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관련 영인본 구매건으로 신촌 <글벗서점>에 갔다가, "또" 책을 한 권 샀다. <카를 마르크스의 역사이론-역사유물론 옹호>라는 표제의 묵직한 사회과학서다. <한길사>에서 2011년 9월 30일에 발행한 책인데, 정가는 30,000원이다. 정작 궁금한 것은 시중 서점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신간도서를 정가의 60%로 구매할 수 있다는 행운이 아니라, 한국 도서유통의 모순에 관한 것이다. 전에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헨리 페트로츠키의 <서가에 꽂힌 책>이라는 절판도서를 정가의 70%에 구매했는데, 헌책방 마니아의 글에 의하면 이 책은 현재 전국 어디에서도 어떤 가격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희귀품이다. 그런데 알라딘 중고서점에는 20권이 넘는 재고가 있었다(아직도 상당히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모순 아닌가? 도대체 한국의 도서유통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책도 상품이긴 하지만 다른 것과는 구분되는 문화의 한 종류다. 필요한 책을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구해 이용할 수 있어야 문화도 확대되는 것 아닌가? 한 권의 책에 긴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출판사와 유통의 투명성, 그리고 독자의 관심,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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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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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은 제목으로 알 수 있듯 현재 절판되어 더 이상 시중 서점에서 살 수 없는 책들에 얽힌 사연들을 저자가 인터넷 헌책방이나 지인을 통해 확보하게 된 경험담이다. 나도 헌책방에 자주 가는 편이라 저자의 경험에 충분히 공감한다. 나 역시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던 F. W. Nietzsche의 "반시대적 고찰"(1쇄 발행 1982년)이나 금성출판사판 "세계문학대전집"(1983년), 또는 "한길 로로로"(1997년) 시리즈 등, 상당수의 책들을 여러 헌책방에서 구했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서재 결혼시키기>와 <서가에 꽂힌 책>을 알라딘 종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해 단숨해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간 도서의 홍수 속에서 정작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당의정 같은 베스트셀러 뿐, 인간 정신의 지평을 넓혀주고 세계관을 정립하는 데 꼭 필요한 묵직한 책들은 곧 잊혀지는 현실에서, 뒤늦게 절판 도서를 찾아 헤메는 모습은, 어쩌면, 보물찾기에 비유할 수 있겠다. 그것도 나만을 위해 빛나는 보석! 나도 언젠가는 그동안 모아온 책들에 얽힌 사연들과 그 책들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육체는 쇠해도 정신은 빛나고 책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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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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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학시절에 읽었던 쟝 그르니에의 <섬>을 다시 펼쳐 보았다. 스무 살의 알베르 까뮈를 감동시켰던 가장 유명한 구절, "혼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설은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 번씩이나 해보았었다. 그리하여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아보았으면 싶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를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아득한 그리움이 밀려 왔다. 20대 때의 나도 막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었는데. 이곳을 떠나 저 곳에 가면 참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결코 이 곳을 떠나지 못했고 아직도 이 곳에서 별다른 변화 없이 살고 있다. 결국 인간은 마음 속에 자기만의 섬을 하나씩 간직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참, 외로운 존재인 것인지. 옆에 사람이 있어도,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어도, 인간은 누구나 비상을 꿈꾼다. 현재는 늘 벗어나고 싶은 굴레이고, 지금 이 곳만 탈출하면 삶에 서광이 비출 것만 같다. 그런데 과연 그렇던가? 살면서 어긋나고 비껴가며 알지도 못한 채 흘러가 버린 관계들과 툭 끊어져 버린 과거의 시간들만이 허공 어딘가에서 나를 내려다 본다. 물끄러미 태양을 응시하다 눈이 부셔 시선을 돌려도 저 곳엔 어느 누구 하나 나를 향해 손짓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 죽는 것이다. 중년을 훌쩍 넘긴 지금,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섬이 있다. 그 섬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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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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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는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도 그 중 한 권이다. 어쩌면 이렇게 긍정적일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일들은,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살아가는데 의미 없는 것은 없다. 늘 행복할 수만도, 항상 불행하지도 않은 것이 삶이다. 무슨 일이든 다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래도 가능한 행복하고 싶다. 불행은 내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다. 그러나 누가 삶의 고비마다 찾아 드는 불가항력적인 일들을 피해갈 수 있겠는가? 저자는 암도 자신의 삶을 빛나게 해주는 것으로 인식한다. 내 몸 속에서 생겨난 암은, 결국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나의 삶과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내 존재의 일부일 뿐, 지금 암에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암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니까 하루 하루를 잘 살아야 한다. 나의 삶도, 타인의 삶도 모두 소중한 것이니 매 순간 내가 있는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살아야 한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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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지혜
팀 루서트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수첩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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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2006년)에 읽었던 <아버지의 지혜>를 다시 꺼내 읽었다. 주로 미국의 평범한 아버지들 이야기지만, 한국의 아버지들과 큰 차이 없는 아버지만의 자식 사랑법이나 인생 선배로써의 잔잔한 충고 또는 삶을 사랑하라는 무언의 행동들을 그 자식들의 입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 세상 거의 모든 남자들은 언젠가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자식을 키우면서 비로소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조금 부족해도, 단점이 있어도,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는 독특한 언행으로 자식들에게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아버지를 이해할 때 비로소 삶을 긍정하고 홀로 설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시간이 흘러 나도 아버지가 되었고, 아들이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다. 나는 아들에게 아버지 노릇을 잘 하고 있는가? 아니, 나는 내 아버지에게 어떤 아들이었던가?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아버지라는 존재가 자식에게 얼마나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훗날 내 아들이 나를 회상할 때 나를 아버지로 두어서 고마웠습니다라는 말을 죽어서라도 듣고 싶다. 현재 나의 모습에서 아들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테니 조금이라도 모범이 되고 싶다. 아버지 노릇도 한 번 해보면 세상 그 어떤 일보다 더 보람있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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