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아이들의 관계 문제를 "사소하다", "별일 아니다" 하고 규정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판단 기준이 애매하고 복잡하지만 일단은 피해자가 느낀 마음의 상처나감정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기준 삼아 문제의 심각성을 살피는 것이 우선입니다. (p.23)
그러나 수치심 자체를 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수치를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 현대 사회에서조차, 우리가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수치심의 잠재적인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p.47)
가장 유독하고 자아도취적인 형태로, 경쟁은 이 세상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승자들과 경멸의 대상이 되는 패자들 간의 전장으로 바꿔놓는다. 이 자기애적인 세계관에서 자존감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 된다. 오직 상대방을 깎아내림으로써 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는 식이다. 이는 시소와 비슷한 구도라고 상상해볼 수 있다. 상대방을 수치심에 밀어 넣을 때마다 나는 승리를 거두지만, 동시에 상대방이 다시 성공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하면 역으로 내가 내려갈 것을두려워하게 된다. (p.78)
"우리에게도 명예가 있어."
다만 조르르 늘어놓은 마트료시카 인형을 볼 때면, 오래전 제일 작은 인형을 쓰다듬으며 외삼촌의 진심을 믿었던 엄마처럼 혹시 나도 안쪽에 숨어 있는 인형은 까맣게 모른 채 듬직하게 우뚝 선 제일 큰 인형만 보면서 오해한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생겼다.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