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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삶의 태도
장하석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완벽한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정직한 질문이. 다과학은
우리에게 현재 가장 타당한 답을 찾아준다.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긴 50대
중반, 나의 일터는 매일이 치열한 검증의 연속이다. 오랜
시간 임상 수의사로 동물들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했으며, 지금은 바이오스타트업에서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세포를 배양하고 유전자 분석 결과를
확인하며 백신과 생물학적 제제의 품질을 평가하다 보면 정답과 완벽함이라는 강박에 빠지곤 한다. 기준에
맞으면 합격, 벗어나면 불합격이라는 판단은 안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생명과학의
복잡한 현상을 정해진 규격만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은 과학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넓혀주었다. 저자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의학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당연하게 여기는 지식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논쟁, 실패와
수정 끝에 세워졌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권위에 도전했던 연구자들과 주목받지 못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지식의 발전이 다양한 관점과 협력의 결과임을 일깨워준다. 과학은 완성된 정답을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더 나은 설명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자신의 지식에 대한 겸손함이다. 지금 옳다고 믿는 사실도 새로운 증거 앞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판단을 절대화하기보다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생각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하는 마음은 많이 아는 능력보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탐구를 이어가는 태도에 가깝다.
이러한 메시지는 나의 직업적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임상 현장에서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마다 증상과 치료 반응은 달랐다. 경험과
교과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존 판단을 내려놓고 원인을 다시 찾아야 했다. 지금의 품질관리
업무 역시 본질은 다르지 않다. 과학이 자연현상의 원리를 탐구하고 증거를 통해 설명을 검증하는 과정이라면, 품질관리는 그 과학적 지식과 제조 과정이 실제 제품에서도 일관되게 구현되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일이다. 시험 결과 하나하나에는 제품의 특성과 제조 공정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이를 단순한 합격과 불합격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고
원인을 추적하며, 필요하다면 기존의 가정과 절차까지 다시 살펴야 한다.
데이터를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오차를 감추지 않고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정직함은 과학의 기본이자 품질관리의 출발점이다. 결국 과학적 진실을 존중하는 태도가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지키는 힘이 된다.
5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오랜 경험만큼 익숙한 판단을 바꾸기도 쉽지 않은 시기다. 그러나 생명과학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인공지능은
지식의 생산과 활용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축적된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전문적 관성에 갇히기 쉬운 연구자와 현장 실무자뿐 아니라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싶은 학생과 직장인, 평생학습자에게 권하고 싶다.
자신의 지식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다양한 관점에 귀 기울이며, 일상의 작은 의문도 근거를
확인하고 탐구하는 습관을 실천한다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과학에는 정년이 없고 배움에도 마침표는 없다. 수의사로서 생명을 대했던 책임감과 품질관리자로서 데이터를 바라보는 정직함을 잃지 않으며, 앞으로도 익숙한 것에 질문하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완벽한 정답보다 더 나은 답을 찾으려는 겸손함, 그것이 내가 이
책에서 다시 발견한 과학하는 마음이다.
이 리뷰는 몽실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