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기행 - 나는 이런 여행을 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을 읽었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인데, 여행기의 형식을 빌린 문화와 역사비평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에 육박하는 객관적이고도 적확한 분석이나 AIDS로 파악하는 뉴욕의 참모습, 그리고 기독교의 남미 포교과정에서 빚어진 원주 인디오들에 대한 대량 학살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인상기를 넘어 인간성 고찰에 깊은 울림을 주는 대단한 "작품"이다. 인종 이전의 인간, 종교 이전의 신앙, 편견 이전의 문화, 그 자체를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인간이 타인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거두지 않는 한, 타국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멈추지 않는 한, 나와 너를 철저히 구분하고 울타리를 치는 한, 인간의 정신적 진화는 여기서 끝나고 말리라. 물론 유쾌한 내용도 들어 있다. 포도주로 음미하는 프랑스, 몽골에서의 개기 일식을 통해 절실하게 느낀 육체적 체험의 현존, 무인도에서 보냈던 일주일 등, 다치바나 다카시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외도했던 육체적 쾌락의 기억(?)도 재미있다. 한 번씩 읽어 보면 통찰력이 생겨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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