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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혁신의 역사
앤드루 리 지음, 김광수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6년 10월
평점 :
매일 아침 출근길, 회사
로비에 걸린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날 선 문구를
마주한다. 3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며 이와 유사한 구호를 수없이 보아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뒤따른 것은 이름만 바뀐 보고서 양식과 피로감을 유발하는 일회성 이벤트뿐이었다. 진정 우리가 외치는 이것이 진짜 혁신일까? 50대에 접어든 직장인의
마음속엔 늘 채워지지 않는 의문과 회의감이 가득했다.
앤드루 리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혁신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갈증 속에서 만난 단비 같은 책이다. 저자는 석기시대의 손도끼와 바퀴의 발명부터 현대의 인공지능(AI)과 CRISPR 유전자 가위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운명을 바꾼 거대한
혁신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책에 뻐져들 수록, 직장 생활
내내 나를 괴롭혔던 ‘혁신 강박증’의 실체가 명확해진다.
우리는 흔히 혁신이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천재
한 명의 번뜩이는 영감, 혹은 세상을 뒤흔들 거대한 도약을 떠올린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혁신도 늘 그런 식이다. 단번에 매출을 몇 배로 불릴 기적의 아이디어를
가져오라는 압박. 그러나 저자는 ‘혁신은 고립된 천재의
영감이 아니라, 무수한 이들의 작은 개선이 쌓여 이루어진 협력의 결과물이다’라는 핵심 문장을 통해 인류의 진짜 혁신이 결코 단절된 도약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단언한다. 혁신의 진짜 동력은 천재성이 아닌, 끊임없는 ‘시행착오(Tinkering)’, 협력하는 ‘팀(Teams)’, 그리고 경계를 넘나드는 ‘교류(Trade)’라는 세 가지 축의 결합이다.
인류를 구한 수많은 발명품은 수천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누적의
결과물이다. 증기기관의 발전이나 복제 천연두 백신의 탄생도 홀로 빛난 천재성이 아니라 무수한 시행착오를
견뎌내고 이전의 기술을 점진적으로 개선한 산물이다. ‘위대한 도약은 언제나 작은 실패들의
축적 끝에 찾아온다’는 말은 우리 조직의 모습을 깊이 되돌아보게 만든다. 규칙과 규율을 강조하며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단 한 번의 실수에도
책임을 묻는 경직된 조직에서 어떻게 진짜 혁신이 피어날 수 있겠는가. 실패가 자산이 되지 못하고 기피
대상이 되는 순간, 혁신은 그저 말뿐인 구호로 전락하고 만다.
혼자가 아닌 ‘팀’과 오픈 이노베이션 같은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식은 나눌수록 커지며, 서로
다른 생각이 만나는 접점에서 진정한 진보가 일어난다’는 말처럼,
오늘날의 복잡한 세상에서 혁신은 고립된 개인의 연구실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부딪히고 소통하는 광장에서 태어난다. 50대인 내가 가진 오랜 현장 경험과 실무적 데이터, 그리고 후배
세대의 신선한 감각이 수평적으로 교류할 때 비로소 진짜 혁신의 싹이 트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여전히 수직적인 지시와 통제 속에서 혁신마저 ‘상명하복’식으로
지시하곤 한다.
진짜 혁신이 거창한 구호나 탑다운식 압박 속에 있는 것이 아님을
명쾌하게 증명한다. 혁신은 매일의 업무 속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는 작은 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보태는 건강한 팀워크, 그리고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의 교류 속에 피어난다.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 어울려 공생할 때 비로소 혁신의 생태계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핵심 문장들은 이 사실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이제 회사의 공허한 혁신 구호에 더 이상 흔들리거나 자책하지 않고, 대신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교류와 시도에 집중할 것이다. 후배들의
거친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고, 수십 년간 쌓아온 품질과 프로세스에 대한 경험을 나누며, 작은 실패쯤은 자산으로 삼도록 격려하는 것. 50대 직장인이 조직에
불어넣을 수 있는 가장 단단하고 진짜배기인 '혁신의 역사'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조직의 성장을 이끄는 리더와 변화의 실마리를 찾는 직장인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통해 증명된 혁신의 본질을 명확히 제시한다. 거창한 구호에 현혹되지 않고, 일상의 작은 실패와 협력을 진정한 진보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실천적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