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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회 -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단 하루라도 살 수 있을까
수전 프라인켈 지음, 김승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미국의 과학 저술가 수전 프라인켈의 『플라스틱 사회』는 8월 마지막 주에 읽은 책 중 한 권이다. 책 제목이 내용을 함축하고 있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도중에 내려놓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다. 플라스틱을 다룬 책이 재미있다면 필시 그 내용 때문일 텐데, 저자의 탁월한 분석력과 취재력, 그리고 개인의 경험이 결합되어 무척 흥미롭고도 방대한 정보량을 담고 있는 대중과학서로 손색이 없다. 우선 이 책의 저자가 시험해본 대로 나도 내 주변의 플라스틱을 헤아려 보았다. 그랬더니 내 몸에는 안경부터 시작하여 휴대전화, 신용카드 및 각종 회원카드, 주민등록증, 열쇠 손잡이 등, 꽤 많은 플라스틱이 늘 함께 하고 있다. 또 집 안을 살펴보니 각종 전자제품과 의자, 주방용품, 온도계 등,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플라스틱이지만 정작 우리는 플라스틱에 대해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플라스틱에 대한 무지를 깨달았으니까. 저자는 플라스틱 머리빗부터 신용카드에 이르는 몇 개의 물건을 통해 플라스틱이 가져온 소비의 대중화, 글로벌 생산 시스템, 건강 문제, 일회용과 '버리는 문화', 플라스틱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 플라스틱의 재활용과 그 한계 등에 이르는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들을 철저한 현장 취재와 과학적인 분석으로 비교적 평이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내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던 부분은 플라스틱 위주의 '일회용 버리는 문화'다. 지금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라. 쓰레기통이 보이는가? 그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지 보이는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및 파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정작 한 번 쓰고 쉽게 버리는 우리의 행동 양식에 대한 무자각이 더욱 큰 문제다. 안양천을 산책하거나 가까운 산을 오를 때마다 눈에 띄는 PET 병과 비닐 봉투, 일회용 라이터, 장난감 등은 양심을 잊은 인간의 행태가 플라스틱의 잠재적 위험성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는 생생한 현장이다. 처음 플라스틱이 등장했을 때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가능하게 해주었던 고마운 물질에서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위험 물질로 뒤바뀌게 된 원인도 결국 그것을 쓰는 인간의 무감각한 행태에 기인하는 것이다. 바다 속 깊숙이 쌓여 있는 해양 쓰레기의 거의 대부분도 플라스틱이고, 산과 들 어디를 가 보아도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의 90% 이상이 역시플라스틱이다. 이러한 플라스틱이 자연 상태에서 생분해되려면 수 백년의 세월이 걸리고 그동안 인간과 동식물들은 플라스틱이 내뿜는 독성에 노출되어 결국 재앙이 되고 만다. 아무리 편리한 물건도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득 도 되고 해도 되듯이, 살아 있는 동안 가능한 플라스틱을 덜 쓰고 쓰더라고 현명하게 쓰며, 아무 생각 없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버리는 행태가 결국 자신의 목을 조르는 올가미임을 자작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꽤 긴 세월 동안 플라스틱에 관해 무감각했던 나의 타성을 깨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가에 대해 실질적인 실천의지를 자극해주었다. 단순히 분리수거만이 능사가 아니다. 덜 쓰고 덜 버리겠다는 개인의 의지가 사회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나 역시 이제부터라도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은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의 타성에 젖어 쉽지 않겠지만 오늘부터 실천하면 언젠가는 몸에 배어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한 번씩 읽어보고 실천에 동참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