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상적인 악 - 세계적인 법정신의학박사가 밝힌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신혜원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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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읽어 왔던 인간의 어두운 면에 관한 독서는 이제 어느 정도 끝을 맺을 때가 온 것 같다. 그것은 이번에 읽은 오스트리아 출신 법정신의학박사 라인하르트 할러가 쓴 <아주 정상적인 악>이라는 저서에서 살인 유전자를 지닌 인간만이 연쇄살인을 저지른다든가 또는 대량학살자의 뇌 어딘가에만 '악의 자리'가 있다거나 하는 근거 없는 연구들을 송두리째 뒤집어 업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악한 심성을 내부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공론화 한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나 역시 언제든 악해질 수 있고 악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음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해 가져왔던 나의 관심이 병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다. 내 속의 악한 심성이 먼저 스스로를 드러내고 그것에 대해 당사자인 내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악에 대해 경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최근에 발생한 수원 토막살인 사건을 보더라도 악은 늘 우리 곁에 현존하고 있으며, 어떤 작은 계기로 인해 폭발적인 실체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악의 끈질김과 극한의 폭력에 치를 떨었다.

 

 

참고로 위의 책은 <아주 정상적인 악>과 함께 읽은 <노크하는 악마>인데, 독일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학 교수인 테오 R. 파익이 썼으며 <아주 정신적인 악>에도 그 내용이 일부 소개 되어 있다. 원제는 <우리 안의 악>으로 <아주 정상적인 악>과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 <아주 정상적인 악>에 비해 비교적 학술적이고 더욱 분석적으로 악의 본질과 실체에 접근하고 있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는 책을 읽다보면 한편으로는 섬뜩하고 한편으로는 슬프다. 나도 같은 인간인지라 상황에 따라 충분히 악해 질 수 있다는 점이 섬뜩하고, 진화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자부하는 인간이 동일종에게 이토록 잔혹할 수밖에 없나 하는 점이 슬픈 것이다. 그래도 섬뜩함 보다는 슬픔이 더 강하므로 이제는 대략 1993년에 구매한 것으로 기억되는 Colin Wilson의 <잔혹: 원제는 A Criminal History of Mankind> 읽기로 촉발되었고, 1994년에 구매한 로버트 K. 레슬러의 <FBI 심리분석관: 원제는 Whoever Fights Monsters> 읽기로 본 궤도에 올랐으며 이번 <노크하는 악마>를 끝으로 인간의 어두운 면에 관한 독서는 끝을 맺을 것이다. 근 20년 동안 읽어 온 본 주제 속에는 연쇄살인, 대량학살, 사이코패스, 히틀러, 법의학이나 법곤충학, 법식물학, 또 폭력성과 악마학, 마녀사냥, 자살, 죽음론 등의 광범위한 소주제들이 포함된다. 대략 100여권이 넘는데, 아마 동일한 주제의 책들은 눈에 띄는 대로 계속 구매는 할 것이고 읽기도 계속할 것이다. 다만 이제는 인간의 밝은 면에 대해 더 많은 책을 읽고 싶다. 나는 자연사 이외의 모든 인위적인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인간이 진정으로 타인을 사랑하고 평화롭게 살다가 누구나 자연사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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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
테렌스 데 프레 지음, 차미례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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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한 정보가 현대의 교양 교육에 꼭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견해가 아니더라도, 20세기는 특히 전쟁과 대량학살, 그리고 좌우대립 등의 반인륜적인 사건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나치의 강제수용소나 구소련의 Gulag(강제노동수용소)는 인간이 인간에게 극한으로 폭력적일 수 있음을 증명하는 지옥이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과 그들에 대한 정신분석, 가해자들의 심리 등에 관해 정리한 책이 바로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 원제는 The Survivor: An Anatomy of Life in Death Camps(1976)>라는 책이다. 읽는 내내 가스실에서 살해당한 후 연기로 사라져 간 유태인들과 극심한 노동으로 죽어간 소련 정치범들의 강제된 죽음에 같은 인간으로써 참담함과 함께 깊은 죄의식을 느꼈다.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 생존도 보장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가혹한 수용소에서도 삶이 이어졌고 인간애가 피어났으며 나름대로의 질서를 유지해 나가는 과정에서 마침내 수용소를 파괴하기까지, 인간 정신의 투지가 반짝이기도 했다. 생존자는 자신이 겪었던 참혹한 경험과 인간성 말살의 파괴적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자 하는 한 가지 목적의식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아 "사실"을 전한 사람이고, 그것으로 인해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나 쿠바의 관타나모처럼 강제수용소는 여전히 세계 도처에 존재하고, 그 곳에서는 매일같이 인간성 파괴가 벌어지고 있다. 인간은 역사에서 배우기보다는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동물인 것인가? 강제수용소는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죽음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인간정신이 얼마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옥인 반면에, 끝끝내 무너지지 않고 버티어 내는 인간 정신의 불굴성과 거대한 폭력에도 저항하는 연대의식, 그리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 했던 생존자들이 "살았던" 공간이기도 하다. 지금 고통스럽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고통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세상에 극복하지 못 할 고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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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rdo Da Vinci. the Complete Paintings and Drawings (Boxed Set)
Zollner, Frank / Taschen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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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뿐만 아니라, 그 대표작들이 완성되기까지 다빈치가 끊임없이 그렸던 드로잉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천재는 노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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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베트남 -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의 현장을 가다
이규봉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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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읽어 온 분야가 인간의 광기 내지 어두운 심성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폭력성이나 연쇄 살인, 식인 풍습, 또는 전쟁 상황에서의 잔학한 행위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상당히 많은 책들을 읽었다(갖고 있는 관련도서가 책꽂이로 두 칸 분량이니까 약 100여권쯤 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벌어지는 잔혹 행위나 테러리스트의 정신세계 등으로 까지 범위가 넓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운명처럼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이 규봉 배재대학교 교수가 쓴 <미안해요! 베트남>이다. 이 책은 저자가 베트남인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자전거로 달리며 곳곳에 남아 있는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기록한 것이다. 즉, 일본군의 남경대학살이나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북미의 인디언 학살 등, 인간 역사에 남아있는 수많은 학살이나 인종 청소에 못지않게 잔혹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광기에 가득찬 행위들을 한국군들도 저질렀다는 것. 우리 한국인들이 일본 제국주의에게 받은 박해가 육체적, 정신적인 거대한 trauma로 남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상처가 되었듯이, 학살에서 살아남은 베트남인들에게 한국군은 미국의 용병으로써 미국인보다 더 증오하는 대상이었다.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한국군의 잔학한 행위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 번도 베트남 정부에게 사죄를 한 적이 없다(물론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해도 韓國民 전체가 진심으로 사죄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한국인들은 베트남인들에 대해 우월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한국보다 못사는 동남아인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인이 얼마나 잔혹하게 구는가?). 일본에게 위안부 관련 사죄나 역사 왜곡, 또는 망언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기에 앞서 우리도 베트남인들에게 먼저 사죄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처음엔 내가 마치 학살 현장에서 한국군과 함께 잔혹 행위를 하는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만큼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같은 인간에게, 그것도 비무장의 부녀자나 노인들을 대상으로 저지를 수 있는 극한의 폭력이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베트남인들이 느꼈을 공포에 동화되었고, 그 공포는 광주에서, 노근리에서, 제주에서 같은 한국인이 느꼈을 두려움과 겹쳐졌다. 베트남인들에게 수천 번 사죄한다고 해서 미국과 한국을 등에 업고 한국군이 저질렀던 전쟁범죄 행위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이제라도 한국민 전체가 제대로 된 사죄를 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눈으로만 읽은 것이 아니다. 마음은 울고 정신은 사죄하며 입으로는 수도 없이 되뇌면서 베트남인들을 생각했다. 한국이 진정 민주국가라면 베트남을 동일하게 대해야 한다고. 절대 과거의 잔인했던 역사를 묻어두어서는 안된다고. 한국민 전체가 베트남과 베트남인들에게 미안함과 정신적 부채를 느껴야 한다고. 인종, 종교, 국가를 뛰어넘어 같은 인간으로서 진정한 연대의식을 공유한다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일까? 결국 전 세계 인류가 발붙이고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 어느 한 곳에서 벌어진 잔혹행위는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베트남에서의 학살이 제주 4.3 학살과 국민보도연맹 학살, 광주학살의 연결고리이듯, 폭력의 악순환은 나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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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기행 - 나는 이런 여행을 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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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을 읽었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인데, 여행기의 형식을 빌린 문화와 역사비평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에 육박하는 객관적이고도 적확한 분석이나 AIDS로 파악하는 뉴욕의 참모습, 그리고 기독교의 남미 포교과정에서 빚어진 원주 인디오들에 대한 대량 학살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인상기를 넘어 인간성 고찰에 깊은 울림을 주는 대단한 "작품"이다. 인종 이전의 인간, 종교 이전의 신앙, 편견 이전의 문화, 그 자체를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인간이 타인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거두지 않는 한, 타국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멈추지 않는 한, 나와 너를 철저히 구분하고 울타리를 치는 한, 인간의 정신적 진화는 여기서 끝나고 말리라. 물론 유쾌한 내용도 들어 있다. 포도주로 음미하는 프랑스, 몽골에서의 개기 일식을 통해 절실하게 느낀 육체적 체험의 현존, 무인도에서 보냈던 일주일 등, 다치바나 다카시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외도했던 육체적 쾌락의 기억(?)도 재미있다. 한 번씩 읽어 보면 통찰력이 생겨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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