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사는 우리 - 코드 너머의 여정
윤은갑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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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수의사로 살아온 지 서른 해가 가까워 온다. 그동안 병원을 거쳐 간 수많은 생명과 보호자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50대 중반, 인생의 후반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 읽게 된 <AI 시대를 사는 우리>는 단순히 기술을 설명하는 실용서가 아니었다.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평생을 바쳐온 ‘생명’과 ‘진심’이라는 고유한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 묻는 묵직한 질문이자 해답이었다.

요즘 수의학계도 AI의 바람이 거세다. 엑스레이 사진 한 장으로 병변을 찾아내고, 방대한 데이터로 질병 확률을 뽑아낸다. 처음에는 나 역시 오랜 숙련도가 컴퓨터 프로그램보다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쓸쓸함이 앞섰다. 하지만 ‘기술’이 아닌 ‘인간의 판단과 책임’을 담아내려 했다는 저자의 고민을 따라가며 내 안의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담아내는 메세지는 명확하다. ‘기술은 진화한다, 인간은 선택한다.’ AI가 아무리 효율적인 답을 내놓아도 그것이 목적에 맞는지 해석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뜻이다. 정보 처리 능력은 AI가 앞서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인간 고유의 직관과 감성, 그리고 비판적 사고는 결코 대체될 수 없다는 이 확신은 현장에 서 있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이 울림을 곱씹는 순간, 지난주 병원을 찾았던 노령견 ‘봉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데이터상의 생존 확률은 극히 낮았지만 내가 보호자에게 건넨 것은 차가운 수치가 아니었다. 걱정 가득한 눈을 마주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위로와 공감을 건냈다. AI는 알고리즘의 편향가 hallucination 같은 그늘을 가질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우리가 사수해야 할 가장 고결한 자산은 바로 이 ‘공감과 연대의 능력’이며, 이것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정체성이다.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 저자가 제시한 ‘AI 리터러시’는 새로운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진정한 준비는 기술에 압도당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이를 영리한 도구로 다스리는 협업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진단 옵션 속에서 동물의 상태와 형편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판단력을 연마하고, 청진기를 잡은 손에 더 깊은 온기를 담아내는 것이 내가 준비해야 할 미래의 역량이다.

이 책은 축적된 직관과 생명을 향한 책임감이 AI 시대에 가장 빛나는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믿게 해 주었다. 이 책은 급변하는 시대 앞에서 삶의 무게중심을 잡고자 하는 50대 중장년층을 비롯해 기술과 공존해야 하는 모든 현대인에게 따뜻한 이정표가 되어주며, 독자들은 새로운 눈을 통해 기술 뒤에 숨겨진 그늘과 새로운 기회를 동시에 포착하는 안목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기술에 압도당하기보다 그것을 영리한 도구로 활용하는 협업 능력을 길러야 하며, 차가운 데이터 속에서도 인간다운 따뜻한 온기와 최종적인 판단력을 잃지 않고 주체적인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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