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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 물방울부터 바다까지 물이 드러내는 신호와 패턴을 읽는 법 ㅣ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20년 7월
평점 :
몇년 전 맛있는 과일이 많은 동남아 쪽으로 여행을 갔을 때 시원한 주스들을 싸게파는 데 굳이 물을 살 필요가 있을까 싶어 물을 사지않고 주스로 목을 축인적이 있다. 망고주스, 수박주스, 코코넛 주스까지 하나같이 다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는지 물을 살 생각을 안하고 밥먹고 주스마시고 밥먹고 주스마시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정도 지나니 너무 목이 말라서 주스가 아니라 물이 간절해지더라. 결국 이튿날 저녁 친구와 나는 큰 물병을 4개 사서 둘이서 낑낑거리며 호텔로 들고가 물로 목을 축였다. 주스가 아무리 시원하고 맛있어도 우리의 생존엔 물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기에 물의 중요성을 곧잘 잊곤하는데 물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물만 있어도 사람의 생존기간이 길어지지 않나? 그렇다면 이렇게 생존에 필수적인 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두는 게 좋지 않을까? 나는 가끔 유튜브에서 생존 영상을 보곤 하는데 알루미늄 호일로 칼 만드는 법이나 깨끗한 물이 없는 곳에서 물 구하는 법 같은 걸 보곤 한다. 철저히 안정지향적인 내가 그럴일이 있을까 싶지만 생존에 관한 지식을 하나라도 배우면 뭔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게 있어서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책의 저자는 작가이자 항해사, 탐험가로 5개 대륙에서 원정을 이끌었고 대서양을 혼자서 항해해서 건넌 유일한 생존자다. 이 책에는 몸으로 직접 생존기술들을 체득하며 살아온 저자가 알아낸 물의 행동들 중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로만 압축해놓았다고 한다. 바다의 색으로 암초를 피해가는 법, 어두운 밤바다에서 파도를 느끼며 길을 찾는 법, 조수가 올 때는 동물의 행동이 눈에띄게 바뀐다는 것 등등 물에 관한 신기한 사실들로 가득했다. 지금이야 기계가 많이 발달해서 많은 부분을 기계로 해결하지 않을까 싶지만 파도와 바다의 색, 바람으로 바다에서 길을 찾는 항해사의 이야기는 어쩐지 신비롭고 낭만적이다. 설령 바다에서 항해를 하지 않더라도 물방울부터 바다까지 물이 보여주는 신호와 패턴을 읽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지식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