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계 분쟁 - 국제 분쟁 전문가 김재명의 전선 리포트
김재명 지음 / 미지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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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지도로 보는 세계분쟁>이나 <세계의 분쟁 바로보기>와는 달리 저자가 직접 분쟁의 현장을 답사하면서 만난 전쟁 피해자, 난민, 정치 지도자, 병사 등과의 인터뷰가 담겨 있어, 각각의 분쟁에 대한 객관적 서술만으로는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그 지역 민중의 처절한 육성이 마음을 울린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현실적으로 영구 평화가 불가능하다면, 나는 평화를 기원하기보다 절망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소수자와 약자, 못 가진자들의 정의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쪽을 택하겠다. 이 책은 그들이 탐욕스러운 강자들과 벌이는 힘겨운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나의 지지의 표시이자 연대의 기록이다."(p.8)라고 말하고 있듯, 세계의 어딘가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반도도 대표적인 분쟁지역이 아니던가? 게다가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세계의 후미진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서 눈을 돌릴 수 없는 법이다. 우리가 잘 안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전혀 모르고 있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부터 아프가니스탄, 이란, 보스니아, 시에라리온, 캄보디아, 동티모르, 볼리비아에 이르기까지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를 아우르며 정치적 권력과 국가간의 이기심에 희생당하고 고통받는 민중들의 편에서 그들의 눈물에 함께 눈물을 흘리며 육체적, 정신적 공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사고와 행동에 변화가 없다면 분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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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사회 -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볼프강 조프스키 지음, 이한우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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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아직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폭력은 인류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속속들이 지배했다. 폭력은 혼돈을 만들고, (혼돈을 어렵사리 극복하고 만들어낸) 질서는 폭력을 만든다. 이런 딜레마는 풀어낼 길이 없다. 질서는 폭력에 대한 불안에 기초하여 스스로 새로운 불안과 폭력을 만든다." 이 인용문은 어제 읽었던 독일의 사회문명비평가 Wolfgang Sofsky의 <폭력사회>라는 저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말하자면 인간이 구축한 사회가 사실은 같은 인간으로부터 나에게 가해질 수 있는 신체상의 폭력을 방지하고자 계약에 의해 질서를 성립시켰으나, 오히려 그 질서가 더 큰 폭력을 일부러 유발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뜻이리라. 신체적 안전을 위해 개인적 자유의 폭을 제한하고서 사회와 국가라는 더 큰 폭력 속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셈이다. 이 논의를 깊이 성찰해 보면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대도시 한 복판에서 느닷없이 벌어지는 테러사건과 무차별 총격사건, 연쇄살인 사건 등의 극한의 폭력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폭력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들까지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 이 불안과 공포가 폭력의 뿌리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이 책은 이러한 폭력의 본질에 뿌리까지 파고 들어 거기에서 인간성의 심연을 들추어 내고 누구라 할 것없이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건조한 문체로 설파하고 있다. 참 독특한 사유체계를 가진 저자에다 어려운 독일어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한 번역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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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 상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윤대석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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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임사체험>은 <사색기행>과 함께 읽기 시작했는데, 상하권 합쳐 무려 880 페이지! 하지만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이란 사생학(sanatology)에서 다루는 분야의 하나로, 심장마비나 교통사고 등의 촌각을 다투는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죽음 직전에 겪고는 극적으로 생환하여 주장하는 체험이다. 자세한 사항들은 책을 직접 읽어 보길 바라고, 정작 중요한 것은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그 체험이 신체활동이 극히 저하되어 일어나는 뇌 속의 환각이든, 실제로 사후세계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든 간에, 체험 후의 삶이 극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즉, 이기적이고 물질적인 삶에서 이타적이고 정신적인 삶으로 전환하여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지식에 대한 추구와 모든 생명체를 선하게 대하는 것, 그리고 봉사하는 삶이다. 임사체험의 객관적인 증명 유무를 떠나 죽음에 대한 인식이 곧 삶에 대한 충실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방대한 책을 관통하는 진리는 결국 죽음과 삶은 하나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한 화두인 셈이다. 한 번씩 읽어 보면 죽음보다 삶에 대해 더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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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정원
다치바나 다카시.사토 마사루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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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知의 庭園>은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이 사람의 이름은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에서도 언급된다)라는, 소위 일본의 '독서 달인'들이 펼치는 지식과 교양, 세계와 나, 지구와 우주에 걸치는 방대한 관심사를 두 사람의 대담으로 풀어낸 책이다. 대화 속에 언급되는 책의 권수는 물경 사 백권(두 사람이 추천한 책 들중에서 내가 읽은 책들을 헤아려 보았더니  50여권이 채 않된다. 일본인 저자가 쓴 책들이 많고 그 책들이 대부분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아서라고 애써 자위해 본다)이 넘고, 그 책들에 관한 짧지만 촌철살인적인 평들은 핵심을 관통한다. 책을 꽤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도 자연과학은 약한 편인데, 특히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연과학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이해력을 자랑한다. 이 두 사람의 대담은 결국 독서를 통한 삶의 지혜로 요약된다. 즉, 다치바나 다카시는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한 정보가 현대 교양 교육에 절대 필요하다" 말하고, 사토 마사루는 "어떤 미지의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힘이 교양"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삶의 지혜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므로 독서는 단순히 글자 읽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리고 가능한 관심 분야가 많을수록 바람직하다. 폭넓게 사고하고 편견을 갖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힘도 독서에서 나온다. 이제는 내 육체의 죽음 너머에 있을 세계에 대해서도 쇠락하기 전에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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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꽤 많은 책들을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내 인생에 결정적으로 큰 영향을 준 책을 다섯 권만 뽑아 보라면 첫 번째는 단연 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이다. 제국주의 서구의 실체를 똑똑히 알게 해주었고 이후 세계사적 사건에 대한 나 나름의 해석과 비평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준 '위대한 책'이다. 두 번째는 학부 시절 새벽 시간을 이용해 세 달 동안 집중적으로 읽었던 Romain Rolland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다. 베토벤을 모델로 한 대하소설로, 삶과 사랑, 우정, 무엇보다도 예술에 대한 크리스토프의 처절한 몸부림이, 이후 베토벤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전 작품 청취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실천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세 번째는 <존 스튜어트 밀 자서전>이다. 저자가 아버지에게 받았던 어린 시절의 교육부터 자신의 사상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서술한 책인데, 특히 학문을 대하는 자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네 번째는 靑莊館 李德懋의 <士小節>이다. 제목처럼 선비가 지켜야 할 작은 예절과 덕목을 차분히 적어 내려간 조선 역사상 최고의 자기 수양서다. 사람답게 살고 싶은가? 이 책을 읽어라. 다섯 번째는 莊周의 <莊子>다. 그 넓고 깊은 사상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장자를 통해 죽음에 대한 성찰만큼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 책들은 내 <枕頭의 書>로써 늘 함께 하는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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