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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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책을 빌렸는데

'마흔'과 '독서'란 글로만 검색해서 빌렸는데

내가 싫어하는 류의 자기계발용 독서법에 대한 책이었다. (심지어 추천 책목록도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 책들..)


자타공인 책덕후인 나는 책에 대한 책도 좋아하지만 퀀텀독서법 등 속독이나 성공을 위한 독서법에 대한 책을 안 좋아한다.

책이 나에게 유익하기 때문이 아닌 그저 내가 책을 좋아해서 책에 대해 책을 좋아하는 다른 이들과 시시콜콜 수다떠는 책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Michael Dirda나 Alberto Manguel 등의 책을 좋아한다.


'독서의 기쁨'의 작가 김겨울도 책이 너무 좋아서 북튜버가 된 싱어송라이터인데

첫째는 이 작가의 책 취향이 나와 너무 비슷해서 놀라고

둘째는 이 작가의 목소리, 특히 낭독하는 목소리에 홀렸고

셋째는 나처럼 책의 물성의 노예이기도 한 모습에 친근한 동지애를 느껴서 결국 이 책도 사서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튜브에서는 잘 알 수 없던 이 작가의 문체에 반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들지만 전문 서평에서 보기 힘든 어깨에 힘을 뺀 유머감각이 살아있고 겁나게 솔직한 이런 문체를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아직 안 읽어본 이 작가의 추천책들도 배송 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작가처럼 나도 책장이 미어터져 이젠 바닥에 그냥 쌓아둬야하는 입장인데도

나는 이렇게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영업 당하는게 즐겁다;;)


개인적으로 책덕후 문구덕후의 면모가 보이는 시시콜콜한 부분도 재미있지만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남들에게도 읽어보라고 할만한 부분은 <믿고 사는 작가> 부분

(Mary Roach, Ted Chang, Imre Kertesz를 좋아하는 걸 보고 kindred spirit임을 감지)

그리고 <책의 세계>에서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들에 대한 서평 (이 부분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인데 아마 이 부분에서 영업당하는 분들 꽤 많을 것이고

앞으로 이 작가가 글을 또 쓴다면 서평집을 내면 참 좋을 것 같다.


다소 아쉬운 점은 전자책 리더기 비교 평가 글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고 (물론 이러면 솔직해지기 힘들 수도 있겠다)

번역에 관한 글 등 북튜브에서 못 다룬 부분이 더 많았다면 좋았을 듯 싶다.

그리고 제목이 좀 진부한 느낌이 든 것도 아쉬움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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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사랑한 천재들 : 예술인편 - 모딜리아니에서 샤넬까지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6
조성관 지음 / 열대림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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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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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ing and Reality (Paperback) Routledge Classics 87
D. W. Winnicott / Routledge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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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판정가이드에서 최상으로 나왔는데 안에 비록 연필이지만 잔뜩 줄치고 메모 쓰고 낙서 투성이인데.. 이걸 최상으로 등급을 정하다니 말이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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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17-02-10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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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 인형놀이 집 - 입체 플레이 하우스 보드 북과 종이접기 책으로 구성된 창의력 토이 북
후이 보운 리 지음, 박상은 옮김 / 넥서스주니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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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손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설명이 어려워서 그런지 접기 힘든게 많았어요.
그리고 들어있는 패턴 색종이가 좀더 빳빳했으면 세워서 놀기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너무 힘이 없는 종이여서 인형놀이엔 별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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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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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무료 전자책을 한달간 대여해준다는 선심에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함께 최정운의 '오월의 사회과학'을 함께 나란히 읽었다. 역사소설을 그 역사를 분석한 사회과학 책과 읽는 다는 것은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다. 책에서 발췌된 내용을 '오월의 사회과학'은 빨간색으로 '소년이 온다'는 파랑색으로 표시했다.


우선 오월의 사회과학은 당연히 소설처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역사소설처럼 뒷배경에 대한 지식이 어느정도 필요하지만 소설책에서는 다룰 수 없거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면을 배우고 이를 통해 소설책을 다시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결국 나는 소설을 먼저 읽고 그 후 이 책을 읽고 다시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은 역사가 아닌 사회과학 책이기 때문에 단순히 역사적 사실 (불행히도 그 사실은 정부의 철저하게 말살된 증거들과 잔인하게 강요된 침묵 속에서 정말 초라할 정도로 적다)보다는 그 사실 뒤의 '담론'을 주로 다룬다. 폭도론, 불순 정치집단론, 유언비어론, 과잉진압론 등 정부에서 밀고간 담론을 파헤치기도 하고 민주화론처럼 세간에서 정론화된 것마저 단순히 수용하지 않고 그 이면을 분석했다. 그리고 필자는 민중론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는 듯한데 이 또한 서구에서 도입된 민중이 아닌 전라도의 특수적 상황을 고려하며 새로운 절대 공동체의 개념과 함께 설명한다.


그리고 이 책이 사회과학책이지만 베버니 부르디외니 맑스니 어려운 이론 이야기가 아주 살짝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서구의 이론적인 이념만으로 5.18을 설명하기에 부족하고 이차적일 뿐이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5.18 민중항쟁에 뚜렷한 이념이나 이론이 없었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론의 진공 상태였던 5.18의 체험을 통해 도리어 기존의 이념, 서양의 이념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현실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체험의 원초적 순수성이야말로 5.18의 가장 값진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절대공동체의 균열과 분절, 그리고 일상으로의 복귀 및 마지막 항전 후의 일까지 빠르게 전개되며 변화하는 사태와 순수성이 균열이 가는 것을 실감 있게 따라가며 그 외적 상황 뿐 아니라 참여자들의 내면의 변화를 분석한다. 


우리가 역사적 '사실'이라고 흔히 부르는 것은 대부분 '남'의 사실이지, 우리 자신들의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5.18의 경험은, 많은 인간의 경험이 그렇듯이, 충분히 언어화되지 못한 부분들이 남아 있다고 가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간 5.18 담론의 가장 큰 부분은 침묵이었다....(중략)...

말은 초라한 배신자로 전락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사건을 규정하는 폭력적 언어 앞에 5.18의 경험은 찌그러지고 마는 것이 5.18 담론의 현실이다. 아직도 광주와 5.18은 고독과 침묵에 싸여 있다.


이른바 '사실'에 치중해왔고,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것에 좌절을 느껴왔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사실'들이란 주로 밖에서 본 모습들로서 법적인 의미와 중요성이 있는 사실들이며, 우리가 이러한 사실들에 매달려왔다는 것은 5.18의 '진상규명'을 복수의 수단만으로, 제삼자에게 복수를 구걸하기 위한 제물로만 생각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5.18의 진상은 광주 시민 모두에게, 그리고 그 참담한 '시대 정신'에 참여했던 모든 국민들에게 명쾌한 것이며, 그 '진상'마저 우리가 군부에게 의존하고 있다면 그것은 과연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거짓이 우리의 진실을 박탈할 수는 없다.


우리는 흔히 증언록은 사실을 전하는 글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제삼자의 증언이 아니라 경험자의 증언, 당사자의 역사는 내적 경험이 증언의 중심이 되어야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며 이 증언록은 소박하면서도 솔직한 살아있는 역사를 보여준 최초의 작품인지 모른다. 이렇게 보면 역사와 사회과학과 문학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역사는 지금 생각해보면 확실히 정치가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단지 한편에서 내세운 담론이 아닌 여러 담론을 샅샅이 살펴보고 담론 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문제와 양상에 대해 조사하며 '사실'보다는 '진상'에 가까워지려고 한다.  그리고 오히려 5.18에서 묻혀지거나 가려진 사실들이 너무 많지만 (아직도 몇명이 죽었는지 누가 어떻게 명령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도 분분하니) 그런 사실들이 없다고 해서 진실을 묵살할 수는 없다고 작가는 주장하며 여러 학자들이 당시에도 건드리기 싫어했던 문제를 사회과학적으로 파고든다.


그렇다면 본질적 차이가 없는 문학작품은 어떨까? 최정운의 '오월의 사회과학'이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도 감정적으로 고양된 어조로 광주시민들의 투쟁의 순수함과 용기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으로 진실을 밝혀내어 그 희생과 분노를 승화하는 살풀이의 느낌이라면 한강의 작품은 싸우지 못하고 살아남았지만 살고 있는 것 같지않은 떠난 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침묵 속에서 매일이 지옥같은 남겨진 이들의 상처를 그리고 있다. 심지어 죽은 '동호'마저 그의 친구를 내버리고 도망친 자책감으로 투쟁에 몸담았으니 이 소년도 '남겨진 이들의 상처'를 알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동호가 그토록 찾았던 친구도 제대로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생사도 알려지지 않은 채 묻혀버리고 입막힌 혼이 되었다.


한강은 굳이 그들의 마음을 '심리적으로 부검'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대답하려고 하거나 파헤치거나 질문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기다린다. 심장에 손을 얹은 채. 그리고 마음 속으로 비는 듯하다.


아니, 언니를 만나 할 말은 하나뿐이야.

허락된다면.

부디 허락된다면.


죽지 마.


죽지 말아요.


예전에 성화에서 죽은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를 보면 물론 필연적이고 숭고한 희생이었지만.. 과연 마리아는 예수님이 죽게 하고 싶었을까? 그리고 예수님이 가버린 후 마리아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나는 마냥 예수님의 죽음을 좋게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있는 마리아님을 보다듬어주고 싶었다. 한강은 그런 식으로 상처입은 자들, 남겨진 자들, 훼손되지 말았어야 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최정운과 달리 한강은 어떤 해답이나 결론을 지어주기보다 오히려 질문을 더 안겨준다. 인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그리고 싸워서 죽었어도 그들은 이긴 것이라고 승화시키는 강경한 최정운에 비해 살아있든 죽어있든 상처입은 이들을 위로해주는 한강은 살아남기를 바라는 온건파에 속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존엄성을 위해 잊혀지지 말아야 할 이들의 영혼을 한을 풀어주려고 하는 것이다.


부족마다 좀 다르지만 어떤 인디언들은 5월을 '오래 전에 죽은 이를 기억하는 달' '어린 들꽃이 지는 달' '말 갈기가 떨어지는 달'이라고 부른다. 수확의 열매가 맞기 위해서, 새로운 계절이 오기 위해서는 화창한 5월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도 꺼져가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지혜다.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상처와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녀가 받은 첫번째 느낌은, 페이지들이 불탔다는 것이다. 불에 타서 검은 숯덩어리가 되었다.


거대한 풍선 같은 침묵이 병실의 모서리들을 향해 부풀어오르는 것을 그녀는 느꼈다. 


여자가 말하기 시작한다. 아니, 말하기 시작한 것 같다. 아니, 여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소리 없이 입술을 달싹이고 있을 뿐이다. 그 입술의 모양을 그녀는 또렷하게 읽을 수 있다. ....(중략)

최초의 당혹한 웅성거림이 객석을 쓸고 지나간 뒤, 이제 관객들은 무서운 침묵과 집중력으로 배우들의 입술을 응시하고 있다. 


퍼즐 맞추기를 하듯신문에 실린 사진들을, 검열되어 텅 빈 공란들을, 격앙된 사설의 어둑한 반대편을 들여다봐야 했다.

그들은 분노와 동시에 공포를 느꼈고 이 공포는 바로 공수부대의 폭력이 기대하는 것이었다.


다음 단계의 감정은 처참한 광경에 공포에 질려 우선 도망친 후 느낀 자책감, 즉 자신의 무력함과 비참함에 대한 의식이었다. 이 심정은 불행한 동료에 대한 동정심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에 대한 부노와 분노에 반응하지 못하고 폭력에 대한 공포에 떠는 자신의 비참함에 대한 수치와 분노였다. 공수부대는 인간을 짐승처럼, 짐승보다도 못하게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원래 그 폭력이 지향했던 사람들도 인간 이하로 전락시켰다. 광주 시민들의 분노는 이중적인 것이었다. 심지어 많은 경우 '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자체가 저주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무차별 살육으로부터 우리의 고장과 젊은 생명들과 가족들을 지키는 일은 모든 광주 시민에게 당연한 의무이자 '애국'이었다.​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 거야. 우린 도륙된 고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끌고 가는 과정이나 그곳에서 계엄사가 시도한 일은 모진 구타와 고문 그리고 배고픔으로 시민들이 투사가 되어 확인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생명을 구걸하는 비열한 짐승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원한 게 무엇이었는지. 우리를 굶기고 고문하면서 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너희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른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었는지, 우리가 깨닫게 해주겠다. 냄새를 풍기는​ 더러운 몸, 상처가 문드러지는 몸, 굶주린 짐승 같은 몸뚱어리들이 너희들이라는 걸, 우리가 증명해주겠다.





5.18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처음부터 되돌아보게 한다... (중략) ... 5.18은 구조주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만든 사건이었고 모든 인간적 사회적 요인들을 다시 배열시킨 사건이었다.


광주시민들이 투쟁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 '인간임'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폭력의 메시지는 폭력을 당하는 인간과 이것을 보는 인간, 나아가서 그 시대 그 땅의 모든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광주 시민들은 이에 대한 분노로 이성을 잃고 사선을 넘었다. 그들은 투쟁의 대열에 참가함으로써 짐승의 수치에서 해방되어 존엄한 인간이 되었고 투쟁의 대열에 선 사람들은 모두 서로 존엄한 인간임을 축복했다.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걸 증명한 거야.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끝없는 진실의 심연과 지면을 가리고 있는 특호 활자들의 어색한 침묵 사이에는 한恨의 강이 흘렀다. 이 말 못하는 기사가 계속 부르짖고 있는 말은 '시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가 무엇이고 의식이 무슨 의미가 필요한 것인가? 그저 인간 본연의 모습 그대로면 충분했다. 그것이 곧 인간성의 되찾음이었고 인간애에서 비롯된 분노였다.


인간의 존엄함은 자신보다, 자신의 생명보다 더욱 큰 가치를 설정하고 자신을 극복하며 목숨을 걸고 추구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철저하게 포위된 절해의 고도에서 그들이 세상과 교힌하는 방법은 시간의 차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은 스스로 까만 화석이 되어 이 땅의 진실을 그들을 핍박하는 자들이 다 재가 되어버린 지금, 자유로 부활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웅변하고 있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입안에 가득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전생의 것 같은 존엄을 기억해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짓이긴다, 쓸어버린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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