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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뇌과학 -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 줄 메타인지 사고법 ㅣ 프린키피아 13
알베르 무케베르 지음, 이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반평생 말 못 하는 동물의 생로병사를 마주해온 임상 수의사의 삶은
매일 생명의 거대한 신비를 목격하는 과정과 같다. 진료대 위에서 거친 숨을 내쉬는 동물들을 볼 때, 나는 단순히 수치만을 보지 않는다. 보호자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는지, 낯선 공간이 주는 공포에 몸을 떠는지, 날씨와
통증이 어떻게 얽혀 생명 현상을 이루는지 통합적으로 살핀다. 생명은 결코 실험실의 단일 변수로 환원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알베르 무케베르의
<위험한 뇌과학>이 전하는 공감의 깊이는 남달랐다. 저자는 인간의 복잡한 정신 현상을 오직 뇌세포의 발화나 호르몬으로 단순화하려는 '뉴로마니아' 현상을 단호하게 배제한다. ‘뇌과학은 세상을 설명해 주지만, 우리가 세상과 맺는 관계를 가르쳐주지는
않는다’는 선언은 뼈아프다. ‘행복은 세로토닌 때문이고, 중독은 도파민 때문’이라는 식의 인과관계는 삶의 복잡한 사정을 빼놓고
보는 잘못된 시각이다. 복잡한 고통을 알약이나 명쾌한 공식 하나로 해결하려는 현대인의 조급증이 만들어낸
착각이라는 경고는 깊은 공명을 일으킨다.
진료실의 동물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같은 질병이라도 사랑받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유기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의 치유 속도는 완전히 다르다. 신경전달물질 메커니즘만이 전부라면 똑같은 약물에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생명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감정은 뇌의 분비물이 아니라, 신체와 환경이 주고받는 대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선택과 감정은 뇌가 홀로 결정하는 닫힌 시스템이
아니라 신체, 주변 환경,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얽혀 빚어내는
역동적인 오픈 시스템이다. 내가 아픈 것은 뇌의 오작동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생태계가 균형을 잃었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는 확신과 정보가 과잉된 시대를 산다. 불안과 우울의 원인을 오직 '내 뇌의 호르몬 부족'으로만 돌릴 때, 우리는 환경을 개선하거나 관계를 회복하려는 진짜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 그것은 치료가 아니라 과학의 탈을 쓴 회피다.
‘확신은 지식의 증거가 아니라, 단지 의심하기를 멈춘 상태일 뿐이다’라는 문장은 큰 울림을 준다. 저자는 무비판적 확신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지적 유연성과 메타인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생명 앞에서 내가 아는 지식이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하는 유연함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다.
50대 중반, 이제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생명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나이다. 이
책은 나에게 거대한 경종을 울렸다. 뇌는 훌륭한 기관 중 하나일 뿐 나라는 존재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는 준엄한 경고다. ‘뇌는 우리 존재의 시작점일지는 몰라도, 종착지는
아니다.’ 좁은 두개골의 벽을 깨고 나와 나의 몸, 나의
이웃, 그리고 발을 딛고 있는 이 대지를 통전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진짜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본질적인 역동성과 관계성의 회복이라는 위대한 가치를 일깨워준 이 책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