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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지금까지 읽어온 내외국인이 쓴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책들, 그러니까 이화여대 한국학 교수인 최준식의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를 포함하는 일련의 한국학 관련 저서들과 , 한국인으로 귀화한 러시아인 블라디미르 티호노프(한국명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포함하는 한국학, 한국역사 관련 저술들, 또 미국인 J. 스콧 버거슨이 쓴 『발칙한 한국학』시리즈까지, 꽤 많은 한국학 책들 중에서, 가장 최근에 읽은 또 한 권의 책이 바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1982년 생 영국인 이코노미스트 지 한국 특파원인 다니엘 튜더다. 최준식의 책들이 한국인적인 것의 가치를 부단히 알리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일깨우려 노력하고 있는 계몽적인 성격이고, 박노자의 그것이 한국과 한국인, 한국역사에 대한 비판과 한계에 대한 해결책 내지 애정 어린 제안이라면, 또 J. 스콧 버거슨의 책들이 한국에 대해 애증이 뒤섞인 도발적이고 센세이셔널한 보고서라면, 다니엘 튜더의 책은 외국인이 쓴 책 중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한국 사회 구석구석과 한국 현대사에 대한 객관적 이해, 그리고 한결 같은 시각으로 서술한 최초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파원답게 방대한 정보량을 바탕으로, 그리고 꽤 많은 한국인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유머 넘치는 서술로 현재까지 출판된 한국 관련서 중에서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한국인인 나보다 훨씬 어린 영국인인 저자가 나보다 더 한국에 대해 해박하고, 한국 사회 구석구석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세밀한 서술을 통해서, 나는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 사회의 모순과 긍정성, 그리고 극복해야 할 여러가지 사항들에 대해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살며 당연히 여기고 바꾸지 않고 지내오는 동안 꽤 많은 모순들과 불합리, 그리고 부정적인 모습들마저 껴안는 형국이 되고 말았지만, 저자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경쟁심리, 영어에 대한 집착과 체면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정과 한, 흥으로 요약되는 한국적 정서에 대한 고찰, 한옥과 김치, 한국영화와 K-Pop 등, 한국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싶은 순수한 호기심에서 써 내려간 새로운 한국학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의 뒤 표지에 쓰여 있는 저자의 말이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나라는 굉장하다, 너무나 잘해왔다, 이제 다른 나라들을 올려다보지 말고 스스로를 믿으라고,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하느라 더 이상 우울해하지 않아도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