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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투명해도 괜찮아, 내가 선명하니까
릴리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평점 :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의 선택지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50대 중반, 직장 생활의 끝자락을 바라보는 내 삶은 너무나 단조롭고
안전한 궤도 위만 달리고 있었다. 늘 ‘안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현실 안주를 외치던 나에게 8년 차 워홀러
릴리의 에세이 <미래가 불투명해도 괜찮아, 내가 선명하니까>는 뽀얗게 먼지가 쌓인 해묵은 후회의 서랍을 열어보게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아릿했던 것은 나에게도 인생의
궤도를 이탈해 보려 했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 나는
뉴질랜드 이민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매일 반복되는 톱니바퀴 같은 삶에서 벗어나 대자연 속에서 온전히
나와 가족의 삶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천의 문턱 앞에서 나를 주저앉힌 것은 결국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결국 용기를 내는 대신 익숙한 현실을 택했고, 뉴질랜드라는 꿈은
서랍 깊숙한 곳에 묻혔다.
저자 릴리는 나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었다. '외국에서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한국을 떠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부딪치며 보낸 8년의 시간. 책 속에 기록된 시행착오를 보며 그녀라고 어찌 두렵지
않았을까 싶었다. 특히 그녀가 정해진 궤도를 이탈해 마주한 불확실성의 덩어리들을 매 순간 치열하게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만의 단단한 '안전지대(Safe zone)'로
바꾸는 성장의 과정은 경이로웠다. ‘꼭 남들 사는 대로 살아야만 정답일까?’라는 질문 앞에서,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남들의 기준만 찾아 헤매던
내 젊은 날이 뒤늦게 후회되기도 했다.
동시에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보여주었다. 바쁘게 달려온 육아도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아이들을
품에서 떠나 보낼 준비를 하는 지금, 서글픔보다 잊고 지냈던 오랜 갈증이 고개를 든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아닌가.
50대 중반은 인생의 마침표가 아니라 겨우 절반을 지나온 반환점일 뿐이다. 이제는 다시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저자는 ‘미래가 선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씩
선명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다정한 손길을 건넨다. 이
책의 주제처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내면의 선명함을 찾아가야 함을 깨닫는다. 육아라는
거대한 산을 넘었으니, 이제는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돛을 올려보려 한다.
불확실함에 맞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낸 저자 릴리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이 책은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망설이는 청춘들과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중장년층 모두에게
읽기를 권한다. 저자의 생생한 여정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다정하게 껴안는 법을 배우고,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단단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녀의
앞날이 선명하게 빛나기를 바라며, 나 또한 내 남은 삶의 여정에서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용감하게
나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