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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신평 지음 / 문이당 / 2026년 8월
평점 :
생의 유한함을 건너는 다리,
그리고 영혼의 메아리
수의사로 살아온 지 사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매일 병원에서 마주하는 것은 말 못 하는 동물들의 눈빛과 그 안에 깃든 가냘픈 생명의 온기다. 수많은 탄생과 죽음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5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다시 묻게 한다. 그런 때 신평 변호사의 장편소설
<환생>을 만났다.
소설의 전반부는 주인공 영래가 사법부와 사회에 뿌리내린 기득권의
불공정에 맞서 정의와 신념을 지키려는 여정을 그린다. 보수와 진보라는 서로 다른 외피를 두른 권력의
논리 속에서 그의 싸움은 고독하고 험난하다. 정치적 공격으로 사랑하는 아내 숙경마저 먼저 여의고, 영래 역시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 채 외로운 유랑을 이어가다 생을 마감한다.
올곧게 살고자 했던 한 인간의 패배는 안타까움을 넘어, 정의롭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영래의 죽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작가는 그를 사후 세계로 이끌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숙경과
재회하게 한다. 영혼의 여정에서 영래는 생전의 원망과 상처를 돌아보며 정신적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사람을 선악으로 쉽게 나누지 말고 마음의 그릇을 키우라는 말이다. 평생
세상의 불의에 맞서 날을 세웠던 그가 마침내 인간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법을 배워간다. 그
끝에서 터져 나오는 “아, 세상은 아름답구나”라는 고백은 외부의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만큼 내면의 변화도 중요하다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이 여정은 유송의 아들이 영래의 환생인지 묻는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고통과 증오를 내려놓고 사랑과 포용을 깨달은 영래의 영혼이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환생이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채 다시 태어나는 일인지, 한 존재가
깨달은 가치와 사랑이 다른 생명 안에서 이어지는 순환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이 질문은 죽음이
모든 인연의 끝인지 돌아보게 한다.
수의사로서 나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과 그 곁을 지키는 보호자들의
눈물을 수없이 보았다. 과학적으로 죽음은 생명 활동의 종결이지만, 사랑했던
존재가 남긴 기억과 온기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환생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어도,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과 사랑의 흔적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은 이해할 수 있다.
<환생>은 삶의 무게와 사회적 모순에 지친 이들, 죽음과 영혼의 의미를
고민하는 독자에게 내면의 구원과 포용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원망과 편견을 내려놓고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일상에서 곁에 있는 사람과 생명을 아끼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사랑과 배려를 실천할 수 있다.
유송의 아들이 정말 영래의 환생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다만 육체의 생명은 유한해도 사랑과 인연, 우리가 남긴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환생은 죽음 뒤에 다시 태어나는 일만이 아니라, 증오를 내려놓고 사랑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작품이 전하는 가장 따뜻한 위로일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