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셋이서, 서로의 콧김이 생생히 닿는 터무니없이 가까운 거리에 다정한 듯 둘러앉아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내가 열다섯 살이 아니라 다섯 살이라면 입을 최대한 커다랗게 벌리고서, 으아, 하는 괴성을지르며 울어 버릴 수 있을 텐데. 이 어색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뒤집어 버릴 수 있을 텐데, 어떤 시기로부터 아주 멀리 와 버렸다는 실감이 들었다. - P57
언제나 시간이 가만히 흘러서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이동하는 것은 나였어. 그리고 이동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아가 되지 않는 것이었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가 사실을 부정했다고 속단하고, 그안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결합 오류를 이끌어 내는 전형적인 사고 패턴이다. 하지도 않은 말인데 살을 붙이는 실수는 상대의 의도를 오해하게 만드는 시발점이 된다. - P86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자기를 빛내 줄 무언가를 찾는다. 그 대상이 자신을 빛나게 해주지 못하면 그럴싸한 이유를 갖다 붙인다. 상대를 더 어둡게 만들어 자신을 밝게 만든다. 하지만 회색인 내가 검은 상대 곁에 있다고 흰색이 되는 건 아니다. - P97
"에르네스트, 또 보자. 언제든 밥 먹으러 와.""저 아니어도 밥 먹을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16인분이나 17인분이나 그게 그거지!" - P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