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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
테렌스 데 프레 지음, 차미례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한 정보가 현대의 교양 교육에 꼭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견해가 아니더라도, 20세기는 특히 전쟁과 대량학살, 그리고 좌우대립 등의 반인륜적인 사건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나치의 강제수용소나 구소련의 Gulag(강제노동수용소)는 인간이 인간에게 극한으로 폭력적일 수 있음을 증명하는 지옥이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과 그들에 대한 정신분석, 가해자들의 심리 등에 관해 정리한 책이 바로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 원제는 The Survivor: An Anatomy of Life in Death Camps(1976)>라는 책이다. 읽는 내내 가스실에서 살해당한 후 연기로 사라져 간 유태인들과 극심한 노동으로 죽어간 소련 정치범들의 강제된 죽음에 같은 인간으로써 참담함과 함께 깊은 죄의식을 느꼈다.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 생존도 보장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가혹한 수용소에서도 삶이 이어졌고 인간애가 피어났으며 나름대로의 질서를 유지해 나가는 과정에서 마침내 수용소를 파괴하기까지, 인간 정신의 투지가 반짝이기도 했다. 생존자는 자신이 겪었던 참혹한 경험과 인간성 말살의 파괴적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자 하는 한 가지 목적의식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아 "사실"을 전한 사람이고, 그것으로 인해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나 쿠바의 관타나모처럼 강제수용소는 여전히 세계 도처에 존재하고, 그 곳에서는 매일같이 인간성 파괴가 벌어지고 있다. 인간은 역사에서 배우기보다는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동물인 것인가? 강제수용소는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죽음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인간정신이 얼마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옥인 반면에, 끝끝내 무너지지 않고 버티어 내는 인간 정신의 불굴성과 거대한 폭력에도 저항하는 연대의식, 그리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 했던 생존자들이 "살았던" 공간이기도 하다. 지금 고통스럽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고통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세상에 극복하지 못 할 고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