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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또 다른 이야기 - 우린 서로 다른 시간에 함께하고 있어
JandH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10월
평점 :
"우리는 서로
같은 공간에 마주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거 아닐까."
동물병원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과 마주할 때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50대 중반, 완만한 내리막길의 초입에 선 수의사로서
소설 《너와 나의 또 다른 이야기》를 읽는 내내 격렬한 감정의 동요를 겪었다. 매일같이 생(生)과 사(死)의 경계에서 서로 다른 시간의 궤적을 그리는 존재들과 마주하는 나의 일상이 고스란히 비춰졌기 때문이다.
소설은 아날로그적 풍경을 지나
"당신에게 단 한 장의 티켓이 주어진다면, 어느 날로 돌아가고 싶나요?"라는 나지막한 물음을 건넨다. 시간을 건널 수 있는 신비로운
장치와 이 묵직한 고백은, 진료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매일 '시간의
시차'를 견뎌야 하는 나의 숙명과 아프게 맞닿았다.
수의사의 시간은 필연적으로 상대적이다. 내 앞에 앉아 눈을 맞추는 작은 생명들의 시간은 인간인 나의 시간보다 몇 배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빠르게 흘러간다. 엊그제
예방접종을 받으러 왔던 강아지가 어느새 입가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노견이 되어 내 진료대를 다시 찾는다. 나는
여전히 50대의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는데, 그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삶의 황혼기를 지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간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이 마음의 시차를 겪듯, 반려 동물의 이별 앞에서 무너지는 보호자들을 볼 때마다 나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들이 슬픈 이유는 단순히 이별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나와 저 아이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뒤늦게 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 서로 다른 속도로 달리는 두 존재가 만나 짧게 스쳐 지나가는 찬란하고도 애틋한 순간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소설 속 구절처럼 어쩌면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특정한 존재 자체보다도
‘그때의 공기와 감정, 그리고 그 시절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가 책 전체를 관통하여 전하고자
한 진정한 온기는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 행동해야 하며, 함께 보낸 시간의 가치는 비록 소멸하더라도 결코 헛되지 않다'는
점이다. 속도를 맞출 수 없다면, 함께 머무는 그 짧은 찰나에
망설임 없이 온 마음을 다해 눈을 맞추는 것만이 유일하게 후회를 줄이는 길이다.
소중한 존재와의 시차를 겪으며 이별과 기억의 무게를 마주한 이들에게
함께 보낸 시간의 영원한 가치와 지금 이 순간 행동해야 한다는 삶의 역설적 위로를 건넨다. 우리는 과거의
후회에 묶여 있기보다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의 눈을 한 번 더 맞춰야 하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변치
않을 온기 어린 기억들을 오늘 우리의 일상에 성실히 쌓아야 한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