 읽고 리뷰를 쓰는 지금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제목은 '말하기'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내용들은 말하기 뿐만 아니라 글쓰기와 나아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에까지 적용가능하다.
기본적이지만 기본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득하는 책은 처음 만난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본기 중 내 기억에 가장 오랫동안 남은 것은 세가지 이다. 심리적 거리, 되도록 말을 하지 말 것, 그리고 손으로 글을 쓸 것이다.
<p.39 앞서 노련한 영업자가 친밀한 거리에서 설득을 시도할 수 있었던 건 사회적 거리에서 개인적 거리로, 개인적 거리에서 친밀한 거리로 차근차근 단계별로 거리르 좁혀나갔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말하기 전에 상대방이 잘 들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설득하는 순간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따면 가장 좋습니다>
심리적 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심리적 거리를 이용해 설득에 이르는 과정을 명확하게 이해시켜 준 사람은 이 작가가 처음이었다. 특히나 이러한 설득의 기술은 화려한 언변을 가진 영업사원에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일반적인 말하기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되짚어주었기 때문에 인상이 깊었다. 과연 나는 심리적 거리를 순서대로 잘 지켰는지, 너무 멀거나 갑작스럽게 가까이 다가간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p.45 우리는 직감적으로 말 많은 사람과 말 잘하는 사람을 분간합니다. 솔직히 말 많은 사람은 거슬리죠.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멋지게 떠들어도 우리는 그를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말이 많지 않습니다. 그들은 해야 할 이야기를 하고, 청중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할 줄 압니다... p.94 성공한 플랫폼이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우버, 애플 등은 고객의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진정으로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잘 듣는 사람'이라다는 말은 흔하게 들어왔던 말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듣거나 책을 읽을때마다 내가 말하기 보다는 타인이 말하는 것을 듣겠다고 결심하지만, 막상 대화를 시작하면 말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 내가 아는 내용이 나오면 아는체도 하고 싶고, 듣기만 하는 것이 지겨워 나도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그동안 내가 말을 적게 해야하는 진짜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꼈던 것 같다. 저자가 말한 '고객의 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존재'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상대방의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 이 목표를 위해서 요약정리를 잘해서 심플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고 때문에 장황하게 수다를 떨기보다 핵심을 말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을 보고 우리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을 적게 해야하는 필요성을 찾은 것 같았다.
<p.252 글을 쓰는 건 종합 행위입니다. 정리하거나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순간, 두 가지가 한꺼번에 완성되죠.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생각을 어떻게 행동에 옮겨야 할지도 알게 됩니다. 말할 때 자꾸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글로 직접 써보세요. 글로 옮겨보면, 어렵게 느껴졌던 부분이 실은 아주 작은 문제였음을 알게 됩니다>
저자는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오랜시간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훈련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저자는 독서방송과 라디오방송, 강의 등을 하기전에 직접 손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손으로 직접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높아지며 무엇보다 말을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꼈던 점이 바로 다른 책들과는 달리 집중하기 좋고 가독성이 뛰어난 책이라는 것이었다. 이 책은 글을 읽는다기 보다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보통 책을 소리내어 읽으면 호흡보다 긴 문장때문에 숨이 모자라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문장들은 소리내어 읽어도 벅찬 문장이 하나도 없다. 어조와 억양이 느껴지는 것처럼 살아있는 문장이 바로 이 손으로 글쓰기에서 비롯된 모양이다.
저자가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읽고 바로 실천에 옮겨보았다. 책 사이에 작은 메모지를 끼워두고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메모해 보았다. 원래 나는 리뷰를 쓸때 문장이 장황하게 늘어진다. 스스로도 그것을 자각하지만 막상 글을 쓰다보면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데 저자의 조언에 따랐더니 문장이 이전에 비해 훨씬 간결해졌다. 또한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고 상상하면서 글을 썼더니, 문어체 느낌이 강했던 단어들을 구어체에 가까운 단어로 고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저자의 조언을 잊지 않고 실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글을 잘 쓰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었다.
+ 기억해 두고 싶은 다른 이야기들
<p.153 조직 생활에서도 가끔 열정만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의 말은 늘 그럴싸하지요.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열정만 가지고는 목표를 이룰 수 없습니다. 평정심을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해야 비로소 목표에 가 닿을 수 있는 것이죠>
<p.251 심리학자 데이비드 엘키드는 이러한 현상을 상상 속의 청중 효과라고 일컬었습니다.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믿으며 상상 속의 청중을 의식하며 행동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보통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씁니다>
<p.256 자기중심주의를 버리세요. 우선 여러분이 아는 것을 다른 삶도 알 거라는 전제를 버려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할 때 상대방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로 시작해야 해요>
<이 리뷰는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