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 읽는 법 사계절 Art Library 2
조용진 지음 / 사계절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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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 가는 전철과 버스 안에서 조 용진 교수의 <서양화 읽는 법>을 다 읽었다. 그동안 미술 관련서를 꽤 읽었지만, 이 책만큼 서양화 감상 내지 해석법에 집중적으로 매달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은 드물다. 그만큼 재미있고, 특히 서양의 신화나 종교에 약간의 지식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몇 배의 소득이 있으리라. 책에 소개되고 있는 수많은 명화들 속에 작가가 숨겨 놓은 상징이나 알레고리들을 찾아내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하나씩 해설하고 종합하는 저자의 글 솜씨도 이미 예술의 단계에 도달해 있다. 그 전에 읽었던 Sarah Carr-Gomm의 <세계 명화 비밀: 신화 상징>, <세계명화 비밀: 성서 상징>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혹시나 해서 책 뒤의 참고 문헌을 살펴보았는데 위의 책들은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주로 영어, 일본어 참고 문헌들을 공들여 연구했을 저자의 노고가 새삼 지적인 자극을 준다. 이 책의 가치는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으로써 지식의 유무에 큰 가치를 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그림을 볼 때 느낌 내지 감성만으로 접근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특히 르네상스 시기 그림의 경우에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나 사상을 상징이나 사물을 통해, 종교화의 경우에는 등장하는 성인이 늘 지니고 다니는 물건 따위를 통해 감상자에게 말을 건네는 등의 장치를 숨겨 놓았기에 이러한 것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그저 색이 아름답다거나 추하다거나 하는 정도에 그치고 말며 실제 그림이 내포한 깊은 의미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르네상스와 셰익스피어를 전공한 나로써는 당대의 그림에 대한 지식을 통해 더욱 자세히 시대와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고 난 뒤 서재에서 몇 권의 화집들을 꺼내 이미 알고 있는 그림들을 다시 보았다. 그랬더니 그림이 숨기고 있는 진짜 의미가 드러난다. 작가가 공을 들여 담아 놓은 사상이 나의 지식과 결합해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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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에서 다른 사람의 그것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군사학에 관한 책들이 꽤 많다는 점일 것이다. 군사학이나 병기 등에 관한 나의 흥미는 어린 시절 100~200원 주고 사서 만들곤 했던 프라모델과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대부분 제 2차 세계대전 시의 미군이나 독일군관련 보병인형 또는 전차나 장갑차 따위의 차량들이었던 관계로 남자아이라면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우연히 잡지나 전쟁영화 등을 통해 실물에 대해 알게 되었고, 또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전차나 전투기가 가장 세다든지 하는 등의 검증되지 않은 루머들을 주워 섬기며 놀곤 했다. 이렇게 촉발된 흥미는 틈나는데로 관련도서들을 구매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쟁사나 무기발달사, 항공전사, 전차전 등의 소위 개별 戰史와, 무기 또는 병기 자체에 대한 해설서, 이를테면 <제2차 세계대전의 비밀병기>나 <제로센> 처럼 특정 병기를 철저하게 파헤쳐 기계적 구조나 생산량, 전쟁에 대한 공헌 따위를 자세히 다루고 있는 책, 여기에다가 전쟁을 철학적, 사회적, 정치적 시각으로 서술한 인문학적인 책들에 이르기까지, 대충 세어 보아도 500권이 넘는다. 그러니까 5단짜리 책꽂이 하나가 넘는 분량인 셈이다. 이랗게 수집한 책들을 수시로 꺼내 읽으며 전쟁과 인간성에 대해 고찰해보기도 하고, 어떤 하나의 무기가 전쟁의 향방을 바꿀 수 있었음에 놀라기도 했다. 아무튼 관심분야가 다양할 수록 삶도 그만큼 더 다양해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일전에 와타나베 쇼이치라는 일본 영문학자가 쓴 <지적생활의 발견>을 읽었는데, 저자의 다른 저서에 독일의 최고 사령부를 다룬 책이 있는 것을 보고 주전공 이외에 정말 흥미를 느끼는 또 한 가지 분야에 꾸준히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다면 나도 언젠가는 전공과 무관한 책을 한 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모으고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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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하라! - 사람은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감정은 뇌에 따라 움직인다 세로토닌하라!
이시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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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형 박사의 <세로토닌하라!>는 어법에 맞지 않는 제목과는 달리 최신 뇌 과학을 동원하여 세로토닌의 효능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 중에서 도파민이나 엔도르핀과는 또 다른 쾌락물질인 세로토닌의 활용법이라고 할까, 뇌를 젊게 유지하는 것이 곧 세로토닌의 적절한 분비와 관련이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의 주장은 곧 전작인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이 책도 단숨에 읽었다). 즉, 도파민과 엔도르핀 신경에는 자기 억제 회로가 없어서 계속 더 큰 쾌감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안, 초조, 경련이나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금단 증상까지 생길 수 있는데 반해, 세로토닌은 결코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 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두엽의 관리가 세로토닌 활성화와 직결되어 있다고 말하는데, 특히 "감동하라"가 그 모토로써 생활 속 작은 일들에 감동을 느끼면 세로토닌이 분비된다고 한다. 영화 한 편, 음악 한 곡, 책 한 권이 담고 있는 감동이 도박이나 성적 쾌락보다 뇌에 더욱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책읽기는, 와타나베 쇼이치가 말하듯, 뇌를 젊게 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바람직한 생활습관이다. 그럼 세로토닌 형 인간은 어떤 유형일까? 저자에 따르면 첫째, 공격성과 중독성을 잘 조절해 평상심을 유지하는 사람, 둘째, 주의 집중과 기억력 향상으로 창조적인 사람, 셋째, 생기발랄하고 의욕적인 행복한 사람이 세로토닌 형이라 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마 자기 조절력이 아닌가 싶다. 이 세상에 중독증을 유발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 게임이나 특히 도박처럼 폐가망신 해야 끝나는 경우도 얼마나 자주 목격되는가? 결국 뇌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 가에 따라 정신과 육체의 조화 내지 진정한 행복까지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세로토닌 유형인가, 도파민 유형인가? 뇌 관리에 따라 당신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 이 책과 함께 하루야마 시게오의 <뇌내혁명>도 읽으면 좀더 깊은 논의를 만날 수 있다. 내가 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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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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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타즈 미노루라는 일본의 수의사가 쓰고 사진을 찍은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는 자연의 변화무쌍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과의 생활을 12개월로 나누어 정리한 아름다운 글모음이다. 저자와 자연과의 교감이 세련되지는 않지만 투박한 문체에 제법 잘 찍은 사진들이 잘 어울려 읽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저자가 살고 있는 곳은 일본의 최북단인 홋카이도인데, 홋카이도의 사계절 변화에 따라 등장하는 동물이나 새, 꽃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과 대면하게 된다. 저자가 찍은 사진들은 피사체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 등이 묻어 나는데, 정말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과 더불어 인간의 자연에 대한 간섭으로 인해 생겨난 자연 파괴 또는 가끔씩 마을 이웃이 데리고 오거나 주워 오는 병들고 다친 동물들을 치료하고 먹여주거나 치료가 끝나고 난 뒤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과정, 그리고 정이 든 동물과의 사별과 같은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홋카이도에서, 저자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깊숙한 관여가 필연적 파괴로 이어지고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도록 강제하는 근대적 생활양식에 대한 반성을 곳곳에서 피력하는 자연주의자의 면모도 드러낸다. 자연을 오직 착취와 개발논리로만 대하는 서구식 사고가 안락함과 기술적 우위로 인한 불평등을 조장했듯이, 그로 인한 전지구적 기후변화 내지 자연의 반란 또한 섭리를 무시한 대가로 치부하기엔 생존 자체의 딜레마가 너무 크지 않은가? 그래도 소수이긴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자연을 보호하고 생명을 존중하고자 노력하는 에피소드들도 소개되어 있으므로, 조그만 희망이 나중에 국가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한국도 자연파괴가 극에 달한 국가 중 하나다. 자연은 결코 자비롭지 않다. 올 여름 장마가 또 어떤 상처를 남길지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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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는 지적 생활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책이 많아야 한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간단히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을 통해 정보를 찾을  수도 있지만, 나는 구태여 종이 백과사전을 뒤적이거나 서재에서 책을 꺼내 읽기를 선호한다. 책이란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적인 업적들을 총망라한 지식의 보고이자 언제든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진정한 문화재가 아닌가. 생각해보면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책을 구매해왔고(물론 대부분 어린이용 소설들이었지만), 그렇게 모은 책들을 집 구석구석에 쌓아 놓고는 수시로 꺼내 읽으며 지적인 탐구와 호기심을 스스로 충족시켰다. 중교교시절을 거쳐 대학과 대학원, 직장인 시절은 물론 대학에서 강의하는 현재까지, 돈을 아껴 많은 책들을 샀고, 읽었고, 독후감을 썼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관심분야도 넓어져서 전공인 영어영문학 이외에도 세계문학 전반, 자연과학 전반, 역사학, 철학, 사회학, 정치학, 국제정치학, 인류학, 고고학, 경제학, 전쟁사, 미술, 음악, 미학, 신화학, 뇌과학, 종교학, 한국학, 일본학, 중국학, 미국학 등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분야의 책들을 소장하게 되었다. 물론 위의 분야에 대한 책들을 나름대로 꾸준히 읽어왔고(다치바나 다카시의 발꿈치에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그를 닮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관련도서는 눈에 띄는 데로 계속 구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나의 서재는 휴식의 공간이자 지적인 활동의 중심으로 남을 것이다. 죽기 전까지 책은 내 손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며 내 임종의 자리도 서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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