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
오사지마 마사오 지음, 박현아 옮김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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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비교와 세상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삶의 균형과 행복의 본질을 찾아가는 지혜를 전하는 책이다.

 

반평생을 말 못 하는 동물들의 눈을 들여다보며 살았다. 아픈 곳을 숨기려는 동물들의 호흡을 읽고 보호자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수의사인 나의 일상이었다. 어느덧 오십대 중반, 남들은 베테랑이라 부르지만 정작 내 마음의 청진기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늙은 육체, 밀려오는 젊은 수의사들과의 경쟁, 완벽한 진료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마음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던 차에, <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깊은 전율을 느꼈다. 2500년 전, 이미 삶의 모든 질곡을 거쳐 간 10명의 선인들은 치열한 성과 압박에 지친 내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는 '힘을 빼는 지혜'를 건네주고 있었다.

가장 먼저 마음을 두드린 것은 장자의 이야기였다. ‘타인과 끝없는 스코어 경쟁을 벌이는 것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그의 가르침은, 주변 병원들의 규모나 동기들의 성공에 은연중 신경 쓰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책이 강조하듯 타인의 속도가 아닌 '나 자신의 속도를 찾는 법'을 장자를 통해 비로소 배울 수 있었다. 노자의 가르침은 오십대 중반의 인생관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숫자를 쫓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음을 아는 자가 진짜 부자다’라는 말에 깨달음을 얻었다. 더 많은 진료 건수를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 손에는 이미 수많은 생명을 살려낸 경험과 나를 믿어주는 보호자들이 가득한데, 정작 나는 늘 부족함을 채우려 허덕였던 것이다.

모든 인연과 상황은 ‘잠시 스쳐 가는 하룻밤의 거처와 같다’는 용수의 공 사상과,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라는 붓다의 가르침은 수의사로서 마주하는 가장 힘든 순간인 '생명과의 이별'을 다르게 보게 해주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동물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가슴에 응어리졌던 자책과 집착을 비워낼 수 있었다. 매일 마주하는 삶과 죽음의 기복에 너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이 생겨난 것이다. 달마, 세친, 호넨, 신란 등이 건넨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나 자신을 먼저 지키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인간관계의 피로를 씻어주었다. 우리 모두가 한계가 있고 부족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현실적인 위로가 가슴을 채웠다.

이 책은 내게 무조건적인 포기나 체념을 권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그대로 두어도 괜찮은 것을 구분하는 법'이라는 실천적인 인생의 태도를 가르쳐 주었다. 이 책은 끝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서 번아웃을 겪는 현대인들이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스스로의 속도를 회복하는 지혜를 배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침반이 되어준다. 우리는 당장 거창한 삶의 변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숫자를 좇던 탐욕을 내려놓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그대로 두어도 괜찮은 것'을 구분하며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평온한 하루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타인의 평가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흔들리지 않고, 내게 찾아오는 작은 생명들을 온 마음으로 마주하며 지혜롭게 늙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고단한 삶의 무게에 힘을 빼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따뜻한 깨달음의 성찬을 권하고 싶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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