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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경영학개론
서정민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P / 2026년 10월
평점 :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처방전을 쓰고 약을 짓는다. 수의사인 내게 약국이란 공간은 지극히 단순한 곳으로 여겨졌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확하게 약을 조제하는 곳, 혹은 머리가 아플 때 일반의약품을 사서 나오는 ‘약사가 근무하는 가게’ 정도가 내가 가진 인식의 전부였다. 기술이 발전하고 AI가 조제를 대체하는 시대가 오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곳 역시 약국이 아닐까 하는 섣부른 짐작도 했었다. 반백 년을 넘게 살며 굳어진 이 얄팍한 편견은 <약국경영학개론>을 읽으며 여지없이 깨어졌다.
저자는 약국을 단순히 약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철저한 경영 철학과 학문적 융합이 필요한 ‘경영의 현장’으로 정의한다. 책을 읽는 내내 무릎을 쳤던 것은 약국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심리학, 행동경제학, 그리고 인문학적 관점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통찰력 때문이었다. 고객이 왜 특정 약국을 다시 기억하고 찾는지, 왜 같은 제품이 약국마다 다르게 판매되는지를 상담 심리학 관점에서 분석하는 대목은 전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약국의 단골 고객 관리와 의약품 재고 관리를 기업의 고객관계관리와
공급체인관리 관점으로 체계화한 부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는 비단 약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동물을 치료하며 보호자와 신뢰를 쌓고, 수많은 동물용 의약품의 재고를
관리해야 하는 동물병원 경영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살아있는 지침이었다. 차별화와 브랜딩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약국’을 만들고, 약국
내 인간관계와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저자의 논리는 치열한 헬스케어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모든 전문직이 귀담아들어야 할 일침이었다.
50대 중반에 접어들며
나 역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음을 고백한다. 매일 반복되는 진료와 처방 속에서 ‘업(業)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롱런하는
약사가 되기 위한 자기관리와 철학, 경제학, 역사적 관점을
제시한다. 성장이 정체된 시장에서 개인이 지녀야 할 경쟁력과 삶의 태도를 짚어내는 이 대목은 단순한
경영 테크닉을 넘어, 한 분야의 전문가가 평생을 걸쳐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준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고 기술은 인간을 위협하지만, 결국 인간 대
인간으로 나누는 깊이 있는 상담과 진정성은 대체될 수 없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 책은 단순히 약대생이나 개국을 준비하는 약사들만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나처럼 전문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타성에 젖어 있던 이들, 그리고
자신의 일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은 모든 경영자에게 권하고 싶다. 일 매출 10만 원의 초보 약국에서 시작해 지역 매출 1위 약국을 일궈낸 저자의
실전 경험과 6,800여 명의 약사들과 나눈 노하우가 담긴 이 책은 나에게도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처방전과 조제실이라는 익숙한 외피를 벗겨내자, 그 안에는 인문학적
깊이를 지닌 거대한 경영학의 세계가 숨 쉬고 있었다. 약국을 바라보던 나의 낡은 시선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이 책은 단순 조제에서 벗어나 환자의 건강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능동적인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울림과, 인접 학문을 융합한 차별화 전략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 매출 10만 원의 초보 약국을 지역 1위로 성장시킨 저자의 생생한 발자취와 상권 운용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따라서 우리는 조제실의 물리적 한계를 깨고 상담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현장에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체질 개선을 시도해야 하며, 이를 통해 성장이 정체된 헬스케어 시장 속에서도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속 가능한 신뢰를 얻는 '독창적인 동반자'로 완벽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