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 - 인생의 길목에서 펼쳐보는 43가지 마음 사전
장성숙 지음 / 스틸당(STEALDANG)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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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삶이 아닌 '삶을 받아들이는 마음'뿐이다."

40년 경력의 노학자가 건네는 이 담담한 문장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성였다. 머리로는 이미 백 번도 더 명확하게 알고 있는 명제였다.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타인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나 자신의 시선을 바꾸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 쉰을 넘기고 인생의 후반전에 접어든 직장인이라면 이 정도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이미 온몸으로 체득했을 터였다. 하지만 앎과 삶 사이의 거리는 왜 이토록 좁혀지지 않는 것인지. 내일모레면 퇴직을 고민해야 하는 50대 중반의 직장인에게, 매일 아침 눈을 떠 마주하는 일상은 결코 가벼운 '소풍' 같지 않다. 여전히 책임져야 할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누르고, 직장에서는 젊은 후배들과의 보이지 않는 격차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저자가 책에서 짚어내듯 인생의 사계절 중 가을과 겨울의 길목에 선 이들은 상실감과 쓸쓸함, 그리고 지나온 날들에 대한 회한을 마주하기 쉽다. 거울 속에서 낯설게 늘어가는 주름을 마주할 때마다 내 마음도 그렇게 그저 흘러가는 인생의 순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고달픈 현실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소풍'이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소풍이란 모름지기 설렘과 가벼운 발걸음, 그리고 달콤한 휴식이 있는 날이 아니던가. 그러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70년의 인생 지혜가 담긴 저자의 마음 사전을 들여다보는 동안, 내가 '소풍'이라는 단어를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저자는 ‘바꿀 수 없는 삶의 조건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라고 조용히 일러준다. 삶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 아니며, 우리가 고통스러운 이유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틀'에 억지로 맞추려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소풍을 간 날에도 갑작스레 소나기가 내릴 수 있고, 아끼던 도시락을 쏟아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소풍을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이유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소란 마저도 '잠시 머물다 가는 여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의 전작인 <그래도 사람이 좋다>의 고백들이 겹쳐 보였다. 일터와 일상에서 끊임없이 부딪치는 인간관계의 갈등은 우리를 가장 깊이 넘어뜨리는 요인이다. 나 역시 완벽주의적인 태도로 부하 직원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내 기준에 맞추려 통제하려다 깊은 갈등과 피로를 겪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저자가 상담 현장에서 깨달은 바처럼, 타인을 내 기준에 맞춰 개조하려는 서툰 욕심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관계의 얽힌 실타래가 풀린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실망하면서도 결국은 사람이 가장 귀하다는 그 끈끈한 인간애와 수용의 태도가 바탕이 되어야만, 나와 타인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품어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 주변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며 흔들리기보다, '저 사람도 저 사람만의 비를 맞고 있는 중이겠거니' 하며 무심히 흘려 보내는 연습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인 '나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무조건 행복해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처럼 흘러가는 인생의 순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내면을 다정하게 들여다보라고 토닥인다. 내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나 자신뿐이며, 내 마음을 가꾸는 것이 곧 삶을 품위 있게 마무리하는 디딤돌이 된다는 저자의 다정한 당부가 가슴 깊이 남는다. 오늘도 내 삶은 여전히 소풍 같지 않고, 나는 여전히 삶을 소풍으로 바꾸기 위해 서툰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그 서툰 노력 자체가 내가 인생이라는 소풍지를 정성껏 거닐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인생의 반환점을 돌며 인간관계와 일상의 무게에 지쳐가는 50대 직장인과 중장년층에게 깊은 위로와 현실적인 해답을 건낸다. 타인을 바꾸려는 헛된 집착을 내려놓고 내 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지혜를 배운다면, 고단했던 일상을 비로소 다정하고 평온한 나만의 소풍길로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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