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게 된 모든 것 - 기억하지 못하는 상실,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
니콜 정 지음, 정혜윤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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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에 입양된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친부모를 찾아 나선 저자의 어린 시절과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진실들은 아프고 분노하게 되고, 안타깝고 슬프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에세이가 아닌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입양, 스토리라고 하면 흔히 둘 중 하나를 떠올리기 쉽다. 좋은 양부모 밑에서 성공한 입양아가 친부모와 행복하게 상봉하는 것이나 나쁜 양부모를 만나 학대를 받으며 불행한 삶을 사는 것. 단순히 이 두가지만 생각했는데, 저자의 경우는 둘 다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이야기는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가장 최근에 봤던 드라마는 '서른, 아홉' 이라는 드라마였는데 극중 주인공 중 한명이 손예진이 좋은 환경에 입양되 자란 피부과 의사로 나온다. 좋은 직업에 좋은 부모님에 좋은 언니를 두었지만 그 때 버려진 상처 아픔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여행을 계획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남자도 여동생이 입양아였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파양하여 여동생을 찾아 한국에 들어 왔었다.

좋은 이면만 있는게 아닌 모두 가슴아프게 살아가는 걸 보면서 입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니콜 정의 이야기도 가슴 아픈 과거부터 시작이 된다. 물론 글 자체는 오히려 담담하게 그려내는데 그게 더 마음이 아팠다.

"우리 부모님은 왜 이런 곳에서 날 키우지 않은 걸까?
그때 내 마음속에는 낯설지만 희망에 찬 생각의 씨앗이 하나 심어졌다. 저 머나먼 한국이 바로 이 곳 내 나라에, 내 얼굴이 유달리 여겨지지 않는 장소가 실재한다는. "

자신의 찾아나섰다가 마침내 더 단단해져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감동적인 자아 찾기 스토리.

입양 가족도, 진정한 가족을 바라는 사람도 모두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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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앤 전집 세트 - 전8권 (완역본) 빨간 머리 앤 전집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유보라 그림,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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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양장에 앤과 너무 잘어울리는 빨간색 표지가 소장 욕구를 일으킨다 생각했는데 책표지를 넘겨보니 더 그런 마음이 든다.
​이렇게 예쁜 일러스트라니~
어렸을 때 읽었던 빨간 머리 앤과 지금은 느낌이 정말 달랐다. 그때는 앤이 그냥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 안쓰럽지만 밝고 재밌는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인생책이라고 하는지 알꺼 같다.
나이가 들 수록 놓치기 쉬운 감성들, 표현들, 조언과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어머 얘들아 저길 좀 봐. 온통 제비꽃이야! 추억의 그림첩에 간직해야겠어. 내가 여든 살이 되어도 눈을 감으면 저 모습이 떠오르겠지?"
특히나 공감이 되는 것은 시작은 원치 않는 (남자아이를 바랬기에) 아이였지만 양육하고 가르치고 진심이 되어 가는 마닐라 커스버트 아주머니였다. 앤의 환경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가르치는 모습에서 배울 부분이 정말 많은 '어른'이었다. 물론 처음엔 꽉 막혀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앤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아름다움이라면 마닐라 아주머니의 조언은 단단함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함께할 단짝 친구 다이애나와의 만남도 참 아름답다. 고풍스러운 꽃들이 만발한 정원, 장밋빛 금낭화, 화려한 진홍빛 작약, 가시는 많지만 향기로운 스코틀랜드 장미, 희색의 매발톱 꽃, 라일락 처럼 연한 보랏빛 비누풀
눈 앞에서 펼쳐지는 느낌이 드는 표현에 기분이 좋아진다.
장면장면 디테일한 표현이 감탄을 자아 내기도 하는데
"그래 그래 얼른 가봐라 앤 셜리, 너 정신 나갔니? 당장 돌아와서 뭐라도 걸치지 못해! 이거 원, 내가 바람한테 말하는 것 같네. 아니 모자도, 외투도 그냥 두고 가버렸잖아. 머리를 휘날리면서 과수원까지 신나게 내달리고 있어. 저러다 지독한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네."
정말 내 눈앞에서 앤이 뛰어 나가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시간이 지날 수록 뒤로 마닐라 아주머니의 사랑도 느껴진다. 앤의 마지막 결정도 마닐라 아주머니에 대한 사랑 이였겠지 .
"앤의 외모가 한참 떨어지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앤이 그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다른 아이들의 얼굴은 평범하고 지나치게 꾸며놓은 것 처럼 보여요. 앤이 수선화라고 부르는 6월 백합이 커다랗고 빨간 작약 옆에 피어 있는 것 같다니까요.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시 낭송을 하던 아름다워진 앤과 그 모습을 보고 반한 거 같은 경쟁자 길버트의 모습도 흥미롭고, 근사한 적수에서 앞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이 될런지 궁금해진다.
참 친절하게도 어려운 단어가 있을 때마다 붙어 있는 각주가 있어 아이가 읽어도 어려움 없이 읽힐 것이라 아이에게도 읽어보길 권했고 언젠가 8권 전집을 구비해서 함께 얘기하며 읽어나가고 싶어졌다.
원작의 감성과 말맛이 그대로 전하는 번역, 우리의 감성까지 건드리는 앤이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 가득한 아름다운 소설 '빨간 머리 앤' 오랜 시간 다시 가슴 따뜻하게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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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서울 2023
이우 외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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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소설가 김동인과 주요한이 창설한 문학 동인지 '창조'
우선 창조가 궁금했다.
"우리 문학에서 《창조》는 그때까지의 계몽주의적 성격의 문학을 밀어내고, 완전한 구어(口語)체의 문장을 쓰면서 현대 문학사조(思潮)의 새로운 영역인 사실(寫實)주의 및 자연주의 문학을 개척하는 데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창간호에서 보인 주요한의 자유시 〈불놀이〉, 김동인의 소설 〈약한 자의 슬픔〉, 전영택의 소설 〈혜선의 사〉 등은 우리 현대문학사에 뚜렷한 이정표를 세운 작품들이다."​

나는 전통을 계승하는 것을 멋지게 생각한다. 문학동인지 창조에 영감을 받아 시작한 문학서울의 첫번째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어 작은 영광이자 기쁨이다.

2023 창립멤버의 소설 5편을 담고 있는데 어떤 이야기는 갸우뚱하게 되고 어떤 이야기는 가슴을 몽글몽글 하게 해줬으며, 어떤 이야기는 눈물 짓게 하고, 어떤 이야기는 불편했다. 이렇게 다양한 느낌의 소설들을 다 접할 수 있는 문학서울의 앞으로의 소설들이 기대된다. 첫 시작이라 인터뷰를 함께 담은 건지 앞으로도 함께 담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이후 작가님들의 인터뷰는 그 소설을 쓴 작가님들이 이런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가깝게 느껴진다.
이우 작가님 인터뷰에서 처럼 문학서울이 이시대를 살아가는 소설가들이 연대할 수 있는 장이며, 동시에 우리의 문학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세계가 되길 바라며 문학서울의 시작을 응원한다.
가장 마음이 간 소설은 이수현 작가님의 '미로'이다. 미로는 택배 기사의 삶과 애환, 그리고 사회를 다룬 작품으로 어딘가 있을법한 주인공과 안타까운 현실을 담아 냈는데 따뜻하면서 슬펐던 초코릿 같은 소설이었다. (그게 얼마나 위로를 주는 맛인지..) 안군이 조금은 행복해 졌기를 김씨는 편안해졌기를 눈물을 훔치며 생각했다.

​[공감]

차라리 몰랐더라면
우리는 서로 관계에 대한 책임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차라리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더라면 오히려 서로를 더 사랑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첫사랑
그것은 아마도 아직은 겨울처럼 느껴지는 캠퍼스의 눈 쌓인 풍경 속에서 가느다란 한줄기 봄기운을 느낀 내 영혼이 무의식 중에 그녀와의 이 만남이 새로운 계절의 도래처럼 반드시 찾아와야만 할 행복이 내게 다다른 것이라고 속삭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면 아래서
느리고, 조용하고, 슬픔이 짙게 밴 민호의 젖은 목소리가 수겸의 가슴 속에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은정이는 지금쯤 어디 있을까?"

미로
닿지 않는 곳까지 올라가 그들이 원하는 물품을 놓아주는 것. 그 지점에 우리의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우리, 사람답게 살아가자

분노든 아쉬움이든 슬픔이든 어떠한 사람을 온전히 떠나보내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조차 없었다. 어렴풋한 슬픔과 걱정이 각각 잠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어림짐작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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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사회 - 순 자산 10억이 목표가 된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임의진 지음 / 웨일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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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편해지면 다른 누군가는 불편해지는 것이 맞는가? 이 책의 말처럼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을 쌓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방향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여전이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따뜻한 마음과 그들을 기꺼이 믿으려는 의지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사실의 직시나 진리 탐구가 아니라 현상을 대하는 하나의 관점이자 해석을 해보는 책이다. 동시에 우리 사회를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고민하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읽으면서 고민도 되고 많은 생각이 나기도 해서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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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부에 대한 태도와 무관하게 사회 구성원 대부분의 머릿속 한구석에 존재하는 개념이기에 많은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이야기하며 그에 이르는 전략과 전술을 설명하고, 또 다른 이들은 그러한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중요한 질문이 하나 빠져있다. 경제적 자유 다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자신의 일을 지속하더라도 충분히 인간다운 삶을 살고, 그러한 삶에 만족하는 사회가 정상적이고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남들보다 돈을 덜 벌어서 조금 덜 누리는 것은 개인의 선택으로 두되, 그럼에도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러한 삶이 가능하지 않다. 돈 없으면 불편하고 힘든 사회, 자살률이 높은 사회, 불평등한 사회라는 것을 각종 통계가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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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인티N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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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 박웅현 작가님이 책은 도끼다 출간 이후 인문학 강의를 다니시며 딸에게 해주었던 삶을 대하는 태도, 방향, 그리고 좀 더 올바른 시각으로 삶을 대하길 바라는 마음을 써낸 책이다.
10년전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었다고나 할까. 자존, 본질, 인생과 같이 단어만 들어도 어려운 것들을 읽기 쉽고 실천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쉽게 표현해주셔서 좋았고, 이야기 속 음악이나 (지금도 듣고 있는 슈베르트) 소설가, 시, 글까지 어느것 하나 마음에 와닿지 않는게 없다.

어느 나이에 읽어도 좋을 멋진 책 '여덟단어'를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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