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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 ㅣ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어떤 음악은 뇌 깊숙이 각인되어 여생을 함께 한다. 그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주변 환경과 함께 들었던 사람, 또는 상황 따위가 늘 동반 기억으로써 그것이 특별한 경험임을 인식하도록 뇌를 통어(通御)하는 것이다. 그것이 특히 서양의 고전음악일 경우 작곡가의 생애와 맞물려 나날의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사를 견뎌내는 무한한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나 이외의 타인은 같은 음악을 어떻게 듣고 있을까? 이것이 궁금하다면 박종호 선생의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시리즈를 읽으면 된다. 이미 읽은 1, 2권과 마찬가지로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또한 특정 작곡가의 생애와 그 작곡가만의 음악의 특성, 여기에 박종호 선생의 각각의 음악에 얽힌 개인 경험이 덧붙여져 있어, 유익한 정보와 동시에 음악이 어떻게 개인의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하나의 단서를 제공한다. 내게는 Beethoven의 교향곡 제9번 <합창>과 Tchaikovsky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등이 그런 음악들이다. 나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할 때, 또는 까닭 없이 우울하거나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듯 죽음에 대한 어두운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을 때, 아니면 고독이 가슴 깊은 곳에서 고개를 쳐들 때마다, 이 곡들을 들었고, 듣고 있고, 들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새 마음 속 검은 기운은 잣아 들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그저 소리와 선율, 리듬에 불과한, 게다가 시간과 더불어 저 멀리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음악이 내 정신을 이토록 강력하게 지배할 수 있다니. 생각해보니 작곡가들은 어느 누구도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아, Felix Mendelssohn은 예외다). 그런 삶의 스산했던 경험들이 그들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을 테니, 그렇게 창조된 예술품이 듣는 이에게 작곡가의 생애에 상응하는 나의 체험으로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음악은 모름지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들으면 되는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이, 자주 들을수록 음악은 죽음을 넘어 저 곳에 대한 공포마저도 수용할만한 삶의 양상으로 여기게끔 나를 위무(慰撫)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