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고양이는나이를 먹을수록 애교가 늘고, 길고양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눈치가 늘지. (p.56)
그래도 우리는 괜찮다. 수많은 밤을 함께 연습했으니까. 빙판 위를 달리면서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바다를 걷고 뛰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알았으니까. 밤을 달려서 이 세계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으니까. (p.117)
나, OK슈퍼 둘째 아들 정맑음!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는 그순간부터 느낌이 온다.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갈 손님인지, 이것 꺼내 달라 저것 보여 달라 귀찮게 할 손님인지 딱 보면 안다.여태껏 내 예감은 틀린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과자 질소 도난 사건은 느낌이 아주 안 좋았다. (p.72)
젊은이들 뒤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파도를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바다가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파도처럼 살아 있는 한 인생의 파도 역시 끊임없이 밀어닥칠 것이다. (p.334)
그렇게 내 삶의 조각들이 쌓인다. 기록을 통해 종이에 온기가 담긴다. 형체가 생긴 기록은 이곳저곳에 퍼진다. 그 기록을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오 년, 십 년이 지나 다시펼쳤을 때, 찬란했던 시절은 재발견된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온기를담아 오래도록 남기는 일, 시간이 흘러도 나의 찬란한 시절을 내내간직해주는 믿음직스러운 존재. (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