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뇌과학 - 뇌과학이 풀어낸 마음의 비밀
폴 J. 잭 지음, 이영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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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 관한 책이겠거니 하고 집어든 '욕망의 뇌과학'은 신기하게도 몰입에 관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주의를 끌고 정서적인 공명이 융합한 상태를 몰입이라고 부른다. 어떤 것에 주의를 돌리고, 곧 그것에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켰을 때 우리의 뇌에서는 옥시토신과 코르티솔이 증가한다. 이 물질이 얼마나 증가했는가와 행동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즉, 얼마나 몰입했는지를 측정할 수 있으면 그 이후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많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매출을 위해 소비자의 선호를 알아보려 설문을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의식적인 보고와 몰입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소비자가 좋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뇌의 몰입을 초래했던 것에는 아무건 관계가 없었던 것이다. 무의식적 신경 반응은 의식과 다른 공간에 살며 둘은 거의 만나지 않는다.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줬던 건 그 사람의 의식적인 대답이 아니라 두뇌의 반응이었다.


무의식적인 몰입이 행동을 일으킨다면, 우리의 의식적인 생각은 행동을 일으키는데 연관이 없다는 얘기도 된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 내 무의식이 몰입하고 반응했던 것과 관계가 없다는 얘기니까.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선호는 내 무의식과는 관계가 없다는 얘기 아닌가. 안그래도 최근에 몰입과 도파민에 관심이 생겨 관련 책과 영상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마케팅에 관한 책을 골랐더니 여기서도 몰입에 관한 얘기가 나와 신기했다.


고객의 몰입 반응을 확인할 수 있으면 음악을 만들거나 영화를 제작할 때 몰입 반응이 높은 부분은 살리고, 몰입 반응이 낮은 부분은 없애거나 고침으로써 인기 음악이나 영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들 개개인에 맞게 몰입력 강한 학습과정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특별한 경험을 원하고 몰입은 바로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충성고객은 회사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뿐 아니라 회사를 대신해 전도에 나서려는 의욕도 높기 때문에 이런 충성고객을 정확히 타겟팅해 마케팅 하는게 중요하다. 욕망의 뇌과학에서는 몰입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실제로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행동이 일어나게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몰입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몰입이 더 잘 일어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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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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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책을 읽을 때 식재료가 경제와 엮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식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라는 게 대체 뭘지 호기심에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를 집어들게 됐다.


책에서는 챕터마다 우리에게 친숙한 마늘로 시작해 총 18가지의 친숙한 식재료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식재료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는 다양한 경제 이야기로 흘러갔는데 예를들면 이런 식이었다.


한국인이 묵으로 만들어 먹는 도토리는 최고급 식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이 도토리를 이베리코 돼지들에게 먹인다면 얘기가 다르다. 최고급 하몬 이베리코는 돼지를 도축 전 일정 기간 동안 떡갈나무 숲에 방목해서 도토리만 먹도록 한 다음 만든다. 가장 맛있는 햄은 하몬 이베리코인 것 같다. 햄은 기독교가 이슬람 세력과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독교도와 이스람교도를 구분하는 중요한 차이였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런 근거가 없다.


90년대 이후 자기나라 음식이 구리다는 걸 인정하고 세계의 음식을 받아들인 영국의 음식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경제학 분야는 90년대 이전 영국처럼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잡았다. 금리, 세금, 복지, 노동 시장, 임금까지 경제학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다. 이런 경제학이 한가지 학파에 매몰된다는 건 단일경작으로 유전자 풀을 좁히는 것과 같다.


나는 경제학에도 마르크스 주의, 신고전학파, 케인스학파, 개발주의, 슘페터학파 등등 이렇게 많은 학파가 존재하는 줄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아는 거라곤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두개 였으니까. 중요한 건 저자가 어느 한가지 학파의 관점에서만 경제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80년대 중반 당시 신 고전학파 경제학의 편협하고 기술적인 내용에 실망해 영국 대학으로의 유학을 결정했다고 한다.


음식 얘기는 이를 테면 어린시절 엄마가 아이에게 채소를 먹이기 위해 뇌물로 쓰는 아이스크림이었다. 경제에 대한 이야기 전에 음식으로 물꼬를 트고 자연스레 경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는 식이라고 할까. 물론 그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음식 얘기를 읽다보니 이어지는 얘기도 계속 읽게 되더라는 점에서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 같다.




위 리뷰는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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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쟁의 흑역사 - 시장 질서를 박살 내고 세계경제에 자살골을 날린 무모한 대결의 연대기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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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쟁의 흑역사라니 어째서 흑역사지? 나라마다 각자 이득을 위해 경제전쟁을 벌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자원이 무한정인 것도 아니고. 세계경제에 자살골을 날린 대결이 뭐지? 하는 호기심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경제란 경세제민의 약자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보면 경제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을 고통과 죽음으로 내몬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예전에 고립낙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요트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가족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을 보면서 요트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 걸 상상해 보기도 했는데 이래저래 부딪치게 될 난관들도 함께 떠올랐었다. 특히 해적을 만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부산에 해상도시 프로젝트, 울산 해저도시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21세기에 해적질이라니 웬말인가 싶지만 이건 다 이유가 있다.


소말리아는 수에즈 운하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해산물을 그닥 즐기지 않아서 그들이 잡은 해산물은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했었다. 소말리아 국민에게 해산물은 곧 식량과 생필품을 구입할 소중한 자원이었는데 유럽인들은 소말리아가 내전을 치르느라 혼란에 빠져있을 때를 틈타 불법조업을 일삼고 산업 폐기물을 소말리아 바다에 버렸다. 견디다 못한 소말리아 어부들이 직접 유럽 배들을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어업보다 해적질이 더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 해적으로 전직(?)하게 된 것이다. 해적질을 옹호할 순 없지만 그 이전에 유럽인들의 불법조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여러 국가의 기아에는 기호식품 농업과 옥수수 농업, 바이오 연료 열풍이 얽혀있다. 우리가 먹는 육류와 기호식품이 아프리카와 동남아 지역의 기아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령 유엔에서 한 지역의 우물을 개발해주고 주거지를 살기 좋게 개발해주면 땅주인이나 집주인이 집값을 올려 기존에 살던 사람들을 내쫓기 때문에 개발도 쉬이 할 수 없다던가 하는 것처럼.


여러 전쟁 사건을 보면서 만약이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해봤다. 만약 영국이 네덜란드와 전쟁보다는 협업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길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식민지가 아니라 경제교류를 통해 국가간의 발전을 꾀했다면 어땠을까? 유럽 국가의 왕이 보호무역이 아니라 자유무역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봤다면 어땠을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경제전쟁의 이면에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있었다. 가진 놈이 더하다고(?) 영국은 네덜란드와의 전쟁에서 끝내 승리해 제국주의적 침탈을 바탕으로 대영제국의 기틀을 닦았다. 그럼에도 부족해 아편을 통해 무역적자를 메꾸려고까지 했다. 자원가격 급등을 우려한 영국과 미국에서 반란군을 지원해 한 나라의 내정에 계속해서 개입하기도 했고,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타국을 침략하기도 했다.


내용 자체는 전쟁의 역사이니만큼 무거웠지만, 곳곳에 저자의 유머가 묻어나와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였다. 경제역사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기 쉽지만 이건 술술 읽혀서 누군가 해주는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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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반쪽사 -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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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과학자들을 떠올려보면 중동이나 아시아보다는 유럽의 과학자들이 떠오를 것이다. 코페르니쿠스, 뉴턴, 에디슨, 테슬라 같은. 나는 흔히 근대과학이 유럽에서 태동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믿음이었다.



과학의 반쪽사에서는 이런 믿음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아즈텍의 궁전과 오스만제국의 천문대, 인도의 연구소와 중국의 대학에 이르기까지 근대과학의 발전이 어떻게 전 세계 다양한 문화 사이의 사상적 교환에 근본적으로 의존했고, 세계사가 근대과학을 어떤 방식으로 형성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역사책에 없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였다.



16세기 이전에는 과학지식이 거의 고대 문헌에서만 발견된다고 여겨졌고, 관찰을 하거나 실험을 수행하는 방식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중세 사상가들과 중세 유럽의 대학생들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작가의 저작을 읽고 암송하며 토론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이런 방식이 깨진 건 유럽 탐험가가 신대륙을 탐험하면서부터였다. 막상 탐험가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마주친 동식물과 사람들은 고대의 저작 어디에서도 묘사되지 않았던 것이다.



스페인은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고 짐승처럼 취급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원주민이 유럽인과 별 다를 것 없는 사람임을 주장하며 원주민의 권리를 지켰던 스페인 사람도 있었고, 정복자 남성과 원주민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들은 유럽인의 매도에 대항해 아즈텍 문화를 열정적으로 옹호했다. 가르실라소는 잉카인 어머니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잉카의 왕실 이야기도 기록으로 남겼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식물에 대한 지혜는 유럽의 여러 방면에도 영향을 미쳤다. 콜라 너트는 서 아프리카에서 이웃이나 손님에게 호의로 제공하는 용도 뿐 아니라 퀴퀴한 물을 상큼하게 만들고 위를 진정시키는데도 효과가 있었다. 콜라 너트는 이후 코카콜라의 원재료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또 심한 열과 다리 염증으로 치료를 포기한 유럽 의사가 아프리카 노예가 알려준 식물을 통해 완전히 회복하기도 했으며, 농장의 노예 여성들은 공작꽃의 씨앗을 낙태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노예의 강제노동으로 창출된 부는 이후 예술과 건축부터 항구, 공장건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발전에 기여했다. 서인도 제도와 남아메리카의 식물에 대한 지식은 많은 부분 아프리카 노예들에게 의존했고, 그렇게 발견한 자연사 지식들은 제국의 무역산업과도 분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약용식물에 대한 지식은 노예제도에 대한 저항의 일부가 되기도 했기에 식민지 당국에서는 아프리카인들이 약용식물을 다루지 못하도록 하는 식민지법이 통과되었다.



새로이 무언가가 발견되고 발명되었다 한들 그건 전 세계 국가의 지식이 모아져 생겨난 것들이었다. 유럽에서도 분명 수많은 과학적 발전을 이룩한 건 맞겠지만, 근대 과학의 발전은 유럽 뿐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등 수많은 나라의 지식이 발판이 되어 이룩한 것이었다. 서구중심의 과학사에서 벗어나 진짜 역사를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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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반쪽사 -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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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과학이 유럽에서 태동했다는 건 승자의 시각에서 알려진 반쪽짜리 역사다. 진짜 역사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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