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를 누를 때
야마다 유우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3월
절판


야마다 유스케란 일본의 작가는 참 독특한 인물이다. 고졸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어느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처음엔 자비로 출판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그의 책들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며 유명작가가 되었다. 영화나 연극 드라마로도 제작된다는 그의 작품은 이런 열광에도 불구하고 욕도 많이 먹고 있다. 문장도 모르는 작가라던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색한 스토리라던지.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처럼 책읽기도 싫어한다니... 평론가들은 많은 공부를 하지만 창작은 못한다는 말도 있고, 조정래 선생님도 동국대 국문과 4년동안 배운것이 소설이라는것은 배울 수 있는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라고 하니, 꼭 작가가 많이 알아야 하는것은 아닌가 보다. 어느 문창과 교수는 창작을 하고 싶으면 대학까지만 가고 대학원은 가지마라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그래서 야마다 유스케가 구속받거나 규정되지 않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또 유명해 진것일지도 모른다.



약간 다르지만, 한국에도 귀여니라는 작가가 있다. 물론 귀여니를 난 작가로 취급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나 배울 시의 기본중에 기본조차 조차 모르고쓴 낯뜨거운 코메디인 시집 아프리카를 비롯, 그 소설들도 군시절 집어 들었다가 코웃음을 치고 던져버렸다. 게다가 일본작가의 표절의혹까지 받고 있다니. 코묻은 어린 초등학생 독자에게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를 써놓고 작가라고 칭하다니... 나쁜동화라고나 할까? 인터넷 작가의 원조격인 '엽기적인 그녀'의 김호식씨는 서문에 자신은 작가도 아니고 소설이라고 내놓기도 부끄럽다는 말을 했는데 오히려 겸손한 그의 소설이 아니라는 소설은 참신하고 재미있기라도 하지.







야마다 유스케의 상상력은 돋보인다. 문장은 어떨지 몰라도. 일본이니까 가능한, 나라면 상상된다해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긴 하지만. 그런 엉뚱한 상상력을 하자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고 본다. 극단적으로 상상하자면 어떤 끔찍하고 잔혹한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더러워서 안하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2030년의 미래 '자살억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작위로 10세의 아이들을 건물안에 가둬놓고 실험을 한다. 아이들이 언제든 고통없이 자살할수 있도록 감금되기 5년전에 심장수술을 하고, 부모는 5년전에 알면서도 아이에게 숨긴다. 도망치려 해도 감시가 심하기 때문에 소용이 없단다.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긴 하다. 무슨 전쟁때도 아니고 그 부모들이 가만히 있다는 것도 우습고. 일본다운 발상이란 생각도 들고. 어쨌던 그것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허구인것이 당연한 것에 사실을 따지자면 우스운 법이니.



아이들은 거의다 얼마못가 다 스위치를 누르게 되고, 이 실험 때문에 자살률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험때문에 자살률이 어떻게 줄어들었는지는 전혀 설명이 안된다는 허술함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스위치를 눌러 자살하는 심리를 조사한다고 해서 과연 자살률이 어떻게 줄어든다는 것인가? 자살하려는 사람을 어떻게 알며 그것을 줄였단 말인가? 자살 예상자들이 무슨 등록이라도 한단 말인가? 현실성을 따지는것과 이런 문제들은 다른 점이다. 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해도 사건의 발생은 독자에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상상력은 참신하지만 그런것은 부족해 보인다. 차라리 다른 이유를 붙였으면 어땠을까?



배틀로얄이란 영화가 기억이 났다. 어린 애들을 희생시키는 어이없는 행위라는 점에서 스위치를 누를때와 비슷하다. 영화만 봤지만 원작소설이 있다고 해서 혹시 같은 작가가 아닌가 찾아봤지만 아니였다. 어린아이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말할것도 없고, 가상세계에서도 끔찍한 일이다. 상상도 하기 싫은 상상을 하는 것이 일본사람들 같다. 어린아이들의 희생과 자살문제를 역설적으로 비판하고자 이런 소재를 썼겠지만.



다시 소설이야기로 돌아가자. 놀랍게도 4명의 아이들은 7년동안이나 이런 갑갑한 생활을 견뎌낸다. 그곳에 감시원으로 주인고 요헤이가 근무하게 되고, 다른 감시원들과는 달리 이아이들에게 동정을 느끼고 잘대해준다. 4명의 아이들은 각자 이유가 있어 7년여를 버틴것이다. 네아이중 이케다 료가 먼저 스위치를 누르게 되고, 그사건으로 인해 요헤이는 나머지 세아이들을 데리고 탈출을 감행한다. 그들의 탈주는 전국에 방영이 되고, 아이들의 부모역시 사실을 알게 된다.



YSC(청소년 자살 억제 프로젝트)관계자들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요헤이와 아이들을 체포하지 않고 지켜보지만, 웃긴것은 경찰이다. 전국에 방송되고 얼굴까지 공개되었는데 추적하는 경찰은 이들을 잡지 못한다. 그것도 2030년의 미래에서.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대대적으로 보도도 안했어야지. 그리고 사람들은 또 이 특이한 아이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보고도 모른다. 역시 매우 허술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목적이 있어서 그들의 행로를 지켜보기만 하는 거라면 얼굴 공개까지는 안했어야 하고, 또 사람들도 이들을 봐도 아무도 모른다니. 그 미래사회에는 나처럼 TV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만 있는가 보다.(나라면 인터넷에서 봤겠지만)

좀더 치밀하게 씌였으면 재미는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중반부에 넘어서서는 뻔히 예상되는 도주과정과 아이들의 헤어지는 과정을 지루하게 묘사해놓은것도 지적할 만하다. 사실 이런책이 출판되었다는것도 우습고, 번역되었다는 것은 더 우습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많은 좋은 작품들이 널려있는데, 이런 작품을 꼭 번역해야만 했는가? 일본작품이 유행하고 돈이 되니까? 참을수 없는 가벼움이다. 이런건 기발한 상상이라고 할 가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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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절판


예수의 생에는 교회신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탄생일이 세계인의 축제가 된것이며, 세계가 쓰고 있는 연도 서기도 예수의 탄생일 부터 계산하고 있으니, 가장 영향력을 미친 인물임이 틀림없다. 다빈치 코드가 베스트 셀러가 된 이유도 재미있는것은 둘째요, 예수의 생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상상의 접근이 한몫 했을것이다. 이책은 다빈치 코드를 앞질렀다고 했지만, 저자의 국가에서만 일것이다. 다빈치 코드보다 재밌진 않았으니.



4대째 기독교 집안의 아들로서 한때 기독교에 몸담았으나 예수의 생애와 전혀 부합되지 않는 교회의 행태에 염증을 느껴 종교를 버렸지만, 예수님에 대한 존경심은 여전하다.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이분법 논리는 전혀 신봉하지 않지만.

예수님의 가르침은 천국에 가고싶어 혈안이된 사람들에게 이득을 주기위한 거래로 변질되어 버린듯하다. 쓰나미가 예수를 믿지 않아서 저주를 받은것이라는둥, 기독교 믿는 나라치고 가난한 나라 봤냐는둥, 불교로 개종해야 잘산다는 등 지금도 떳떳하게 현직에 계신, 그것도 유명하기로 소문난 목사들의 발언은 자본주의에 물들어 변질되어 버린 종교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예수님 말씀도 지키지 않는 목사들이 무슨 예수님의 말씀 전한단 말인가?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눅 16:13) 삭개오가 자기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겠다고 했을 때, 예수님은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눅 19:9)‘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적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잠 30:8-9).



예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것도 모르는지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건지... 그런 거짓말씀을 전하는 교회는 손님을 끌기 위한 장사행위에 불과하다. 실제로 교인들에게 물어본바 많은 교인들이 천국에 보내주지 않으면 교회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걸로 봐도 그런 생각들이 만연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봤자 천국행 티켓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이 있는 가식적인 믿음일뿐 진정 천국이 있다면 절대 구원받지 못할 것이다. 진실된 믿음이 있어야 구원을 받겠지.

이책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는 허구의 철학자 폼포니오가 그리스에 있는 친구 파피우스에게 편지를 보내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지혜를 주는 샘을 찾기 위해 돈한푼 없이 떠돌아 다니는 이상한 철학자가, 소년예수에게 살인 누명을쓴 아버지 요셉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그 사건을 좌충우돌 어설프게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밝혀지지 않은 예수의 어린시절을 작가의 상상으로 풀어낸다.

소설속에는 성경속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요셉과 마리아를 비롯, 요한, 유다벤허, 후에 막달라 마리아가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녀 랄리타까지.







이 소설의 장르를 무어라 말해야 할까? 추리, 종교, 철학, 유머, 풍자, 신화적 요소 등이 뒤섞여 있는 소설이다. 엉뚱한 행동의 철학자는 처음에 돈때문에 예수의 의뢰를 받아들이지만, 후에는 보수를 거절한다. 사건수사에 별 관심이 없던 폼포니오가 제대로 수사를 하게 된것은 사건의 주요 관계사이자 랄리타의 어머니인 아름다고 마음씨 착한 창녀 사라때문이라는 것이 우습다. 소설에서 가장 비극을 겪게되는 사라의 모습에 분노를 한 철학자는 사건의 단서들을 파악하고 마치 김전일처럼 모든 사람들을 소집하고 모든 수수께끼는 풀렸다는듯 이야기 하지만, 사람들은 코방귀를 뀌어가며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의 추리는 몇가지를 빼고 정확했음에도.(더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까봐 이만)



기독교인들이 본다면 조금 불쾌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기독교적 세계관에 충실한 소설은 아닌듯 하니까. 그렇다고 무슨 모독이 들어간 것또한 아니지만. 폼포니오는 그리스 사람이고 그에게 예수가 조금은 영향을 받는다. 어린 예수의 모습은 평범한 아이들과 똑같지만, 뭔가 영특함과 비범함이 엿보이고, 소설의 말미에는 어떤 놀라운 일을 해낸다. 문화의 차이가 있어서 인지 배꼽잡고 웃을만큼 웃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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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명로진 지음 / 타임POP / 2010년 4월
구판절판



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소설가 조정래선생님의 신간 '황홀한 글감옥'에 보면 3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것이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는데 가장 좋다고 한다. 동국대 국문과 4년동안에 깨달은 것이 글쓰기는 어디서 배울 수 있는것이 아니라는것뿐 이라는 한국 최고의 작가께서는 좋아하고 닮고 싶은 작가의 글을 베껴쓰기하되 후에는 자신만의 필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으로 베껴쓰기의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며느리와 아들에게 태백산맥전권을 베껴쓰게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 필사본은 조정래 문학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이분처럼 글을 쓸수 있다면 많은 댓가를 치뤄도 좋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책의 작가 명로진씨는 글짓기 강의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많은 경험을 통해 초보자들의 글쓰기의 문제점을 한권에 담아냈다. 나같은 초보자가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별로 웃기지는 않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섞어서 풀어내는 방식도 여느 딱딱한 문장론 저서들과는 다른 편안함이다.












이책은 다음과 같은 독자를 위해 만들었다.



1.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사람

2. 지금보다 글을 좀 더 잘 쓰고 싶은 사람

3.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이 책에서 말하는 글은 소설이나 시가 아니다. 실용문이나 논설문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산문이다. 에세이다. 편지나 일기, 설득하는 글, 연설문, 칼럼, 여행기가

모두 에세이에 속한다

-7쪽중에서-






많은 작가들이 필사를 통해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고백한바 있다. 꿈꾸는 다락방의 저자 이지성씨는 수년을 작가를 꿈꾸었고, 태백산맥을 비롯한 여러책들을 150권가량 필사하며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 학창시절 글쓰기로 상하나 못받았었다고 하는데, 많은 노력으로 지금은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한권을 베껴쓰는것도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할텐데 150권이라니!!!



각장의 말미에는 유명작가의 글을 베껴쓸수 있게 글과함께 쓰는 란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약간은 지면채우기 용이 아닌가 싶다. 내용이야 좋은 글이지만 장문의 글중 토막된글을 베껴쓰기 한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을것이며, 베껴쓰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독자가 쓰고 싶은 책을 베끼도록 하는것이 좋을것이고, 베껴쓰기를 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도 읽은책 중에서 닮고싶은 글을 베끼겠지 여기 있는것을 베낄까? 페이지수 늘리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글을 인용한것은 좋은일이지만, 베끼는 란까지 할애하다니 지면낭비다.



베껴쓰기에 관한 내용은 잠깐만 나온다. 나머지는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의 글을 인용하여 좋은글을 쓰는 요령, 초보자가 흔히 범할 수 있는 실수등을 설명한다. 또한 외국어와 우리말의 차이점과 특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폼잡지 말고 쉽게 쓰라고 한 부분에서는 뜨끔했다. 괜히 어설픈 지식으로 멋지게 써보려고 잘쓰지 않는 단어를 섞어가며 폼잡으려고 했던 내글이 부끄러워진다. 다 지워버릴 수도 없고^^ 마음같아선 다 고쳐쓰고 싶지만 많기도 하고 어설픈것은 어설픈대로 그냥 나둬야지. 또한 한 문장에 여러가지를 담으려고 하다 보니 이상해 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깔끔하게 잘라쓴 예문을 보고 많이 배웠다. 내가 범했던 많은 실수들을 콕집어 지적하는 것 같은 책이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이책에서 배운 내용들을 적용해 봐야겠다. 말하는것처럼 읽기좋고 쉽게쓰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진리. 말과 글은 소통을 위해서 있는 것이므로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하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교실벽에 유치한 동시하나가 붙었던것을 제외하고는 글쓰기로 상을 받아 본적도 없지만, 글을 길고 많이 쓰는것은 어렵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반성문을 수없이 써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양을 쓰는 데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지만, 횡설수설 조리없고 두서 없는 글들일 뿐이었다. 글을 좀더 가다듬는 훈련을 해야겠다. 최고의 작가 조정래 선생님도 시인이 되지 못해 소설가가 되었다고 말씀하실 만큼 많은 양의 소설보다 짧고 간결한 시쓰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문장을 줄이고 요약하는것이 어렵다는 뜻일까? 좋은 글쓰기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많이 쓰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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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반새
이문일 지음 / 어문학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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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대구와 시골을 오가며 살아온난 촌놈이라 불리웠다. 어릴적에는 그런 말들이 듣기 싫었지만 지금은 정감이 가고 좋다. 이제는 그렇게 불러주는 사람이 없지만 내가 날 그렇게 부른다. 중학생이 되기전 서울로 올라왔고, 서울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사투리도 금방 벗어버렸지만, 이상하게 집에만 오면 사투리가 튀어나오고, 밖에서는 사투리를 쓰려고 해도 잘 안나온다.



그 시골에 살던 어릴적, 황순원의 소나기라는 소설을 무척 좋아했다. 서울에서 올라온 고운 소녀의 모습을 생각하며 꿈을 키우기도 했고, 실제로 서울에서 놀러온 여자아이의 모습을 훔쳐보며 내가 그 소설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하기도 했었다. 소설에서처럼 에피소드 같은 것은 전혀 없었지만.


이책의 제목이기도한 청호반새는 산 절벽의 흙 벼랑에 자신이 직접 구멍을 파서 만든다. 한국에서는 전역에 걸쳐 드물게 번식하는 여름새라고 한다. 아름답고 뭔가 고귀해 보이는 모습이다. 영덕이는 춘천의 산골 원창고개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춘기 소년이다. 온갖 새와 짐승, 꽃과 나무들이 다 그의 친구이다. 고사리나 영지등 산에서 나물을 캐어 팔아 용돈을 마련하고, 산삼이 어디있는지 알고 그것이 큰 돈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성한 식물이라 여겨 캐지 않는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소년. 초등학교때는 줄곧 1등을 해왔지만, 일등의 자리에 대한 기대와 부담으로 인해 일부러 빵점을 받는 소년이다. 빵점을 맞기도 했다는데 그것은 문제를 모르지 않고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담임은 늘 새대가리라고 무시하기 일수이다. 소년은 그러면서도 틈틈히 공부를 하며 2학기가 되면 다시 일등을 하리라 마음먹고 있다.


서울에서온 부잣집 딸 순아는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한다. 엄마가 재혼을 해서 홧김에 할머니가 계신 원창고개에서 학교를 다닌다. 조용한 시골에서 즐거운 유일한 일은 영덕이를 응덕이라 부르며 괴롭히고 놀리는 것이다. 순진하고 때묻지 않은 소년을 놀리며 어느새 사랑의 감정이 싹터간다.

영덕이는 교활한 구미호같은 순아가 빨리 서울로 돌아가 버렸으면 좋겠다. 손톱으로 목덜미를 할퀴고 허벅지를 물어 뜯고 자신을 괴롭히는 순아가 밉지만, 남자기 때문에 참는다. 한방에 누군가를 때려 눕힐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년의 순수하고 의젓한 마음을 잘 볼수 있다.

음악 선생님을 짝사랑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순아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것같다. 이 소년이 훗날 자라면 가장 잊지 못할 여인이 순아가 아닐까? 그건 내 비슷한 경험으로 보아도 그렇다. 학교다닐때 짝사랑하던 선생님은 이름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매일 짖궂게 괴롭히던내짝궁소녀는 생생하게 기억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담임선생은 예쁘고 공부잘하는 여자이이들만 이뻐하고, 영덕이는 무척 미워한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선생을 할까? 생각될 정도로 자기 중심적이고 공정하지 못하다. 내 어린시절도 대부분의 선생님이 그랬다. 교육자로서 교육을 하는것이 아닌, 직장인으로서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풀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런 교육 때문에 무시받고 매맞은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방황하는 젊은 시절을 보낸다. 반 성적이 잘 나와야 인정받기때문에 아이들을 닥달하지만, 닥달한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고, 오른다고 해서 아이의 지식으로 바뀌진 않는다. 예의가 바르지 못해 맞는것은 둘째치고 공부 못한다고, 아니면 다른 이유로 트집잡아 벌을세우고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그 죄의식을 고스란히 자신에게 지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그런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러가지 새들과 곤충들과 식물들의 이야기를 덧붙인 해설들이 각 장의 뒷편에 붙어있다. 시골에 살았었지만 잘 몰랐던 식물의 이름과 모습들을 알 수 있어 좋다. 산골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사춘기의 가슴 설레는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담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요즘 소설처럼 긴장감이나 큰 반전은 없지만,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게 했고, 마지막 부분에선 더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시골의 풍경이 그리워 진다. 지금은 무너져 버리고 없는 시골 마루에 누워 수박을 먹으며 실컷 책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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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책의 저자 제임스 페더슨은 유명작가라고 하는데, 책읽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이상한 것은 가브리엘 갸보네트라는 사람과 공동집필을 했다는 것이다. 소설을 어떻게 공동 작업할까? 이야기 생산공장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름이 잘 안알려진 작가의 소재를 유명작가가 수정 검토하고 출간하는 걸까? 어쨌던 추리소설작가로 유명하다는 제임스 페더슨은 멜로이야기도 미스터리적 요소를 약간 가미하여 쓴듯하다.

 

 우리나라 철수만큼이나 흔한이름(이젠 오히려 귀하겠지만) 마이클. 남자 주인공인데 정체불명의 사나이다. 아마 천사인것 같은데 자신도 확실하게 모르고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듯하다. 아마 설명하기 애매하고 쓸데없는 지면을 할애한다고 생각한 작가의 구성인걸까? 그의 역할은 바로 어린아이가 약 5살부터 9살이 되기까지 상상속의 친구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맡은 아이가 9살 생일이 지나면 사라지게 되고, 아이들은 그의 기억을 잊게된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으며 그 아이에게만 보인다. 임무가 끝나고 나면 얼마간의 휴식이 주어지는데 이때는 이상하게도 보통 인간처럼 눈에 보인다. 능력도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것, 돈이나 택시등을 손가락 한번만 튕기면 짠 하고 나타나게 하는 능력이다. 이천사같은 친구는 늙지도 않는다.

 역시 익숙한 이름 제인은 돈많고 잘나가는 제작자인 엄마와 살고 있는데, 다른 아이와는 달리 9살 생일이 지나도 상상속의 친구 마이클을 잊지 못한다. 마이클 역시 다른 아이들보다 제인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이고 이별을 안타까워 했지만, 제인이 마이클을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한다. 임무를 마친 아이들은 다시 마주친 적이 없고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우연히 32살이된 제인을 만나게된 마이클은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제인의 뒤를 쫓고, 제인이 그를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데.

 

 능력좋고 예쁘기 까지한 제작자 엄마. 무척 부자임에도 바쁜엄마와 아빠의 부재로(엄마가 결혼을 두번함), 남들이 보기엔 모든것을 다 가진듯하지만 외로운 제인. 너무나 능력좋은 엄마에게 성인이 되어서도 이것저것 간섭을 받으며 어린아이처럼 자란다. 엄마의 투자로 제인이 제작한 연극이 대성공을 하면서 능력도 인정 받고, 그 연극에 출연한 미남배우 휴와도 사귀게 되지만, 진정한 연인이 되어주진 못한다. 자신의 배경만 보고 사랑하는척 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천사인거 같은 마이클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 환상적인 요소를 넣으면서 진부할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새롭게 느껴지게 한다. 스릴러보다 긴장감 넘치다는 평이 뒷표지에 있었지만 긴장감은 별로 느끼질 못했다. 술술 읽혀 내려가고 애틋한 둘의 감정을 잘 표현한 재미가 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공상적인 인물을 넣었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시원치는 않다. 소설에서 꼭 모든것을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클의 배경, 즉 어떻게 그런일을 하게 되었고 정확한 정체가 뭔지 설명 되지 않은것은 둘째치고, 나중에 그가 그 임무의 규칙에서 벗어나게 되는것에 대한 이유와 설명이 전혀 없다. 그냥 원하니까 그렇게 되었다는 식이다. 그것이 조금 불만이었지만 멜로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남녀의 감정묘사와 운명이니까 그냥 대충 넘기며 받아들일 수 있었다. 비현실적이라 공감적인 요소는 없었지만, 둘의 감정이 잘 표현되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난후의 여운은 길지 않았지만, 읽는 내내 재미를 느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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