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학과 과학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낼 때의 쾌감과 과학적 원리를 직접 확인하는 순간은 언제나 짜릿했다. 당연히 나의 미래는 이과라는 지도 위에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온 뒤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차가웠다. 급격히 어려워진 수식과 복잡한 개념들 앞에서
나는 자주 길을 잃었고, 뚝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 들었을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계속 가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문과와 이과라는 갈림길 앞에서 낙담하며 방황하던 중, 표윤석
로봇공학자의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로봇공학자>를
읽었다. 단순히 딱딱한 기술적 이론을 나열하는 안내서를 넘어, 진로의
기로에서 흔들리던 나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는 다정한 멘토가 되어주었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저는 로봇을 만들고, 로봇을 가르치고,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로봇공학자입니다.” 이 짧고 명확한 한 문장은
내 가슴을 깊게 파고들었다. 로봇공학이란 단순히 차가운 기계를 조립하는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로봇이라는 존재를 다정하게 '가르치고' 마침내 인간의 삶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동안 높은 수학 점수와
완벽한 과학 공식만이 이과생의 자격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좁은 시야가 부끄러워졌다. 기술의 밑바탕에는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관찰과 상호작용이라는 따뜻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했다. 내가 지금 당장
마주한 수식이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술을 향한 호기심이 있다면 이 길을 걸어갈
가치가 충분하다는 위안을 얻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에게 ‘나만의 멋진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이 말은 한 번의 시험으로 내 가능성을 지레 짐작하고 이과의 길을 포기하려 했던 나에게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 저자 역시 학창 시절 만화와 드라마를 보며 품었던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수많은 실패와 대회에서의 시행착오를 포트폴리오의 한 페이지로 채워가며 지금의 로봇공학자가 되었다. 공학자들이
완벽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수천 번 넘어지는 실패의 데이터를 쌓아 올리듯,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성적의
정체와 진로에 대한 고민 또한 내 인생 포트폴리오를 더욱 단단하게 다져줄 귀중한 과정이자 '학습 데이터'일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더 이상 눈앞의 점수에 흔들려 내 꿈의 영역을
성급하게 좁히지 않기로 다짐했다. 어려운 수학 문제와 과학 개념은 나를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내 지적 가능성을 확장해 줄 고마운 계단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이
급격히 어려워진 학업과 불투명한 진로 앞에서 방황하는 고등학생들과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실패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단단한 용기를 배울 수 있으며, 로봇
기술의 본질이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과 공존에 있다는 고귀한 가치를 마음 깊이 얻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