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문제는 내가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못한 데서 시작됐다. 아름답고 섬세한 얼굴을 타고난 축복받은 사람도 조금만 자세히 뜯어보면 못생기고 투박한 얼굴과 똑같은 지옥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냥함까지 더해져서 더욱 돋보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은 투박한 얼굴보다 더 큰 고통의 조짐을 내포하고 있었다.
베테랑 작가는 새 작품을 쓰기 시작할 때마다 ‘이 이야기로 500쪽을 어떻게 채우지?’ 하고 걱정하지만, 쓰다 보면 어느새 ‘이 이야기를 어떻게 500쪽 안에 끝내지?’ 하고 고민하게 된다.
또 그놈의 오죽하면 타령이었다.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아버지의 십팔번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오죽해서 아버지를 찾는 마음을 믿지 않았다.
우리 모두 몸 어디에 상처가 있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기도 하고. 깨진 화병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듯이 우린 그 상처를 지울 수 없지. 그렇지만 우리의 이야기로 그 상처에 의미를 담을 수는 있단다. - P134
멀리 떨어진 별의 중력도 사라지지 않고 지구에 영향을 미치듯, 멀리 떨어진 사람의 고통에도 우리는 도덕적 책임을 진다. 하지만 그 거리가 멀면 멀수록 책임의 크기는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