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앤 전집 세트 - 전8권 (완역본) 빨간 머리 앤 전집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유보라 그림,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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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양장에 앤과 너무 잘어울리는 빨간색 표지가 소장 욕구를 일으킨다 생각했는데 책표지를 넘겨보니 더 그런 마음이 든다.
​이렇게 예쁜 일러스트라니~
어렸을 때 읽었던 빨간 머리 앤과 지금은 느낌이 정말 달랐다. 그때는 앤이 그냥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 안쓰럽지만 밝고 재밌는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인생책이라고 하는지 알꺼 같다.
나이가 들 수록 놓치기 쉬운 감성들, 표현들, 조언과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어머 얘들아 저길 좀 봐. 온통 제비꽃이야! 추억의 그림첩에 간직해야겠어. 내가 여든 살이 되어도 눈을 감으면 저 모습이 떠오르겠지?"
특히나 공감이 되는 것은 시작은 원치 않는 (남자아이를 바랬기에) 아이였지만 양육하고 가르치고 진심이 되어 가는 마닐라 커스버트 아주머니였다. 앤의 환경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가르치는 모습에서 배울 부분이 정말 많은 '어른'이었다. 물론 처음엔 꽉 막혀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앤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아름다움이라면 마닐라 아주머니의 조언은 단단함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함께할 단짝 친구 다이애나와의 만남도 참 아름답다. 고풍스러운 꽃들이 만발한 정원, 장밋빛 금낭화, 화려한 진홍빛 작약, 가시는 많지만 향기로운 스코틀랜드 장미, 희색의 매발톱 꽃, 라일락 처럼 연한 보랏빛 비누풀
눈 앞에서 펼쳐지는 느낌이 드는 표현에 기분이 좋아진다.
장면장면 디테일한 표현이 감탄을 자아 내기도 하는데
"그래 그래 얼른 가봐라 앤 셜리, 너 정신 나갔니? 당장 돌아와서 뭐라도 걸치지 못해! 이거 원, 내가 바람한테 말하는 것 같네. 아니 모자도, 외투도 그냥 두고 가버렸잖아. 머리를 휘날리면서 과수원까지 신나게 내달리고 있어. 저러다 지독한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네."
정말 내 눈앞에서 앤이 뛰어 나가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시간이 지날 수록 뒤로 마닐라 아주머니의 사랑도 느껴진다. 앤의 마지막 결정도 마닐라 아주머니에 대한 사랑 이였겠지 .
"앤의 외모가 한참 떨어지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앤이 그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다른 아이들의 얼굴은 평범하고 지나치게 꾸며놓은 것 처럼 보여요. 앤이 수선화라고 부르는 6월 백합이 커다랗고 빨간 작약 옆에 피어 있는 것 같다니까요.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시 낭송을 하던 아름다워진 앤과 그 모습을 보고 반한 거 같은 경쟁자 길버트의 모습도 흥미롭고, 근사한 적수에서 앞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이 될런지 궁금해진다.
참 친절하게도 어려운 단어가 있을 때마다 붙어 있는 각주가 있어 아이가 읽어도 어려움 없이 읽힐 것이라 아이에게도 읽어보길 권했고 언젠가 8권 전집을 구비해서 함께 얘기하며 읽어나가고 싶어졌다.
원작의 감성과 말맛이 그대로 전하는 번역, 우리의 감성까지 건드리는 앤이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 가득한 아름다운 소설 '빨간 머리 앤' 오랜 시간 다시 가슴 따뜻하게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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