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 자폐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른가?
조제프 쇼바네크 지음, 이정은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걸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자기만의 내면이 있을 텐데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수도 없고, 완전히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은 이해한다 해도 100%가 될 수는 없지 않을까.



조제프 쇼바네크는 자폐를 자신을 설명하는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한다. 독학으로 10개 언어를 배운 것이나 우수한 성적으로 바칼로레아를 통과한 것처럼 자폐 또한 하나의 특징일 뿐이라고.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는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자폐인이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기록한 글이다. 조제프는 자폐인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그는 어린시절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많이 맞았다고 한다. 걷는 모습도 어눌했고, 말도 잘 못했다고. 공부는 잘했지만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실수를 지적한다던가, 선생님이 정답을 말하라고 할 때까지 손을 들고 있는다던가 해서 어떤 선생님들은 조제프를 좋아했지만, 어떤 선생님들은 조제프를 문제학생으로 여겼다고 했다.



보통 여러명의 아이가 한 아이를 때릴 때 맞는 아이가 자폐가 있다면 맞은 아이의 특수성 때문으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자폐가 있다면 거의 모든 단계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된다. 이런 부분 때문에 결국 자폐아이는 이중으로 고통을 받는다. 아이러니 한 건, 이 특수성은 외국인이라는 말 하나로 어느정도 상쇄가 된다는 것이다.



조제프의 부모님은 사람들에게 조제프를 외국인 또는 체코 사람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라고 생각되면 부정확하게 말하는 것도, 선생님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자폐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것과 외국인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것, 그 차이 만으로도 똑같은 행동이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다.




자폐인은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자연스레 발휘되는 게 아니라 학습을 통해 얻기 때문에 감정을 잘 못 읽어내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는 과정에서 오류가 빈번하지 않나. 예를들면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남편은 자신이 바람핀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면 아내가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하며 화를 낼거라 생각했지만 아내는 남편에게 왜 그 사실을 자신에게 말한건지 묻는다. 아내의 행동은 남편의 예측을 완전히 빗겨나갔다. 이렇게 타인의 감정이 내가 예측한 것에서 엇나가는 경험은 다들 일상속에서 겪는 것 아닌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건, 자폐의 특징 중 몇가지가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의 말이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상처주는 말을 한다는 거라면, 사실상 보통 사람들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인거 같다는 거였다. 이전에 어떤 책에서 우리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예측하는 실험을 했을 때 적중률이 고작 20-35퍼센트 였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보통 사람들도 아주 친밀한 관계에서조차 적중률의 최대치가 35%인 것이다. 또 의도하지 않았는데 타인에게 상처를 준 경험이라면 누구나 있지 않을까.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나 과거 살아온 경험정보가 다 다른데 그걸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책을 읽고보니 장애라는 기준이 모호하게 느껴졌다. 딱딱 점수로 나누어 몇점부터는 자폐, 몇점부터는 일반 사람 이렇게 나눈다는 게 허황되게 느껴졌달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이고, 지능적인 부분을 장애와 장애가 아닌 것으로 분류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사회생활을 하며 느꼈을 막막함과 어려움 모두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폐에 관해 쓴 책이 아니라 자폐 판정을 받은 저자가 자신의 시각으로 경험한 일들을 풀어낸 책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