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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발견 -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독 이야기
후나야마 신지 지음, 공영태.나성은 옮김 / 북스힐 / 2022년 9월
평점 :

자연속에서 존재하는 것들이나 사람이 만든 화합물 중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을 우리는 독이라고 한다. 특정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한 독과는 관련이 없다고 여길 수 있지만 알고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경로로 독을 접하고 있다. 공기중에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는 미세먼지, 산에서 버섯이나 나물을 잘못 채취했다가 병원에 실려간 경우, 바닷가에서 놀다가 해파리에 쏘인 경우, 오랫동안 사용한 염색약에 알고보니 독성 물질이 들어있던 경우, 골프장 잔디에 뿌린 농약 등등 우리는 생각보다 독과 먼 것 같으면서도 가깝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만든 합성물질이 독성이 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자연물 중에서 독성이 강한 물질을 많이 볼 수 있다. 보툴리눔 독소는 세계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독중 하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복어독의 치사량이 10이라면 보툴리눔 독소의 치사량은 0.0003이다. 나는 보툴리눔 독소가 뭐길래 이렇게 치사량이 높나 했는데 혐기성 환경에서 햄이나 소시지 등의 가공식품에 번식하는 균이 만드는 독소였다. 가공식품을 먹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에서 생겨날 수 있는 독이 세계에서 독성이 가장 강한 독 중 하나라니.
생각해보니 예전에 집에 있던 쌀을 잘못 보관해 곰팡이가 생긴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진짜 위험했었다. 쌀 곰팡이를 본 적이 없어서 그때 몇일정도 쌀에 곰팡이가 난 줄도 모르고 그냥 먹었었다. 다행히 엄마가 보고 곰팡이 난거라고 알려줘서 싹 버렸었는데 계속 먹었으면 몸에 어떤 이상이 생겼을지 모른다. 쌀이나 견과류같은 전분기 있는 식품에서 나는 곰팡이는 아플라톡신이라는 독소를 만드는데 이게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정도의 독이라고 한다. 얼마전 중국에서는 냉동실에 있던 1년 정도 된 무슨 탕 같은걸 끓여 먹었다가 일가족 7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검사 결과 아플라톡신이 기준치보다 훨씬 많았었다고.
사람에게 해가 되는 독은 역사속에서 범죄에도 많이 악용되었다. 지금도 범죄에 독이 쓰이는데 과학 수사가 많이 뒤쳐졌던 옛날에는 독으로 인한 의문사가 얼마나 많았을까. 특히 권력자들 사이에서 왕을 독살하거나 방해가 되는 귀족을 독살했음에도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사건이 많았을 것이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었는데 심지어 어떤 귀족은 자신의 동성 애인을 성에서 쫓아낸 아내를 독살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 귀족의 이름은 생각이 안난다.
독을 사용한 유명한 범죄사건은 일본의 바꽃 보험금 사건도 있다. 바꽃은 투구꽃, 백부자같은 바꽃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바꽃은 좀 생소하지만 투구꽃은 아마 아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우리나라 사약에 들어갔던 독이 투구꽃이니까. 1986년 5월 19일 이시가키섬에서 당시 신혼이었던 한 여성이 심근 경색으로 갑작스레 사망한다. 여성의 친구들은 친구의 사인에 의문을 느끼고 보험사에 전화했다가 죽은 친구의 명의로 생명보험이 여럿 들어있었고, 그 수취인이 남편이라는 걸 알게 된다. 신부는 초혼이었지만 남편은 재혼이었는데 알고보니 남편의 전처 2명도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던 것이었다. 남편은 결국 살인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친구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신부의 죽음은 이전에 그랬듯이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으로 처리되었을 것이다. 바꽃이 무서운 점이 머리나 내장기관에서 육안상으로는 이상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당시 피검사를 통해 독성을 검출해서 다행이지 혈액검사도 못했던 옛날에는 딱히 보여지는 증상도 없는 바꽃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
최근에도 독이 범죄에 이용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 차 손잡이에 끼워져 있던 휴지를 만졌다가 5분 뒤 마비와 호흡곤란을 겪은 사건이다. 나는 그때 기사를 보고 이 정도의 독성 물질이 사람들 사이에 유통된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자연속에서나 일상속에서나 우리는 수많은 독성 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사실 독이라는 이름도 사람의 관점에서 해가되는 물질에 붙인 것이기에 딱히 독으로 분류되지 않은 물질 중에서도 여러 세대가 지나 증상이 나타는 것들도 있을 수 있다. GMO식품도 연구결과 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는 하지만 몇세대가 지났을 때 어떤 증상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
독의 발견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보다 일상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독성물질이 꽤 많음에도 용케 지금까지 잘 피해가며 살았구나 했다. 자연의 식물 중에는 자이언트 하귀드 같은 만지기만 해도 피부에 화상을 입히는 식물도 있음에도 나는 산에 가면 나무나 이파리들을 맨손으로 막 만졌었다. 다행히도 자이언트 하귀드는 국내에는 아직 없지만 앞으로는 웬만하면 바깥에서 식물을 함부로 만지지 않기로 했다. 만지더라도 요즘에는 사진을 통해 식물 이름을 찾을 수 있는 어플이 있으니까 그걸 이용하기로. 또 음식물 관리가 제대로 안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독에 대해 알고나니 무서워져서 식재료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하기로 했다. 전반적으로 독에 관해 기원부터 분류, 역사까지 골고루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초보자가 읽기에 딱 좋았달까. 몰랐으면 모를까 책을 통해 독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보니 일상 속에서 좀 더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