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노인들 말로는 전생의 원수들이 부부로 다시 태어난다는데, 늦둥이 동생과 오빠는 전생에 무슨 사이였을까. 시훈이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했다. 전생에 시아에게 큰 죄를 지은 게 틀림없다고 말이다. 어쩌면 흉년이 든 어느 해 보릿고개에시아의 마지막 주먹밥을 훔쳐서 달아났는지도 모른다. 그 정도 전생의 죗값이 아니고서는 늦둥이동생을 돌보는 고초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 P10

시훈이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지만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저 칡밭에가기 전까진 세상에는 칡을 캔 사람과 못 캔 사람만 있는 줄 알았다. 이제 시훈이는 캘 수 있는 데까지 캐다가 떠난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다. 끝내 취을 두고 돌아선 그 사람들은 어찌 지내고들 있을까.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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