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만은 허구와 영원히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사라지기를 바란 적은 없었다. 허구는 상만에게 일용할 밥이나 몸을 누일 집처럼 반드시 필요한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상만의 인생에서 허구를 떼어 내면 삶 자체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런 존재가 죽는다는 건 상만의 삶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리는 것과마찬가지였다. 상만은 그 사실이 휘몰아치는 폭풍우처럼 자신을 뒤흔드는 것을 느꼈다.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