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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ㅣ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평점 :
이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 시인이 표현한 구름에 대한 영감으로 가장 아름다운 글을 모은 것이다.
"하늘 위에서 물결치고, 음영을 그리고, 부채처럼 펼치고, 얼룩을 남기고, 점을 찍고, 실핏줄처럼 뻗고, 베일처럼 가리고, 솜처럼 흩날리는 구름 형상 없는 형상이자 무에서 생겨나 다시 무로 돌아가는 구름 종자 불수 없는 구름의 비행은 방향에도 지속에도 구속되지 않으며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그저 눈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시에는 그런 구름을 억지로 잡으려 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미지를 영원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만든다."
구름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누구도 붙잡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
시는 그 덧없고 잡히지 않는 구름을 언어로 붙잡아, 영원한 이미지로 남긴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기한의 날이면 나는 회복되는 느낌을 받는다. 고통 없는 피로감, 거부감 없는 순응, 자기 경멸 없는 감사함, 삶이 다시 천천히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다시 꽃을 꺾고 다시 산책 지팡이를 가꿔놀고 다시 살아간다. 나는 또다시 이겨냈다. 앞으로도 이겨낼 것이다. 아마도 자주."
이 책에서 가장 여운이 남았던 부분이다.
또다시 이겨내고 앞으로도 이겨낼 것이라는 확신.
우리의 삶은 계속 시련이 함께 하겠지만 그만큼 회복도 될거라는 믿음, 이 담담함에서 오히려 큰 위로를 받는다.
"단 한 번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혼란스럽게 다가오던 것들이 시속에서 분명하고 단순해진다. 꽃은 웃고 구름은 비를 뿌리고 세상은 의미를 갖고 묵묵한 것들을 말을 한다."
복잡한 논리나 화려한 말이 아니라 짧은 순간과 한 질서에서 위안을 느낀다.
이 책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 하다.
삶은 혼란스럽지만, 거울을 들여다보듯 잠시 멈춰 서면 단순해진다고
꽃은 피고, 구름은 비를 뿌리고, 세상은 제 의미를 다하고 있다고
우리는 그 안에서 조금씩 회복하며 다시 살아가면 된다고
그래서 순간 순간 소중히 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