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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닮아 예쁜가?
권태현 지음, 이선미 그림 / 북스토리아이 / 2026년 9월
평점 :
"나 엄마 안
닮았거든? 그냥 나야, 나!"
요즘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거실 거울을 볼 때마다 엄마는 ‘어머, 우리
막내 코가 엄마랑 똑같네’라거나 ‘덜렁거리는 성격은 엄마
빼닮았다’라며 웃으신다.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짜증이 확
난다. 나도 이제 초등학교 5학년, 12살이다. 누군가의 복사본이나 종속품이 아니라 그냥 온전한 '나'로 인정받고 싶은데, 자꾸
엄마를 닮았다고 하니 내 개성이 사라지는 것 같아 속상했다. 그러다 읽게 된 그림책 <누굴 닮아 예쁜가?>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주인공 '나우'의 이야기였다.
책 속 나우는 유치원에서 숙제를 받아온다. 손거울을 들고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엄마의 동그란 눈, 아빠의 오뚝한
코, 할머니의 보조개 들어가는 입매를 하나씩 관찰하고 닮았다고 인정한다. 처음에는 나우의 이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만약 나에게 그런 숙제가
생겼다면 누군가를 닮았다는 사실이 싫어서 거울을 치워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나우가 시골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어느 날 위험에 빠진 새끼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할아버지와 나우가
함께 나선다. 할아버지가 높은 곳에서 겨우 구한 고양이가 아래로 떨어지자, 나우는 두 팔을 뻗어 고양이를 받아 안는다. 날카로운 발톱에 손등을
할퀴면서도 나우는 고양이를 절대 놓지 않는다. 무사히 어미 곁으로 돌려보낸 뒤 나우는 새끼 고양이에게
가만히 속삭인다. ‘다치면 안 되니까 위험한 데 가지 말고 조심해.’
그 순간 나우는 번쩍 깨닫는다. 자신이 방금 고양이에게 한 말이, 평소에 할아버지가 늘 나를 걱정하며 입에 달고 살던 다정한 잔소리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겉모습이 똑같은 걸 넘어서, 서로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배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닮아있다는 흐름이다.
이 대목을 읽고 있을 때 곁에 있던 아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툭 한마디를 건네셨다. "아들아, 네가 엄마를 닮았다고
속상해할 필요가 전혀 없단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얼굴도, 행동도, 마음도 닮아가고 그렇게 서로 닮은 사람들이 모여 가족이 되는 거니까. 너도
엄마의 얼굴을 그대로 베낀 게 아니라 엄마가 세상을 바라보는 다정한 마음을 보물처럼 나누어 가진 거란다."
아빠의 말씀 덕분에 나는 이 책이 주려는 진짜 주제와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닮음이란 내 고유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거대한 뿌리에서 뻗어 나온 아름다운 꽃이라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니 내 일상에도 이미 엄마의 조각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길고양이를 보면 발을 동동 구르는 다정한 오지랖,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가족들 입에 먼저 넣어주는 살가움은 모두 엄마에게 물려받은 '예쁜 마음'의 증거들이었다. 겉모습이 닮았다는 말에 굳이 속상해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가족과 거리감을 두려는 어린이들과, 자녀의 반항에 서운함을 느끼는 부모가 함께 읽기를 권한다. 나우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외모라는 껍질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발견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가족이란
나를 가두는 틀이 아니라 내 삶을 지탱하는 가장 다정한 뿌리임을 깨닫게 해주는 최고의 그림책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