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로 가야 했는데 가지 못했다. 나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얻어맞았다. 그 과정에서 릴라와 나의 사고방식이 뒤바뀌는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비가 와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나는 익숙했던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니노는 우리 동네에 감염되지 않고 들어왔다 나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셋이서, 서로의 콧김이 생생히 닿는 터무니없이 가까운 거리에 다정한 듯 둘러앉아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내가 열다섯 살이 아니라 다섯 살이라면 입을 최대한 커다랗게 벌리고서, 으아, 하는 괴성을지르며 울어 버릴 수 있을 텐데. 이 어색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뒤집어 버릴 수 있을 텐데, 어떤 시기로부터 아주 멀리 와 버렸다는 실감이 들었다. - P57
언제나 시간이 가만히 흘러서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이동하는 것은 나였어. 그리고 이동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아가 되지 않는 것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