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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작년까지만해도 좀비 관련 책은 한 권도 읽지 못했는데,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좀비 소설.
마약류에 의한 좀비와 호기심과 정치가 어우러졌던 좀비.
그리고 이번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이 지구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라 이런 책이 더 손에 잡혔는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 오고가는 손길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두기가 우선인 요즘.
우리는 과연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한 사람의 감염이 전체의 감염으로 확산 되기까지 얼마나 순식간인지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겪고 있는 지금.
시체와 폐허의 땅
첫 번째 밤
베니가 기억하는 가장 오랜된 기억이자 최초의 기억.
다급하게 자신을 형의 품에 안기게 하고는 이미 좀비가 되어 버린 아빠에게 잡혀 서둘러 도망가라고 외치던 엄마의 모습.
그런 엄마를 두고 도망쳐 버린 형.
당시 18개월이었던 자신.
첫 번째 밤의 일이 있던 그날 자신은 그렇게 부모님과 멀어졌고,
겁쟁이 비겁한 형 톰은 자신의 보호자가 되었다.
여기는 시체들의 땅이야.
첫 번째 밤 이후로 여긴 법이 없어.
좀비를 죽이기만 하면 그뿐이야.
시체와 폐허의 땅
갇혀진 삶
이유를 알 수 없는 현상.
죽은 사람이 갑자기 깨어나고, 그들에게 물리면 죽었다 다시 깨어나는 반복되는 현상.
죽은 사람도 무섭고, 죽은채 살아 있는 사람도 무서운 그 곳.
온 세계가 마비가 되고, 서로를 경계하는 나머지
산 사람들 끼리도 서로를 죽고 죽이는게 당연시 되어 버린 첫 번째 밤.
그것은 그저 하루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 삶이 며칠을 이어갔고, 가까스로 살아 남은 사람들은
마침내 도착한 어느 땅에 철조망을 치고, 좀비가 더 이상 가까이 올 수 없게 자신들에게 안전장치를 해 두었다.
너는 철조망이 우리를 막아준다고 생각하지만 난 아니야.
나는 철조망이 우리를 가두고 있다고 생각해.
우리 모두 여기에 갇혔어.
갇혀 있는 건 '살아있는' 것과 달라.
갇힌 상태는 '안전한' 상태가 아니야.
시체와 폐허의 땅
시체와 폐허의 땅
베니와 톰, 두 형제
좀비 사냥꾼이 된 형 톰.
마을 사람들은 형이 대단한 사람이고, 용감하다고 하지만
베니에게 형은 겁쟁이일 뿐.
열다섯 나이가 되면 일을 해야하는 마을의 규칙 상 베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지만 신통치 않다.
결국 원치 않았지만 형과 좀비 사냥을 함께 하게 되는데...
어른들은 아니지만, 자신이 영웅처럼 여겼던 좀비 사냥꾼 찰리
자신은 아니지만, 마을 어른들이 대단하다고 말하는 자신의 형 톰.
베니 이무라이는 과연 형의 어떤 모습을 만나게 될까?
형은 그저 비겁한 겁쟁이였을까?
전쟁은 이겼지만, 평화를 내주었다.
시체와 폐허의 땅
베니 이무라이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이 사는 철조망 속 갇힌 세상과
버려진 땅, 시체의 땅이라고 불리는 좀비가 사는 세상.
그건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금과 큰 차이는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악은 존재해 왔고, 불행이 찾아 오더라도 그 악은 여전히 존재했다.
권력을 등에 업고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어지럽혔던 사람들은
혼란 속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존재했으며
강자는 약자를 상대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살고 있다.
그저 좀비에게 물리면 어쩌지? 제발.. 무사해라..
여기쯤에서 좀비가 나타날까? 물릴까?
이런 조바심만으로 책을 읽었다면 이 책에 대한 기억은
좀비 소설 중 하나였구나로 끝났을지 모르겠다.
좀비 소설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좀비는 그저 조연일 뿐
베니 이무라이와 톰 이무라이, 그리고 사람들...
언젠가 이 책이 영화화 되는 날이 오길,
그렇게 영상에서도 다시 한 번 만나는 이야기이길 바라본다.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붙잡고 있던 톰 이무라이.
그를 꼭 영상으로 만나고 싶다.
이 책을 그저 좀비 소설로만 소개하긴 책이 너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