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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튀데모스 ㅣ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6
플라톤 지음, 김주일 옮김 / 이제이북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매번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보물찾기 같은 책이었다.
맨 처음 읽었을 땐 헛웃음이 나왔다. 에우튀데모스와 디오니소도로스의 광대 같은 말장난에
주위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이 너무 황당했다.
도대체 아테네 사람들은 생각이라고는 없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연대가 비슷한 시기의 고조선과 삼한 시대를 떠올리며
아직 논리가 발달하지 않은 시대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해설을 읽기 보다는 본문을 통해서 플라톤이 하고 싶어
플라톤이 하고 싶어 한 이야기를 찾아내고자 맘을 먹고 다시 한 번 읽기로 했다.
두 번째 읽으면서 소크라테스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보느라
두 주가 지나도록 본문 내용을 다 읽을 수가 없었다.
‘지혜가 과연 가르쳐질 수 있는 것일까?’
에우튀데모스는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빠르게 전수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땅땅 친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갖다 대기에 소크라테스의 마음을 읽어내려 집중력을 발휘해 보았다.
지식을 전수해 줄 수 있지만 지혜는 찰나에 터득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지혜로운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면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지혜는 결코 가르쳐지는 것은 아니란 것으로 생각이 모아졌다.
소크라테스가 클레이니아스와 대화를 나누며 아테네의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가르쳐서라도 알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혜를 가진 것에서 만족한다면 아무 쓸모없는 것임을 강조한다.
어떤 사물이든 옳게 사용하는 것이 그 행동을 이끌고 옳게 바로 잡는 ‘앎’이며,
그 ‘앎’은 모든 획득과 행동의 경우에 행운뿐만 아니라 잘함도 인간에게 제공한다는 동의를 얻어낸다.
지혜만이 사람을 행복하고 운 좋게 만드는 것이므로 지혜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혜롭기만 하면 다 이룬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것을 사용해야
참으로 지혜가 이루어진 것이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옳거니!” 하고 감탄을 했는데,
이야기가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소크라테스는 지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만족하지 않고 또 한 발을 내디딘다.
모든 사람을 모든 점에서 좋게 하는 앎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앎을 어떻게 전수할 것인지에 관해 논의를 시작하려 한다.
그 사이에 에우튀데모스가 끼어들어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소크라테스가 모든 것을 언제나 알 수 있다는 엉뚱한 이야기를 해댄다.
그리고는 신들 조차 팔거나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다는 말장난같은 논변을 펼친다.
주위 사람들이 그 두 사람에게 감탄과 박수를 보내자
드디어 소크라테스가 그들에게 진정한 논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아주 짧은 시간에 배워 흉내 낼 수 있는 연설의 기술은 상대를 넘어뜨리면서
자신도 넘어지는 언어의 애매성을 이용한 말장난 일뿐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러면서 그런 종류의 것은 그들 무리끼리만 나눌 이야기이지
사람들 앞에서 대화를 나누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고 못 박는다.
그들의 대화가 끝나고 무리들이 흩어지는 중에 어떤 이에게서
‘헛소리나 하고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것에 공을 들이는 사람들’이라고
비웃는 말을 들은 크리톤이 그 말을 소크라테스에게 전해준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자들과 정치가들의 중간 지대에 있는 사람들인 프로디코스는
그 둘 중에서 각각 좋은 것만 받아들여 모든 사람들에게 지혜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철학과 정치적 활동이 좋은 것이긴 하되 각각이 서로 다른 것에 대해서
좋은 것으로 적용되지 않으므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배제하지 않고 분별에 관련된 정의를 내리기 위한 용감한 대화자로서 상대로 인정해 준다.
내가 소크라테스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말이 통하지 않으면 등을 돌리고 두 번 다시 그들과 말을 섞으려 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험담까지 만들어내곤 하지 않는가.
진리를 찾기 위해 두 소피스테스의 말장난조차도 진지하게 듣고,
그를 비웃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옳음과 옳지 않음을 구별해 내려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마지막으로 아들의 교육에 관해 조언을 구하는 크리톤에게 사물 자체를 훌륭하게 잘 검토해서
그것이 옳지 않으면 돌아서게 하고, 옳은 것이면 크리톤 자신이 자식들과 함께 용감하게 탐구하고 연마하라고 권한다.
아들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진리를 위해 부자가 함께 연마할 것을 권하고 있다.
역시나 소크라테스다운 조언이다.
지혜를 사랑하는 일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평생을 연마해야 할 일임에 분명하다.
한 번 더 읽고, 발췌요약을 하고, 그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소크라테스의 진지하게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를 돋보이게 하기
그 시대의 유명한 지식인인 데우튀데모스와 디오뉘소도로스를 풍자의 대상으로 등장시켰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짧은 이야기에 많은 주제를 담고 있음도 알 수 있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하나씩 더 보이는 보물찾기 같은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흠모하는 플라톤의 마음이 진하게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